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혁신
생산비를 한 푼이라도 더 낮춰, 수입육과 경쟁하면서도 두당 수익률을 높이지 않을 경우 생존 자체를 장담하기 힘든 저돈가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다보니 이제 생산성만으로 양돈장의 경쟁력을 논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생산성 1등이, 반드시 생산비 1등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그 사이를 메꿔주는 것이 바로 경제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효율성’ 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하다. 지역주민, 나아가 국민으로부터 환영받는 친환경적 축산이 아니면 지속가능한 양돈산업을 담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 만큼 ‘환경’ 까지 만족해야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수 있다는 논리다.
이른바 ‘에코(eco)축산’이 국내 양돈농가에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에코(eco)’ 란 economy(경제) + ecology(생태)의 앞 글자를 따 온 것으로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의미.
경기도 안성의 미래팜스는 ‘에코(eco)축산’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선입금할인 제외 사료값 kg당 500원선
유럽형 신축농장 각 구간 투입비 최소화
수익률 2배 궁극목표 과감히 대규모투자
축분뇨처리 톤당 5천원…음용 가능수준
농장반입 음식까지 살균…다중 차단방역
모돈 900두 번식전문농장 인력 5명 전부
경기도 안성의 미래팜스(대표 안병철)는 극한의 효율성에 도전하는 양돈장이다.
특히 지난 2011년 신축된 제2농장(번식전문농장, 안성시 일죽면 월정리)은 수익률 제고가 ‘발등의 불’이 된 동료 농가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농장설계에서부터 시설, 자재는 물론 농장경영, 하물며 가축분뇨 처리에 이르기까지 농장의 전 과정이 철저히 효율성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것.
10원을 투자해 10%의 추가수익을 올리기 보다, 100원을 투자해 20%의 추가수익을 올린다는 미래팜스의 경영전략이 저돈가시대의 도래와 함께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비육돈사료 비중 40%넘어
미래팜스는 모돈 900두 규모의 2-site 농장이다. 제2농장에서 생산된 자돈은 100일령까지 키워져 일관사육 구조에서 비육전문으로 전환된 제1농장(안성시 화곡리)으로 전출된다.
도드람양돈농협의 전산자료에 따르면 이 농장의 지난해 생산비는 정부가 밝힌 국내 평균치의 80% 수준에 불과했다. 금융이자가 고려되지 않았다지만 신축농장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생산성 저하가 불가피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보니 장기불황의 충격도 상대적으로 덜한편이다. 이러한 생산비를 뒷받침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사료값 부터 차별화된다. 미래팜스는 지난해 사료값으로 kg당 505원을 지불했다. 전 구간 평균값으로 그나마 선입금에 따른 할인율은 감안치 않는 것이다. 농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료비 지출이 많은 농장과는 최대 kg당 1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른바 ‘양돈선수’ 들이 즐비한 도드람양돈농협의 조합원 가운데서도 사료비를 가장 적게쓰는 농장으로 손꼽혀온 전신 구일농장의 DNA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
미래팜스 안병철 대표는 이에대해 “다른 구간의 사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육돈사료 비중이 40%를 상회하기에 가능하다”며 “조합(도드람양돈농협)에서 공급하는 경제형사료(테크노사료)를 사용할 경우 사료값을 더 낮출수는 있겠지만 우리농장의 특성상 효율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 아직 바꾸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가격이 훨씬 높더라도 최종 생산비를 조금이라도 낮출수 있다면 다른 사료를 선택했을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미래팜스의 사료요구율은 지난해 평균 3.0을 기록했다. 앞서 언급된 데로 지금은 다소 떨어진 상태지만 이전까지 MSY 23.5두의 생산성을 유지해 왔다.
“국내 사료 스팩은 기본적으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굳이 다른 구간의 사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사료로 돼지의 건강까지 챙겨야 한다는 것 생각은 이해되지 않는다.”
◆여름철 출하도 평소대로
사료와는 달리 제2농장 신축과정에서는 주변에서 말릴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까지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메이저 축산기자재 회사인 네덜란드의 포큰사로 하여금 시공을 담당케 했다. 유럽형 돈사의 합리성을 우리 실정에 맞게 접목한 것이다.
무창돈사에, 자동화는 기본이다. 무엇보다 완벽에 가까운 단열과 환기시스템 구축은 최고 수준의 생산효율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레탄에 벽돌로 마감된 돈사내부는 영하 21℃까지 외부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도 별도의 난방시설 없이 평상시와 같은 22~23℃가 유지되고 있다.
여름철에는 쿨링패드가 위력을 발휘, 사상 유례없는 지난 여름철 폭염속의 출하 지연사태는 미래팜스로서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 일 뿐 이었다.
