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主食시대 / 도 넘은 안티축산 어디까지 왔나
■ 특별기고 최윤재 교수(서울대학교·축산물 바로 알리기 연구회장)
한국 축산업은 소비자의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전체 농업분야생산액의 35%를 차지하는 중심축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2010년의 사상 최대의 FMD 발생 및 매년 반복되는 AI로 인하여 우리나라는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축산업과 소비자 사이의 견고했던 신뢰가 크게 손상됐다. 소비자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는 가축 살처분 과정이나 매몰지 침출수 문제가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공개되고 경제성 위주의 공장식 축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축산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진 것이다.
축산 때리기 점점 편향·자극적
지나친 여론 호도, 교과서에까지
부정적 인식 쇄신없이 미래없어
올바른 정보 알리기 범업계 협력
소통·신뢰회복 자구노력 절실
소비자와 축산인 간의 소통과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에 조직적인 안티축산 운동과 매스컴의 잘못된 정보 전달이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안티축산 운동은 채식주의자, 동물애호협회, 종교단체, 환경운동가 단체가 손을 잡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국내외 사이트만 해도 수 십 개에 이른다. 예를 들면 한국채식연합(http://www.vege.or.kr)은 현재 회원수가 2만4천552명, 한울벗 채식나라(http://cafe.naver.com/ululul)의 경우 7만221명이나 되며, 의사 중심의 베지닥터(http://www.vegedoctor.co.kr)의 경우 회원수는 불과 180여명이지만 매년 접속자 수는 15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 단체들은 건강, 환경, 동물복지, 기후변화, 지역사회, 국제적 기아 문제 등의 근거를 들어 채식하는 것이 윤리적인 행위이고 육식하는 것을 비도덕적인 행위로 규정하며 이러한 목소리는 급격히 커져가고 있다.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언론조차 경쟁적으로 안티축산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편향되고 자극적인 정보를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 더욱이 우려되는 점은 초·중·고교 학생들의 교과서와 교재에까지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게재되고 있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축산물 유해론’이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안티축산의 분위기가 조성된 것에는 축산인들의 책임이 크다.
축산을 폄하하는 잘못된 정보들이 쏟아지는데도 바로잡으려는 노력없이 방관으로 일관해 왔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축산환경을 위한 건설적 비판이 있었음에도 오로지 양적 성장에만 치우친 나머지 등을 돌렸다.
사료첨가용 항생제가 금지된 가운데 여전히 성장촉진을 위한 항생제가 이용되고 성장 촉진 호르몬제가 암암리에 사용되고 있으며, 분뇨의 해양투기 금지가 3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처리대책이 미흡한 상태이다.
생산과 환경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산업’이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공장식 축산업은 끊임없는 공격대상이 될 것이다. 10개의 긍정적인 정보보다 1개의 부정적인 정보의 파급효과가 훨씬 크고 오래 가며 여론을 형성하는 법이다. 이미 자극적인 정보에 노출된 소비자들의 마음을 빠른시간 내에 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우리 축산인들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대응과 개선하려는 노력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요, 부지피부지기는 매전필패’라고 했다. 안티축산의 네거티브 전략에 대응하는 원리도 이와 같다. 비록 편향되고 자극적인 내용이긴 하나 그들의 메시지를 이해함으로써 받아들일 점과 반박할 점은 구별하고 발전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 축산물이 건강에 해롭다?
사회적 성숙도 향상에 따라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절대적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대중매체는 자연히 자극적인 소재로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게 되고 그 영향력이 축산물 소비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올해 1월 EBS에서 우유의 유해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우유, 소젖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가 방영되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우유 섭취가 오히려 뼈 건강을 해치며, 여성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근거가 되는 연구 내용들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일부 데이터만을 가지고 내려진 편향된 결론이며 내용이 지나치게 과장됨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수년간의 코호트 추적관찰 연구(cohort analysis)에 근거한 상관관계 조사가 장기간에 걸쳐 활발히 진행되어 유제품의 소비와 건강 및 수명간의 연관성이 높음이 증명되고 있다. 또한 서구인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와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한국인들의 식습관은 서양과 다르기에 우유에서 얻을 수 있는 칼슘, 필수영양소와 생리활성물질의 가치는 훨씬 크며, 국내 연구에서는 우유 및 유제품 섭취가 고관절 질환을 줄이고 골밀도를 높인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아무런 제동 없이 무분별한 정보가 오도되고 소비자들에게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육식 유해론 또한 매스컴과 서적의 편향된 정보로 인해 형성된다.
