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실천이 정답이다 / 육계
■ 농장탐방 / 경기 안성 한울농장
올해 양계산업은 고병원성 AI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1월부터 시작된 AI는 역대 최장의 발생기간과 가장 큰 피해규모를 기록했으며, 총 548농가에서 1천396만수를 살처분했다. 하지만 겨울철에만 발생하던 기존의 AI와 달리 올해는 여름에도 간간히 발생하면서 양계농가 사이에서 더욱 강력한 차단방역과 기본에 충실한 사양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0년 가까이 양계업에 종사하면서 현재 육계 5만5천수를 사육하고 있는 한울농장 한경택 대표로부터 육계 사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본 사양관리 요령에 대해 들어보았다.
매일 사양관리 기록 습관화
성적 등락원인 쉽게 파악 가능
변수 미연방지·시행착오 줄여
출하 후 깔짚 모두 치우고 소독
찬바람 차단…환기 원활하게
농장출입 차단방역 기본 중 기본
# 닭을 알아야 변수에 대비할 수 있다
유비무환. 사전적 의미로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는 의미다.
한경택 대표는 농장을 운영하면서 이 단어를 중요하게 여겼다.
“농장을 운영하다보면 항상 변수가 생깁니다. 가장 큰 것이 질병이지요. 질병은 AI같이 외부에서 바이러스 균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호흡기 질환, 장염같이 농장 내부에서 발생하는 질병도 있습니다.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닭의 생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특히 농장에서 질병을 겪으면 원인 분석을 통해 이를 기록해놓고 이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닭이 쉽게 걸릴 수 있는 호흡기 질환의 경우 환절기 때 많이 걸리는 것으로 계사의 환기를 잘 시켜주고 외부의 찬 공기를 닭이 직접 맞지 않도록 환기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계사마다 덕트를 설치해 계사 내부의 더운 공기와 가스를 배출시키고 있다”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찬 공기가 항상 아래를 향하는 점을 감안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찬 공기가 계사 위쪽을 향하게 만들어 닭이 직접 찬바람을 맞아 호흡기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덕트의 위생상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계사에서 사용하는 덕트는 비닐 소재로 만들어진 1회용 덕트”라며 “덕트의 청소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해 항상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1회용 덕트를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사육성적 데이터화는 필수
한경택 대표는 양계업계의 배테랑이다. 닭 검정소에서 무려 17년을 근무했으며, 한울농장을 2001년부터 운영했으니 양계업에 종사한 경력은 30년이 넘는다.
닭 검정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모든 것을 데이터화 하고 기록하던 습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경택 대표는 컴퓨터에 엑셀 파일을 통해 사육성적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기록해 관리하고 있다.
물론 계열화업체에서 계열화사업법의 일환으로 사양관리 일지를 요구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데이터노트와 프리노트를 작성한다고.
계군별로 매회 사육성적을 기록해 놓으면 성적의 등락을 분석해 계절적, 환경적 원인을 분석할 수 있고 앞으로의 사육에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농가들에게 메모하는 습관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계사마다 입구에는 메모장이 걸려있다.
해당 계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그때그때 현장에서 기록하기 위함이다.
그는 “일일히 기록하고 데이터화 하는 작업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농가들도 이것이 일이 아닌 습관이 되어야 한다”며 “사육성적이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의 원인을 잘 분석해야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 위생·방역관리는 ‘기본’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해줄 수 있는 충고가 운동과 식이요법이듯, 양계농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과 청소이다.
한울농장은 기본에 충실한 농가답게 계사 청소에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 대표는 “육계농가는 주로 연간 6회전의 사육이 이뤄지는데, 이는 곳 한 달 사육후 한 달의 휴지기가 생긴다는 의미”라며 “휴지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다음 생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라고 설명했다.
출하를 마치고 휴지기가 되면 한경택 대표는 사용했던 깔짚을 모두 치우고 소독해 말리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매번 물청소를 통해 다음달 사육하게 될 닭이 생활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놓는다.
또한 계사 입구에는 각각 별도의 장화를 놓아 항상 입구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농장 일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외부에서의 방역관리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울농장이 위치한 경기도 안성지역은 AI가 발생하면 큰 피해를 입는 지역이라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AI때도 인근의 농장에서 양성판정을 받으며 혹시나 피해를 입을까 걱정도 됐지만 한울농장에서는 외부손님을 잘 차단하며 다행히 피해없이 넘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농장 입구에 AI로 인해 출입을 삼가달라는 문구만 잘 붙여놓아도 외부손님의 출입을 상당수 제한할 수 있다”며 “농장의 방역과 관리는 이처럼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