흔히 한국의 축산업을 설명할 때는 ‘국내 농촌경제를 주도하는 기둥산업’, ‘국민의 식단을 책임지는 단백질 공급원’ 이라는 수사가 따라 붙는다. 그 외형만 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는 축산업.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환경오염원이라는 오명속에 언제부터인가 각종 민원의 대상으로 전락한데다, 정부의 환경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사육기반 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사료원료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는 국제곡물가 불안과 함께 농가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한 식품공급과 동물복지까지 감안한 친환경축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며서 양적성장을 구가해온 국내 축산업계는 질적 성장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과제를 부여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적극 부응할 수 있는 해법으로 산지생태축산이 뜨고 있다.
환경친화·동물복지 토대 관광·체험 6차산업화 가능
방목 통한 사료비 절감·번식 개선…경제수명 연장도
발생된 가축분뇨 자연순환…산림·토양 순기능 작용
축종별 모델 개발·축산물 차별화 유도 등 정책 ‘박차’
◆번식우 경영비 50%도 안돼
산지생태축산이란 자연그대로의 산지를 최대로 활용, 동물복지를 고려한 가축사육과 환경친화적 축산물을 추구하는 축산을 말한다.친환경 동물복지를 토대로 관광 체험 등을 접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보다 더 다양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6차산업도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환경이나 경제, 모든 측면에서 현재 한국 축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방목을 통한 사료비 절감과 번식효율 향상, 가축의 경제수명 연장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축산물의 경우 비육사육에 비해 저장성이 우수하고 불포화 지방산 비율이 높아 웰빙을 선호하는 소비추세에 적합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산지초지를 활용한 ‘방목한우 번식우’의 경영비가 일반농가의 47.8% 수준에 불과하다는 연구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8ha의 초지에서 암소 130두와 육성우 30두, 송아지 30두 등 190두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 소재 금성목장의 경우 지난해 두당 조수입이 두당 139만3천에 달하며 통계청 집계 일반농가 전국평균인 98만7천원에 비해 41.1%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영비는 74만2천에 불과, 그 비용이 155만1천에 달하며 두당 56만4천원의 적자를 기록한 일반 한우농가와는 달리 65만1천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이와함께 방목가축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자연히 초지환원이 이뤄짐으로써 초지, 산림, 토양, 및 가축물질의 선순환구조 구축도 가능하다.
이 뿐 만 아니다.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방목 사육에서 얻어지는 여유를 여가활동으로 전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소비자에게는 경관제공을 통한 휴양, 관광, 교육 및 체험기회에 이르기까지 사회, 문화적 시너지도 적지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위스, 보조금 지급도
이러한 기대효과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각국의 산지생태축산 활성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목초지 및 야초지를 활용한 공공목장 운영을 통해 위탁사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자급사료기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일부 공공목장의 경우 시민농원, 교육농장, 리조트농원 및 건초와 TMR을 공급하는 ‘컨트랙터 사업’ 까지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2011년 기준 총 423만여두(2011년 기준)의 소 가운데 14만1천두가 816개소의 공공목장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미경산우와 번식우, 1세미만 소 등 방목대상 53만4천두 가운데 17.6%가 공공목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초지와 방목지 등 61ha에서 젖소 132두를 사육하며 4~11월에 방목하고, 겨울철에는 옥외사육하는 형태의 관리방법을 통해 40%의 소득률을 올리고 있는 홋카이도 소재 시미즈쵸 목장은 일본 산지생태축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영국에서는 임업과 초지, 사료작물을 결합해 가축을 생산하는 이른바 ‘산림축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스위스 등 산악지형이 많아 조건이 불리한 국가에서는 산지 및 임지를 이용한 방목으로 축산물 생산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산지생태 축산을 권장하고 있다.
◆전방위 연착륙대책 추진
물론 산지생태축산을 위해서는 초창기 초기조성 및 관리비용 부담이 클 뿐 만 아니라 과다 방목시에는 환경오염 및 산림훼손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성공사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0년대 초까지 산지축산이 활성화되기도 했지만 국내 산지의 지형조건, 축산농가의 초지축산 기피, 경제성이 높은 타용도 전환 추세 확산, 기술지원 미흡 및 규제강화 등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실패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이에따라 부처간 협업을 통해 지난해 3월 국내 여건에 맞는 산지축산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산지축산 TF’ 를 구성 운영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현장간담회와 심포지엄, 현지방문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마침내 지난해 7월 ‘산지생태축산 활성화 및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초지내 ‘축산체험시설 부대시설’을 추가한데 이어 산림청에서는 농림어업인 등에 대한 가축방목 허용면적을 기존의 3만㎡에서 5만㎡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유림내 조사료용 초본식물 재배지의 가축방목지 허용과 공익용 산지를 제외한 모든 산지에서 가축방목 일시사용 신고 허용도 검토되고 있다.
