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공청 / 심화되는 원유수급불균형, 탈출구는 없나

  • 등록 2014.10.24 10:44:41
크게보기

“농가만 책임지라고”…강력한 의지 바탕 정부대책 나와야

[축산신문 ■정리=이동일 기자]

 

낙농산업이 점점 늪에 빠져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바로 수요와 공급 얘기다. 다행히 범 낙농업계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국민건강, 우유사랑 나눔 캠페인’의 깃발아래 자구노력을 시작했지만 근본대책 마련에 대한 절실함은 여전히 남아있다. 요즘 낙농현장에선 원유수급불균형이 최고조에 달해 결국 쿼터제를 불러왔던 2002년 상황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부에선 낙농가 사이에서 위기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미 쿼터감축 통보를 받고 있는 농가들도 있다는 소문에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수급불균형의 책임을 오로지 농가만 떠안아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높다. 수입산 급증과 소비침체가 생산과잉 못지않게 수급불균형의 원인이 됐다는 시각이 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낙농업계가 나눔 캠페인이란 자구노력에 뜻을 모았듯이, 나아가 근본적인 수급대책 마련에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율에만 모든 것을 맡긴다면 정책은 실종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낙농가들의 불안심리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심화되는 원유수급문제. 지금 상황에서 돌파구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낙농현장의 목소리를 모아서 정리했다.

 

소비부진 수입증가 근본대책 절실…각자 역할 긴요
유업체 국산원료 확대·우유-학교급식 통합운영을
원유수급불균형 공동책임 인식…‘상생’의 길 찾아야

 

 

▲신관우 회장(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충북낙협장)=수급상황이 어려운 것은 알고 있다.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 전에 어떻게 상황을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현재 고려되고 있는 수급 안정화 대책이라는 것이 농가의 감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전에 정부와 낙농진흥회, 집유주체의 역할을 다했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다. 농가의 입장에서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 문제다. 소비가 부진하고, 수입량이 늘어난 것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생산량을 줄여 당장의 위기부터 넘고 보자는 식은 곤란하다고 본다. 농가의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는 약속과 함께 농가들의 동참을 요구하는 것이 맞지 않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홍순철 부회장(낙농육우협회/서울우유, 이하 납유처)=서울우유 농가들도 위기의식은 갖고 있다. 어느 집유주체 소속이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수급불균형의 책임이 낙농가들의 욕심 때문인 것으로 비춰지는 현재의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 분명히 외국에서 들어온 유제품, 수입량 증가도 지금의 수급불균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음용유의 소비량 감소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수입이나 소비감소에 대한 대책 없이 농가에게 생산량 감축을 강요하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물론 농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소비확대 대책과 함께 유업체의 국산원료 활용확대 등의 방안이 나와 줘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은 범 업계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자꾸 농가만 압박한다면 반발심이 생겨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한 갈등이 생긴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위기감을 갖고 함께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경화 지회장(낙농육우협회 충남도지회/남양유업)=수급불균형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농가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책임을 따지기 전에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잘 해결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지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줄어있는 소비를 늘려야 하고, 초과된 공급량은 줄여줘야 한다. 낙농육우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K-MILK 인증사업은 국산우유의 잠재된 소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유업계와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 시유소비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학교우유급식의 확대를 위해 우유급식과 학교급식의 통합 운영도 시급하다. 지금은 각 관련기관이 책임을 미루고 있지만 우유급식과 학교급식을 분리 운영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과 우리나라 정도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책임 소재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당장 재고분유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건강 우유사랑 나눔 캠페인’도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낙농유가공산업의 공익적 활동을 보여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이명환 대표(영흥목장/낙농진흥회)=현장에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수급불균형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단순히 지금의 분유재고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내산 원유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생산되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초과되는 생산쿼터를 소각해야 할 것이다. 소비를 단기간 내에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생산량을 조절하는데 정부가 좀 더 나서야 한다.
지금의 수급상황은 2002년도와 비슷하다. 심각성에 대해 공감대가 필요하다.
농가의 생산량 감축이 시급하다면 정부에서 적극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농가 자율의지로 하는 생산 감축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솔직한 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착유우 도태를 유도하기 위한 지원대책 마련이나 소비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들이 나와야 농가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용욱 위원장(낙농육우협회 청년분과위원회/낙농진흥회)=이미 생산현장에서는 감축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 주변 목장의 경우를 보면 착유우 도태가 상당히 이뤄졌고, 잉여원유가격이 낮아지면서 농가들도 무리하게 생산량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급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고 해서 농가들을 압박하는 것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차원에서 수급조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의 원인이 농가에게만 있지 않다는 상황인식이 중요하다. 소비확대나 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지원책이 나와 줘야 농가들도 따를 수 있을 것 같다. 현장에서는 그간의 대책이나 최근 알려진 추가 감축 대책 등에 대해 농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함께 나눠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

 

▲이환수 지회장(빙그레연합지회/빙그레)=이미 일부 유업체에서는 쿼터 축소를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

고 있다. 원유수급불균형 상황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적으로 농가 책임이라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급불균형의 피해는 낙농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결국 유업체와 상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 낙농가의 운명이라면 원유수급불균형에 대한 책임도 같이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수급상황의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납유량 축소가 점점 확대된다는 점이다. 전국의 모든 낙농가에게 여파가 미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자칫 이런 상황이 농가간의 갈등으로 번지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것이 가장 우려스럽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을 갖고 이해와 양보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어려움은 함께 가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리=이동일
당사의 허락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62. 6층 (우편번호:08793)
대표전화 : 02) 871-9561 /E-mail : jhleeadt@hanmail.net
Copyright ⓒ 2007 축산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