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병원성AI가 남긴 상처는 크다. 살처분 수 등에서 사상최대 피해를 남겼다. 초동대응, 질병전파 등 방역대응에서도 적지 않은 허점을 노출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농축산부는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지난 11일 과천소재 한국마사회에서 ‘AI 방역체계 개선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내용을 살펴본다.
발생위험 ·사육밀집지 방역 관리지구 지정
>>주제발표 / ‘AI 방역체계 개선방안’
박정훈 과장 (농림축산식품부 방역관리과)
이번 AI는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처음 발생한 후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신고, 예방적 살처분, 역학농가 등 202건이 양성판정 받았고, 살처분 수는 520호 1천300만수를 넘어섰다. 역학조사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AI 바이러스가 철새에 의해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확산차단 과정 중 사전예방시스템, 철새 대응, 농가 이행준수, 축산환경, 공감대 형성, 맞춤형 지원체제 등 여러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번 개선안은 이를 보완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AI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마련됐다. 오늘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추가반영할 계획이다.
개선안 기본방향은 사전예방, 발생시 조기종식, 지원 및 보상제도, 추진체계와 R&D 등으로 구분돼 세부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사전예방의 경우 AI 방역관리지구가 들어갔다. 철새도래지 등 발생위험이 높은 지역과 사육밀집 지역을 AI 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해 특별관리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철새대응체계 구축, 차단방역 기준 법제화, 계열화사업자 책임관리제도 도입 등이 포함됐다.
발생시 조기종식은 IT 활용체계 강화, 검사 신속성 제고, 방역조치 효율성 확보, 국민불편·자원낭비 최소화를 골자로 한다.
지원 및 보상제도는 선의농가 보상과 소홀농가 책임강화 등 살처분보상금 지급기준을 구체화하고, 지자체 지원비율 체계를 정비한다.
추진체계와 R&D는 현장방역 확충 등 방역체계를 재정비하고, 부처합동·외국공동 연구를 병행추진한다.
공장식 사육환경 원인 오산…육계 감염사례 적어
감염축 유통않는데 “익히면 안전” 홍보 오해 불러
농가에겐 생존달린 문제…백신 통한 청정화 시급
>>청중토론
▲이창호 회장(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산 생산자는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다. 안전축산물 생산에 최선을 다한다. 허가제는 기준이 있고, 거기에 축산인은 잘 따르고 있다. 동물복지 역시 잘 알고 있고,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축산물 소포장은 한두 사람 개인의견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공감대가 형성됐고 사회적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문성 본부장(하림)=공장식 사육환경이 AI 발생원인이라는 것은 커다란 오산이다. 하림의 경우 육계계사에서는 단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대다수는 오리였다. 예방적 살처분을 반대한다. 괜히 국민들로부터 축산물을 외면받게 한다. 감염축만 빠르게 살처분해야 한다. 역학조사 경로로 가도, 충분히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고 본다.
▲오세을 회장(양계협회)=왜 오리에 집중됐는가를 따져야 한다. 중국과 교역이 늘면서 앞으로도 AI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세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AI 감염축은 절대 유통되지 않는다. 이 점을 홍보해야 한다. “익혀먹으면 안전하다”라는 홍보는 자칫 AI 감염축이 유통된다고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모인필 교수(충북대)=지역차단이 우선이다. 감염축이 나왔다는 것은 이미 인근 30~50개 농장에 전파됐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농장보다는 도축장을 우선 검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료채취 등 농장검사는 전파요인이 된다. 백신접종은 접종범위를 정해놓고, 접근해야 한다.
▲이원복 대표(동물보호연합)=철새가능성도 있지만, 저병원성이 고병원성으로 전이된 것도 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백신 뿐 아니라 예방사료 첨가제를 개발해 AI 피해를 줄였으면 한다.
▲최성천 조합장(대전충남양계농협)=페널티는 자제해야 한다. 농민을 아껴야 한다. 소비자단체의 여력안되면 폐업하라는 말은 삼가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생업이다. 백신을 통한 청정화가 필요하다. 소독약을 선별해서 농가에 공급해 줬으면 한다.
▲배종률 지회장(오리협회 전북도지회)=AI가 발생하면, 기자들이 제일 먼저 온다. 이들이 지역을 헤집고 다닌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방에서도 AI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검역본부로 넘어가면 보통 4일 걸린다. 이 기간 혹시 양성이라면 감염축과 싸워야 한다.
▲정병학 회장(계육협회)=인도네시아, 북한 등에서는 닭을 풀어놓고 키운다. 그래도 AI는 걸린다. 밀집사육이 AI원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이번 AI에서도 육계는 거의 걸리지 않았다. 역학관련 농장 중심으로 방역대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탠드스틸과 관련, 그 효과를 명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시세가 아닌 원가를 보상금 잣대로 삼아야 한다.