농진청과 산림청 협업연구과제로 한국형 산지 초지조성·이용기술과 임간초지기술, 산지초지 식생유지기술 뿐 만 아니라 산지생태 양계모델도 개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지생태 축산물의 차별화를 위한 축산물 인증제 개선도 추진되고 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산지생태 축산의 연착륙을 도모해 나가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전방위 대책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축산 ‘블루오션’
정부에 따르면 전국의 산지생태축산농가수는 지난 2013년 10월 현재 419개소.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부딪혀 정체상태에 놓인 한국축산업을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며 그 농가수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취임이후 전개되고 있는 강력한 정책드라이브는 이를 가속화 시키는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산지생태축산이 국내 축산업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축산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는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수 있는 계기가 될수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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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성경일 교수(강원대학교)
산지생태축산 필요성과 기대효과
친환경·경제성 동시 충족
지속가능 축산 위한 대안
1970년대 강원도 대관령을 중심으로 시작된 산지초지축산은 1980년대까지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생산이라는 일정의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초지축산의 기술적 한계, 환경오염문제, 사회적 환경변화 등으로 1990년대 이후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어 왔다. 한편 FTA협정 등 시장개방 확대, 세계적인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사료비 과다지출에 대한 경쟁력 약화를 해소하고, 과도한 밀식 사육으로 인한 가축의 질병, 악취로 인한 민원발생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환경과 농가소득을 동시에 고려하는 축산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21세기는 환경친화형, 저투입지속형, 환경보존형 축산이 핵심이 되고 있어, 젖소나 한우 사육에 따른 가격이 저렴한 사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토지 기반의 확대·정비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상의 관점에서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는 산지를 활용한 친환경 축산 및 생산비 절감의 최적지라고 할 수 있으며, 과거의 반성위에서 산지 초지를 조성하고 이용하되 생태적 관점을 고려한 축산(산지생태축산)이 되어야 한다.
축산측면에서 기대효과를 보면 산지생태축산은 저비용 생산방식으로 산림, 경작포기지, 낮은 이용지 등의 초(풀)자원을 효과적 이용으로 사료비를 절감하여 축산농가의 소득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가축의 생산성은 방목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산지가 많은 일본의 많은 보고에서도 가축의 사료를 임간초지 등의 풀로 대체함으로써생산비가 절감된다는 것을 최대의 장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산지생태축산은 초지 조성 시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 이외에 초지의 유지에 관해서도 생태계의 순환시스템을 최대한 이용하는 농법이다. 가축 분뇨처리가 사회 전체적인 문제인 가운데 임간초지방목은 화학비료 없이도 가축분뇨만을 이용하여 초지를 관리하고 풀사료를 재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산지생태축산은 자연자원의 내재력을 이용해서 풀-토양-소의 자연 순환속에서 축산물을 얻는 농법으로 소비자의 요구(건강·안전·맛)에 대응한 산업방식이다. 가축은 화학비료에 의지하지 않고 생산된 사료를 먹고 자랐으므로 생산된 축산물은 맛이 좋고 미네랄, 비타민 등도 풍부하게 함유하여 산지생태축산은 안전하고 맛있으며 건강에 좋은 식품을 제공하게 된다.
가축이 자연 속에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환경이 확보되어 산지생태축산은 가축의 복지 면에서도 세계의 조류를 앞선 농법이며, 초지의 조성·유지 시에는 소의 발굽과 입을 이용하는 제경법이 기본이 되기 때문에 자재의 투입과 화석에너지의 소비량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개방감 넘치는 초원, 임지가 제공하는 녹색 그늘, 대지와 방목소가 만들어내는 동과 정의 대조 등 산지축산은 도시 사람들에게 평온한 장소를 제공하며, 사회적 필요가 급속히 늘고 있는 환경교육, 자연교육의 장으로서도 귀중한 공간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