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현대사 주춧돌 놓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 등록 2014.10.08 10: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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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주년 창간특집 기획

[축산신문 조용환 기자]

 

원로 환담 / 구일회

 

축산원로들, 23년간의 만남 구일회

 

매달 둘째 주 금요일 정오 서울 서초동 한정식 ‘삼정승’은 한국축산이 오늘날 선진축산으로 발돋움 하는데 그 장을 열고, 불을 지펴온 ‘구일회<회장 오봉국(90세·前서울농대학장·現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축산원로들의 모임장소다. 지난 12일 9월 모임은 현재 ‘구일회’ 회장과 총무를 각각 맡고 있는 오봉국 원로와 조병대 원로(77세·前한국종축개량협회장)를 비롯해 송찬원 원로(81세·前축협중앙회장), 김남용 원로(81세·前한국낙농육우협회장), 임경순 원로(80세·前서울대교수), 김진의 원로(76세·前제일사료회장), 김현욱 원로(76세·前서울대교수·現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이수헌 원로(74세·前축산물등급판정소장·現증우대표), 김옥경 원로(前축산국장·現대한수의사회장) 등 9명이 참석했다.

 

1991년 9월 설립…매월 모임 이어가며 축산 주제 이야기 꽃
故 박정희 대통령 축산 발전 구상이 오늘의 선진 축산 결실
구일회 주축 ‘축산 발전 50년사’ 발간 보람…전문언론 역할 주문도

 