살처분 최소화 위한 AI 조기근절 방역시스템 수립
백신접종 공감대 형성 우선·오리산업 대책 필요
동물복지 고려 사육환경 개선…질병저항력 키워야
앞으로도 유입 가능성 커 유기적 방역대책 절실
>>지정토론
▲박창길 위원(한강유역환경청 녹색지역심사위)=AI 유입원인을 먼저 철저히 따져야 한다. 개선안이 철새를 유입원인으로 전제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철새라고 단정하기에는 여전히 근거가 부족하다. 철새 등 야생동물을 유해동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방역조직 확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난 FMD 때 검역본부 내 조직확대가 실효성을 거뒀다고 보기 어렵다.
▲손영호 소장(반석가금연구소)=철새를 유입원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더 이상 유입원 철새를 두고 소모적 논쟁을 벌이지 않았으면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철새도래지 주변 농가를 외곽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장의 경우 신고의식이 더욱 무장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고 해도, 신고가 늦으면 허사가 된다. 방역대 명칭 변경은 살처분 가축 수를 줄일 수 있는 충분한 방안이 된다고 생각한다.
▲문정진 부회장(토종닭협회)=AI는 바이러스와 전쟁이다. 바이러스를 빨리 없애는 것에 방역대책 포인트를 둬야 한다. 일본 등을 벤치마킹해 조기근절 방역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AI 때문에 농가에서는 한명도 입원하지 않았다. 신중하게 다뤄줬으면 한다. 축산 등 농어업은 생명산업이다. 헌법에 나와있을 정도로 소중하다.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 컨트롤타워인 농축산부 권한을 확대하고, 그 방역조직에는 전문가, 유경험자를 포함해야 한다.
▲장형관 교수(전북대)=방역을 농가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규모에 맞는 방역조직이 요구된다. 전문가 중심으로 방역시스템이 돌아가면 초동대응 등 조기종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AI는 주변 여건을 볼 때 앞으로도 재발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상시가동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을 꾸려야 한다. 농가 역시 주체의식을 갖고 방역활동에 임해야 한다.
▲주이석 부장(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매년 20만건 이상 샘플검사를 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 고병원성 AI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AI는 새로 유입된 것이 확실하다.소독약 관리는 철저하다. 백신관련해 준비를 하고 있지만, 실제접종은 공감대 형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FMD 조직확대는 이번 백신접종 청정화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FMD 방역조직이 현장을 지도감독, 교육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김성식 과장(경기도 방역위생과)=이번 AI에서 오리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오리관련 대책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도 중국 등으로부터 AI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살처분 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더불어 선택적으로나마 백신접종을 도입했으면 한다. 오리의 경우 AI 방역관리지구만이라도 12~1월 또는 1~2월 입식을 제한할 것을 제안한다. 철새에 대한 체계적 연구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임정수 과장(전북 김제시 축산진흥과)=방역관리지구 설정에 공감한다. 다만, 방역시설 기준 강화는 규제로 해석된다. 자가방역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철새라는 보이지 않는 유령과 싸워야 한다. 철새에 먹이를 주어서 내륙이동을 막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된다. 김제는 초동대응을 통해 조기종식에 성공했다. 당시 검역본부 파견인력이 많은 도움을 줬다.
▲최광일 대표(세계농장)=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살처분 수를 줄여야 한다. 일본과는 다른 우리나라 가금산업 환경을 감안해 방역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 전실을 계산 안보다는 입구 또는 밖에 설치하는 등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입추허가제는 계군이력 추적 등 질병관리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페널티는 농가의욕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서정희 책임연구원(한국여성소비자연합)=열악한 사육환경을 개선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식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농가들이 애써줬으면 한다. 이번 AI를 통해서도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느꼈고, 가격상승에 따른 피해를 봤다. 축산에 대한 신규진입을 까다롭게 해줬으면 한다. 적정시설을 갖추지 못한다면 진입을 봉쇄해야 한다. 방역 교육만으로 끝낼 게 아니라 사후평가를 통해 실질적 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 교육·홍보, 페널티 등을 과감히 활용해 신고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조희경 대표(동물자유연대)=근본적 AI 대책이 요구된다. 그간 생산성 우선 정책을 뜯어고쳐야 한다. 철새는 바이러스에 걸려도 잘 죽지 않는다. 하지만, 오리, 닭은 많이 죽었다. 밀집사육 등 열악한 환경이 질병저항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동물복지가 푸른 초원에 닭을 풀어놓으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 나은 환경을 제공하면 된다. 축산 사육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좋은 AI 방역대책이 된다.
▲좌장 김재홍 교수(서울대)=이번이 AI 다섯번 째다. 발생 때마다 계속 SOP 등을 개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안되는 것은 사육, 교역 등 환경이 변화한 탓이 크다. 바이러스 역시 변이돼 이번의 경우 H5N8이라는 새로운 유형을 불러왔다. 철새 등 앞으로도 불씨는 여전히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방역대책 역시 능동적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번 방역대책이 실효성을 갖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조언을 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