육식이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며 심장질환 및 각종 내혈관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채식위주의 저칼로리 식단이 건강한 식단이며, 육식이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한 육류섭취는 불균형한 영양소 섭취로 이어져 건강을 해칠 수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육류 섭취는 아직 세계 선진국의 절반에 못 미치는 정도로서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육류는 고급 단백질 공급원이며 생리기능 유지에 중요한 비타민, 미네랄, 필수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성장기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적절한 육류 섭취가 필수적이다.
축산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 전달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음에 ‘반대를 위한 반대’에는 과학적 논리로써 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안티축산의 다른 일면에는 축산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메시지가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SBS에서 방영된 ‘옥수수의 습격’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곡물사료로 키운 소고기의 높은 지방량과 비정상적인 지방산 조성을 문제 삼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곡물사료 기반의 고효율 축산업이 지닌 폐해이다. 균형 잡힌 오메가3:오메가6 지방산 비율이 지방함량 만큼이나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강 축산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오메가3가 풍부한 조사료 비율을 높이거나 원료사료 연구 또는 사료 가공방법 개선 등 육류의 오메가3:오메가6 지방산 비율을 최적화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안티축산의 움직임이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됨을 인지하고 건강한 육류 섭취를 위한 정확한 정보들을 제시함으로써 육류 문화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 축산업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기아를 유발한다?
집약적 축산환경이 야기하는 온실가스 문제, 가축 분뇨에 의한 환경 부하, 악취, 식량분배 문제는 환경론자에 의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이며,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위하여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편향된 시각의 잘못된 정보들로 축산업이 가진 긍정적인 측면을 간과한 채 축산업=혐오산업으로 규정해버리는 점이 문제이다.
작년 MBC에서 방영된 <분뇨사슬>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가축 분뇨의 부적절한 처리로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으며,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분뇨 퇴비화도 어렵다는 내용을 보도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육식의 종말> 등 수많은 서적들이 축산업의 환경문제, 기아문제를 제기하며 육식을 비윤리적 행위로 인식하게 한다.
환경부하 문제 그리고 축산물을 생산하는데 상당한 곡물이 사용되는 것은 축산업의 태생적 한계에 대한 부분이다. 이러한 축산업의 부정적인 면이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집요하게 부각됨으로써 축산업의 진정한 가치를 퇴색시킨다.
안티축산이 축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한 최선을 다해 약점을 소멸시키는 것이 축산인의 의무이다.
환경보전의 측면에서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중심으로 하는 자연 순환형 시스템을 구축하여 축분을 비료화 하고 그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연구를 활성화 하여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식량분배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해 인간과 식량 경합이 없는 양질의 조사료를 개발하고 사양기간을 단축시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환경과 소비자와의 소통을 도외시함으로써 야기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분명히 직시하고 친환경 축산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어야 할 것이다.
축산업의 경쟁력은 국내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로부터 나온다. 안티축산의 조직적인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축산 반대론자들의 논리를 과학적으로 고찰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축산에 대한 오해의 확산을 변화를 위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축산업에 대한 반성을 통하여 미래를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올해 7월 발족한 ‘축산물 바로 알기 연구회’(http://www.livestocklove.or.kr)는 심도 있는 학술연구와 토론활동을 통해 안티축산에 대응하는 과학적 논거를 마련하고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함으로써 축산업과 소비자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축산물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한 초·중·고교 교과서의 안티축산 관련 내용 개정, 축산 및 축산물에 대한 홍보사업, 축산물 애용 캠페인 전개 및 대학별 연구회 관련 동아리 활성화 등 다양한 방향으로 대책을 도입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와의 소통이 부재했던 양적 성장 중심 축산업을 탈피, 소비자 지향적인 지속 가능한 축산업으로 변모하기 위한 전문가 인력풀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매달 열리는 월례 발표회와 일 년에 두 차례 열리는 심포지엄을 통해 축산업이 나아갈 길을 찾고 축산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알림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축산업의 발전적 변화를 이끄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회가 발전하여 본연의 역할을 다 하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학계, 관계, 사료업계, 가공업계, 생산자 단체, 농협, 축협, 관련 연구소, 기타 관련업계의 깊은 이해와 관심 그리고 적극적인 참여가 촉구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