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처방제 시행 100일…업계 변화
수의사처방제는 지난 8월 2일부터 시행됐으니까 벌써 100일하고도 수일이 지났다. 전반적으로는 걱정했던 것보다 무난히 잘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의사들은 처방전 끊기에 어느정도 익숙해졌고, 농가들도 처방대상 동물약품과 처방전을 발급하는 동물병원을 하나씩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처방전 발급 증가세…축산농가 외 일반인 인식은 크게 저조
축우농가 수의사 왕진비 상대적 부담…양돈·양계 대비 위축
일반약국 동약 취급 확산…수의사 고용 동물병원 개설 활기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상무는 “콜센터 문의는 하루 30~40통 된다. 제도 또는 동물병원 안내가 아직은 많다. 처방관리시스템을 활용한 처방전 발급 역시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홍보부족이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김용석 우일축산약품 대표는 “농가들이 도매상을 방문, 처방대상 동물약품을 찾는 경우가 있다. 이때 처방전을 발행할 수 없는 도매상으로서는 비슷한 효과를 가진 비처방 제품을 권하곤 한다”고 전했다.
농가 외 반려동물 사육자 등 일반국민 홍보 필요성도 나온다. 농가들이야 언론, 세미나 등을 통해 처방제 시행 정도는 파악하고 있지만, 일반국민은 처방제를 아예 모르고 경우가 많다는 부연이다.
농장에서는 처방비 1년간 면제에 따른 처방비 부담은 없지만 왕진료 비용이 처방제 발목을 잡고있다. 특히 양돈, 양계 보다는 축우 등 대동물 농가들에서 그러한 양상이 더 뚜렷하다.
한 수의사는 “축우 농가에서는 왕진료 부담 때문에 수의사 부르기를 꺼린다. 오히려 일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농장을 지속적으로 컨설팅해 주던 양돈, 양계 분야 수의사는 조금 더 바빠졌다. 처방전을 발급받으려고 수의사를 부르는 농장들이 늘어서다.
동물약품 판매는 처방제 이후 비처방제품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베타락탐 계열 항생제 세프티오퍼는 처방대상 품목에 묶여있지만, 아목시실린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처방전 발급에 따른 불편함이 없는 아목시실린이 더 강세라는 것이다. 마크로라이드 계열인 타이로신과 티아물린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보인다.
이지영 신일바이오젠 수의사는 “시행전 미리 쌓아둔 재고를 감안하더라도 처방대상 동물약품 판매는 크게 감소했다. 처방제가 처방대상 동물약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약품 유통망에서는 동물약국 부상이 확연하다. 꼭 처방제가 이유라고는 할 수 없지만, 처방제 시행 이후 동물약품을 취급하는 일반약국이 크게 증가했다. 동물약국은 처방제 없이 판매할 수 있다(주사용 항생제, 주사용 백신 제외)는 조항이 동물약품에 대한 관심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수의사를 고용해 동물병원을 개설, 도매상과 동물병원을 함께 운영하는 것도 동물약품 유통망의 달라진 풍경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