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신년특집 동행365-소비자와 함께
국내 축산물 생산액이 17조원대 규모를 이루고 있는 지금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육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다. 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각종 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육식의 증가 등 서구식 식생활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육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레스토랑 토크를 통해 이 문제를 짚어봤다. 동행의 주인공은 김성연 안산한우연구회장과 홍성곤 미국호텔협회 한국교육원 이사다.
“FMD사태를 겪으면서 일반인의 고기에 대한 기피증세가 심해진 것 같습니다. 농가들도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오죽하겠습니까.”
레스토랑 토크는 안산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김성연 대표의 한숨으로 시작했다.
김 대표는 외롭고 고단한 선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한우농가이다. 일본선진지 견학후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위인 농가도 풀을 직접 베서 소에게 먹이는 걸 본 후 자신도 풀을 직접 베어 먹였다. 생산비를 아끼기 위해서이다. 농업마이스터대학을 졸업하고, 이번에는 서울에 위치한 KMCI에서 직접 햄ㆍ소시지를 만드는 교육과정을 듣고 있다.
김성연 대표는 “축산농가도 농가 스스로 생산한 축산물을 가공해 판매하거나 문화체험 등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지금은 축산업이 위축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의 고민들을 풀어놓았다.
“요리는 자신 있는데, 고기는 참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육식문화는 아쉽게도 술 문화에서 비롯됐습니다. 삼겹살과 소주를 먹기 때문에 과다한 알코올 섭취는 간과하고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문화를 이제 바꿔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스위스호텔학교를 졸업하고 굴지의 호텔 식음료사업부에서도 근무했던 홍성곤 이사. 지금은 미국호텔협회 한국교육원 이사로 근무중이다. 홍 이사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축산물에 대한 인식까지는 못 따라가고 있다며 질문을 쏟아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 달걀 등 어느 것 하나 요리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식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오해로 인해 축산물이 홀대를 받고 있는 건 저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삼겹살, 목살, 삼겹살, 쇠고기 등심, 갈비 등 주요 부위외에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렇다 보니 가격이 높은 것이 아닌지 궁금합니다. 앞다리와 뒷다리에 대한 소비촉진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성연 대표는 “축산물의 부위별 수급불균형이 결국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것도 유통단계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일 것입니다. 소비자가 신뢰하는 유통단계는 좋은 품질이 적정하게 팔리고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가격이 우선이었지만, 이제는 안전한지, 건강에 유리한지를 판단하고 그 다음에 가격을 봅니다. 소득지수가 높아짐에 따라 좋은 것을 먹고자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동물성 식품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를 좋아하는 것이 죄인냥 사회적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면 그것은 좀 잘못된 일이 아닌가 싶다.
홍 이사는 “식당을 경영할 때 축산물을 직접 마장동에서 구입했습니다. 소비자입장에서 지저분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을 보니 이거 보고 먹기 싫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겠지만, 축산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적이고 안전한 관리인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당연히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안전하고 깨끗한 고기가 생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가 있습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이 있고요. 다만 육류는 유통구조가 복잡합니다. 생산자입장에서는 한우 가격이 3분의 2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고기값이 안 떨어지니 소비자가 불신을 가지고 있는 거죠. 한우가격연동제를 가지고 가면 고기 소비가 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며 홍 이사의 ‘축산물위생걱정’을 차단했다.
이에 홍 이사가 “지방 출장중에 상감한우를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지역마다 브랜드가 있는 것 같은데, 서울에서는 맛보기가 어렵습니다. 한우 브랜드는 몇 개가 있는지요”라고 물었다.
자조금단체 앞장서 축산식품 오해 해소를
정부에선 올바른 식육문화 조성에 나서야
고품질 즉석식육가공품 제공…인식 개선
술 문화서 비롯된 육식, 부정적 오해 불러
범람하는 축산식품 오해에 소비자 흔들
업계선 무분별한 정보에 적극적 대응을
김 대표는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인증한 한우브랜드는 총 29개입니다. 지역적인 특색과 맞물려 여러 가지 조건에 맞춰 키워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자면 한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건데 식육학 석학들이 모인 자리에서 호주, 미국, 뉴질랜드, 한국 등 총 5개국의 쇠고기를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한우가 풍미나 식감면에서 가장 좋았다고 합니다. 한우야말로 수출을 해야 하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축산식품의 목표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두 가지 큰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국내산 축산식품이 자리를 잡으려면 국내산이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축산식품에 대한 대중의 눈높이를 높여야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동물성 식품이 우리 건강에 나쁘다고 생각하는 오해와 진실을 걷어 내는 것이 두 번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설명을 덧붙였다.
“40대, 50대가 햄ㆍ소시지를 먹던 세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매에도 좋다고 하고, 노년층이 섭취해야 하는 식품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육가공품은 주식으로 실질적인 구매가 바로 일어나는 제품이 아닙니다. 해답은 올바른 식육문화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생산자가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정부가 나서줘야 합니다. 비선호부위의 해소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비선호부위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합니다. 비선호 부위가 잘 판매돼야 구이용 부위도 가격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축종마다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축산자조금단체가 모두 나서 동물성 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풀게 하고, 축산식품의 섭취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 해야 합니다.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게 되면 수십년이 지나도 축산물 소비는 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하는 등 국민들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먹일 수 있는 캠페인을 해야 합니다.”
홍 이사도 맞장구를 쳤다. 그는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언론보도에 소비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데도 축산업계의 대응이 좀 아쉽다고 지적했다. 호텔이나 식당가의 상황을 비교했다. 홍 이사는 “뉴스 보도 후 매출극감에 대한 것을 바로 느끼기 때문에 즉시 대응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게다가 햄ㆍ소시지는 노폐우라든지 잡육 등 싼 고기라는 잘못된 인식이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 인식을 바꾸는 것은 소비자인 우리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와 생산자의 공동 노력 없이는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김 대표는 “그래서 육가공공방을 차리려고 하는 것이다. 한우는 건초먹이기랑 만지는 것 말고는 체험할 게 없다. 햄ㆍ소시지 공방으로 체험농장을 운영해 각종 합성첨가제가 안들어 가면 맛도 좋을 것이고 이것을 부모한테 사달라고 할거다. 자연친화적인 컨셉으로 한우를 보면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인식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축산식품의 미래 비전을 들은 홍 이사는 “그렇다. 신선한 식육으로 즉석에서 만든 식육가공품을 맛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뷔페에서 즉석제품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새로운 모델이니만큼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생산농가와 소비자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김성연 대표는
51세.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 졸업. 현재 안산시 상록구에서 한우사육하고 있으며 안산한우연구회 회장, 안산한우작목반 반장을 맡아 안산한우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홍성곤 이사는
42세. 스위스 세자리츠 대학교 졸업. 미국호텔협회 한국교육원 이사이며 과거 육제곱 레스토랑을 경영하기도 했다. 파크하얏트호텔, 워커힐 더블유호텔. 월트 디즈니월드 등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