이 모임의 명칭은 1991년 9월 설립되어 91(九一)을 붙였고, 축산신문 창간연월(1985년 9월)보다 6년 늦다고 원로 회원들은 손가락을 꼽았다.
최고령자는 최창해 원로(91세·前서울시립대 교수)와 송계원 원로(91세·前서울농대교수)로 1924년생 갑장인데 최창해 원로가 21일 빠르다. 김옥경 원로(71세·前가축위생연구소장)가 막내일 정도로 회원 14명의 평균 연령은 82세다.
특히 회원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성남·용인·안양·수원·천안 등으로 가깝지가 않은데도 매달 9명 내외가 참여할 정도로 출석률이 좋다.
이날 모임은 최창해·송계원 원로와 이근상 원로(83세·前축산시험장장), 오재정 원로(83세·前마니커 고문), 박근식 원로(81세·前가축위생연구소장)등 5명이 불참했다. 병원진료예약 등 특별한 약속을 제외하고는 참여한다. 이처럼 끈끈한 줄을 이어주는 것은 지난 반세기가 넘도록 축산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해서다.
그래서 ‘구일회’축산원로들의 주 대화도 축산이다. 짧게는 50년에서 길게는 70년 동안 축산발전을 위해 관계·학계·업계·단체에 몸담으면서 한우·낙농·양돈·양계 등 축종은 물론 사료·동물약품·가축위생·등급판정·종축개량·유가공·육가공사업 등을 앞장서서 추진하여 대화의 폭은 그만큼 넓고 깊다.
대다수 회원들은 1960년대부터 추진한 축산정책과 사업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1960년대 농림수산부 축산국에서 근무했던 송찬원 원로가 말문을 열었다. 구일회 발기인이었던 故황영구 원로가 당시 축산국장을 역임했는데 故박정희 대통령의 유훈을 받들어 펼친 축산시책 보따리를 풀었다.
1963년 故김선환 박사가 가축인공수정사업 및 한우와 젖소 씨수소사업을 도입하고, 당시 서울농대에서 후진양성에 심혈을 기울인 故육종륭 교수로부터 자문을 받아 가축의 혈통등록·심사·검정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 사업을 촉진시키기 위해 1968년 제1회 한우챔피언선발대회를 밀양에서 개최하고, 2회는 고양에서 개최했다는 것이다.
또 가축개량을 위해 종축이 축종별·품종별로 수입되자 랜드레이스 등록협회까지 생겨나는 등 혼란이 야기됐다. 1966년 설립된 한국홀스타인등록협회와 한국종토등록협회·한국종돈등록협회 등 3개 단체의 업무를 1969년 5월 통합하여 한국종축개량협회를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하게 밝혔다. 오늘날 한국의 젖소가 ICAR(국제가축기록위원회)에서 세계 4위로 우뚝 올라서도록 그 기반을 확고히 다졌던 것이다.
또한 80년대 중반까지 한국종축개량협회·한국낙농육우협회·대한양돈협회·대한양계협회 등 4개 생산자단체가 활용했던 회현동 축산회관이 비좁아 1986년 서초동에 부지 250평을 구입하고, 17억원의 재원으로 축산회관이 건립되기까지의 에피소드도 곁들였다.
이밖에 80년대 초 김현욱 원로 등과 영국대사관 초청으로 축산선진지 연수를 할 때 방문했던 테트라팩社. 그 우유팩 용기는 오늘날 한국유가공산업과 유통업계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올해는 봄에 AI(조류인플루엔자)와 여름에 FMD(구제역)가 발생했는데 왜 논의가 없느냐? 질의했더니 가축위생방역기관과 단체에서 40년간 몸담고 있는 김옥경 원로가 지난 8월 모임에서 발표했다고 했다. 
축산원로모임이라고 하여 축산문제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2인만 모이면 나온다는 정치문제도 나왔다. “국가가 있고, 당이 있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당리당략에 의해 움직이는 여당과 야당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오봉국 회장은 1960년대 중국에서 5년 정도 거주했으나 잃어버린 중국어를 최근 다시금 배운다. 송찬원·임경순·김현욱 원로 등은 북경농업대학의 학위 이수자도 최근 한자가 많이 간소화 되어 간체로 쓰고 있어 중국어를 배운다고 전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세종대왕이 1443년 제정하고 1446년 반포한 한글처럼 좋은 학문은 없다고 원로들은 평했다. 특히 한글의 자음(14개)과 모음(10개)은 영어의 알파벳 보다 우수하다 면서 현재 지구상에 공존하는 몇 백 개의 언어와 글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한국어이며 한글 아니겠느냐? 고 내다봤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원로 9명 가운데 영화 ‘명량’을 5명이 관람했다. 이 영화가 최근 인기순위 1위를 달리는데 대하여 최근 정치권이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음에 따라 대리만족을 한다는 일반인들의 시각과 달리 축산원로들은 “일본 아베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속이 다 시원하더라! 왜인은 키도 작고, 교양이 낮은 해적 아니냐? 민족을 구한 영웅 이순신은 세종대왕과 견주어 전혀 손색없는 인물 1순위”라고 평했다. 하물며 오봉국 회장은 “세계 3대 해전의 하나로 지금까지 관람하지 않은 회원이 있으면 봐라”고 권장했다. 
이밖에 19일 인천아시아게임 개막을 앞두고 인공기가 게양되고 소지함과 관련, 우익단체에서의 일련에 행동과 이성계가 한양으로 수도를 천도한 이후 최근 세종시로 수도를 이전한 뒷얘기도 늘어놓았다. 스위스를 방문했을 때 느낀 예비역에 관한 내용을 H일보에 기고했는데 분량이 많아 2회로 연재됐었다는 얘기까지 원로들의 담화는 100분이 모자를 정도로 이어졌다. 
오봉국 회장은 “구일회는 초대회장을 역임하신 故이용빈 박사(前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故황영구·故김영환(이상 前농림수산부 축산국장), 故김환경·故이재근(이상 前고려대 교수), 故윤희섭(前건국대 교수)·송계원(前서울대 교수) 등 7명이였다” 면서“그 후에 故지설하(前충남대 교수)·故이창구(가축위생연구소장)·故정선부(前축산기술연구소장) 등 많은 회원이 참여했으나 고인이 되고, 현재는 14명이다. 본회를 주축으로 1998년 발간한 ‘축산발달 50년사’는 아주 뜻 깊은 일”이라고 귀띔했다.
이 모임은 초창기에 서초동 제1 축산회관 3층 종축개량협회 故황영구고문실(축산원로의 방)에 회의용 탁자 1개와 의자 11개를 구일회 기금 150만원으로 구입, 비치하면서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오전 11시 전후에 만났다. 중식은 서초동 ‘초당’에서 꾸준히 하다가 故김동곤 원로(前한국육가공협회 부회장)가 2003년 안내한‘삼정승’으로 옮겨 이용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국장이 바뀌면 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대체한다. 축산과학원과 가축위생연구소 등을 방문하여 최근 연구과정과 업적을 살펴보기도 하고, 축산박람회를 견학하여 최근 축산현장도 점검한다. 매월 회비는 2만원인데 찬조하는 축산지도자도 있다.
조병대 총무는 “차기 모임은 쌍십절(10월 10일)이며, 가축방역본부 이주호 본부장이 찬조한다”고 공지했다. 물론 장소는 외부 방문 일정이 없으면 ‘삼정승’이다. 구일회 원로회원들은 지난 29년 동안 한국축산업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준 축산신문이 앞으로도 그 역할을 충실히 다해줄 것을 다시금 주문했다.

조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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