안병철 대표는 “우리농장 규모에서 여름철과 겨울철 생산성 저하에 따른 손실만 차단해도 얼마나 이익인가. 더구나 호흡기가 한번만 터져도 최소 2~3억은 깨지는게 기본이지만, 그 가능성도 최소화 됐다”며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사료효율을 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설에 대한 투자가치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25마리 교배 15분이면 '끝'
모돈 5마리당 웅돈을 1마리 배치할수 있도록 시설, 15분 정도면 25마리 교배가 모두 마무리 되는 사례는 유럽형 돈사의 합리성을 엿볼수 있는 또다른 사례. 그것도 한사람만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농장설계 당시부터 아름다운 농장조경까지 감안할 정도로 환경부문에 관심을 쏟아온 미래팜스인 만큼 가축분뇨 처리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끈질긴 설득 끝에 정수기 부문에서는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기존의 활성오니시스템에 2미터의 초대형 필터를 추가로 설치, 사람이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정화능력을 갖춘 가축분뇨 처리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정화 수준을 농장현실에 맞도록 조정, 톤당 5천원의 비용으로 가축분뇨를 처리하고 있다.
외부와 철저한 차단을 통해 농장의 방역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생산비 절감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지대사료라도 살균램프가 장착된 자재 반입고를 거쳐 들여오다 보니 외부차량은 출입자체가 불가하다.
여기에 유럽과 마찬가지로 신규입식돈과 출하대를 구분, 오염원 유입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안병철 대표는 “일단 농장에 발을 딛은 직원들은 퇴근 시간까지는 나올 수 없다. 그러다보니 점심식사도 반입고를 거쳐 공급하고 있다”며 “심지어 부친께서도 돼지 입식후엔 신축농장 내부로 들어가 본적이 없으실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질병이 없다보니 동물약품 구입비용도 줄게됐다. 이제는 의무화된 백신접종 비용도 아까울 정도라는게 안병철 대표의 설명이다.
“주사바늘을 찌르는 순간부터 생산비는 상승하게 돼있다. 돼지열병 박멸대책위원회의 백신중단 위험도 평가사업에 제일먼저 신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효율적인 인력운용은 미래팜스의 ‘에코축산’을 완성하는 마지막단계.
자동화는 물론 작업자의 동선까지 감안한 돈사구조, 그리고 매뉴얼을 통한 농장관리의 시스템화가 실현되면서 모돈 900두 규모의 농장이지만 전 직원이라고 해봐야 5명에 불과하다.
◆주 5일근무 추진도
“미혼자의 경우 초현대식 기숙사를, 기혼자에게는 인근의 고층아파트를 제공하는 등 가능한 최고의 근무환경으로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안병철 대표는 “그러다보니 우수한 인력확보가 가능할 뿐 만 아니라 장기간 근무가 이뤄지면서 호흡도 잘맞는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축산현장에서는 생각하기 힘들다는 주 5일제 근무까지 검토하고 있다.
미래팜스의 ‘에코축산’ 효과는 이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주춤했던 생산성도 회복되기 시작해 올해는 PSY 26두, 내년에는 28두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유후 폐사율이 3% 미만인 생산성을 감안할 때 MSY 25두는 너끈할 것이란게 안대표의 분석.
“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생산비를 실현, 유럽의 양돈을 넘어보자” 는 그의 이상이 현실로 다가올 시기도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인터뷰 / 안병철 미래팜스 대표
‘효율성 극대화’ 농장…10년간의 상상 현실로
시스템 갖춰 유럽과 ‘정면대결’…선투자 중요
기업적 경영마인드 접목…농가 변화 벤치모델
한때는 광고업계의 기린아를 꿈꾸던 미술학도였다. 그러나 부친의 뜻에 따라 자신의 꿈을 접고 양돈 현장에 뛰어든 그는 7년간의 직원생활을 거쳐 농장경영을 맡고 부터 유럽의 양돈선진국을 넘어서기 위한 농장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10년동안 상상해온 농장을 마침내 현실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100억원 이상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였다. 주위로 부터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변화를 시도하는 농가들의 벤치모델이 되고 있다.”
미래팜스 안병철 대표는 국내 양돈농가에 대해 ‘선투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시설과 질병의 안전성, 그리고 시스템의 부재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정신력만 가지고 유럽과 정면대결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 그 밑바닥에는 ‘효율성의 극대화’ 라는 대전제가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효율성이 최우선되는 기업적 경영마인드를 양돈에 접목하고 있다”는 안대표는 “전문가들을 통해 ‘미래팜스’ 라는 CI를 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신축농장 가동 첫해부터 ‘홈런’ 은 없었다. 나 자신은 물론 직원들도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꾸는게 무엇보다 힘들었다.”
이러한 안병철 대표가 생각하는 에코축산의 완성은 동물복지다.
“돈방을 대형화 하는 등 가급적 돼지를 행복하게 키우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육질도 좋아져 높은 수익률로 이어지고 있다”는 그는 “인프라 구축이 없어 지금 당장은 포기한 상태지만 빠른시일내에 100% 동물복지농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