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③>국내 돼지고기 시장 이상기류

  • 등록 2014.10.17 11:09:25
크게보기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최근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삼겹살 부위의 소비가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며 최고 선호부위라는 아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육가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겹살 소비가 예년같지 않다. 재고가 쌓이며 대형마트 등을 통한 할인판매가 아니면 제대로 소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해는 유난히 그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다른부위의 소비량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때 삼겹살 부위는 20% 이상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겹살 후퇴…소비편중 해소 ‘신호탄’

 

올들어 삼겹살-저지방부위 매출 비중 역전현상
업계 전반 긍정 분위기 속 “일시적 현상” 시각도

 

그렇다고 돼지고기 시장 전체가 위축된 것도 아니다. 지난해와 비슷한 출하량에도 불구하고 돼지가격은 훨씬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 시장상황이 그 증거다.
실제로 전지와 후지, 등심 등 이른바 저지방부위의 경우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없어서 못팔정도라는 게 육가공업계의 전언이다.
또 다른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돼지 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를 조금 넘는 삼겹살과 목살, 갈비부위의 매출이 70% 이상을 차지해 왔다”며 “하지만 올들어서는 다른 저지방부위의 매출비중과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삼겹살과 함께 ‘선호부위’의 한 축을 이뤄왔던 목심 소비 역시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저지방부위와 더불어 올해 돼지가격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하고 있다.
‘웰빙’이 강조되고 있는 소비 트렌드로 인해 지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겹살 수요의 감소세가 누적, 시장에서 실감할 수준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 원전사태와 AI발생에 따른 단체급식용 수산물 및 가금육 대체, 국제돈가 상승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내산 저지방부위의 수요를 꾸준히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의 캠핑붐이 목심수요와 함께 전체적인 돼지고기 소비량도 늘어나는 요인이 되고 있지만 삼겹살 부위만 보면 그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양돈업계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겹살에 편중된 극심한 소비불균형 현상이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육가공업계 역시 최근의 고돈가 행진이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나 돼지고기 소비트렌드의 변화추세만을 감안한다면 나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여러부위에 매출이 분산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 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원료육 구입가격의 300~350% 정도를 삼겹살 공급가격으로 책정할 정도로 매출의존도가 높았다”며 “이에 삼겹살 수요만 있으면 다른 부위의 재고가 쌓여도 작업량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지금까지의 육가공업계 현실이 개선될 수 있는 신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다른 부위의 공급이 달리는데도 그간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온 삼겹살 부위의 적체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선뜻 작업량 확대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최근의 추세가 고착화 될 경우 원료육 구매에서부터, 작업량, 매출 및 수익구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영지표의 기준이 달라져야 하는 상황. 하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치 못하는 만큼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게 육가공업계의 입장이다.
문제는 올해와 같은 국내산 저지방부위 수요와 가격이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강세를 보여온 국제돈가가 이전수준으로 내려앉고, 국내산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저지방부위 시장은 빠른 속도로 수입육에 의해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수산물과 가금육의 대체수요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삼겹살이 예년의 입지를 회복하지 못한채 저지방부위마저 무너진다는 것은 국내 양돈업계로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 “최근의 추세가 ‘부위별 소비균형’이라는 국내 양돈업계의 희망대로 귀착되기 위해서는 국내산 저지방부위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확보와 이를위한 가격경쟁력 제고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한 선결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일호 L21ho@chuksannews.co.kr
당사의 허락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62. 6층 (우편번호:08793)
대표전화 : 02) 871-9561 /E-mail : jhleeadt@hanmail.net
Copyright ⓒ 2007 축산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