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치의 재발견
축산현장이 신재생에너지의 새로운 개척지로 뜨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전체 전력 생산량의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게 정부 방침. 여기에 탄소배출권 확보가 지상과제가 돼버린 대기업들까지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는 태양광발전사업에 속속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축산현장에 대한 ‘구애’ 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은 간단하다. 축사 지붕을 통해 태양광발전의 핵심인 모듈, 즉 집전판 설치를 위한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산지나 토지 등이 각광받아 왔지만 산림훼손과 관리부실, 효율성 저하 등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데다 별도의 부지확보가 필요하다는 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더구나 신재생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기가격도 차별화, 기존 건물을 활용한 경우 기본단가의 150%(토지 등 지면은 70%)까지 가산된 전기가격이 책정되면서 태양광발전사업지로서 축사의‘몸값’ 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의 식단을 책임지는 식량산업 뿐 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의 원천으로 축산업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3억 투입 월 500만원 농외수익 확보
단열효과·신재생에너지까지 ‘1석3조’
모듈 청소외 별도관리 불필요 특장점
지난달에도 600만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순수 농외소득이다.
한우 120마리를 키우고 있으니 적어도 사료값의 절반은 충당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별도의 시간을 할애 할 필요도, 신경 쓸 일도 없다.
흔히 우리나라 월급쟁이들이 ‘꿈의 직업’ 으로 꼽는 임대사업 얘기가 아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산서리에서 한우 120두를 사육하고 있는 이외준 대표(장포농장)에게 태양광 발전사업은 더 없이 든든한 부업이다. 포항축협 조합장이기도한 이 대표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표현할 정도.
지난해 9월28일 상업용 전기를 첫 시작한 이래 이 대표의 통장에는 꼬박꼬박 월 평균 500만원 안팎의 전기판매료가 입금되고 있다.
한우가격이 생산비이하에 형성되는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장포농장 역시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태양광발전설비를 갖춘 이후로 한시름을 놓고 있다.
이외준 대표가 뜻하지 않게 태양광발전사업자가 된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정부대책을 듣고 축산현장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
“조합장직을 맡고 있다보니 평소에도 축산농가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아이템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나부터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장포농장의 태양광발전시설에는 경북도 지원 1억원과 자담 2억원 등 모두 3억원이 투입됐다. 약 300평 규모의 신축 우사 지붕위에 설치된 모듈(집전판)과 관련설비를 감안할 때 평당 300만원 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는 시간당 99.9kw. 100kw를 초과할 경우 초고압설비로 분류, 시설비가 급상승한단는 점이 고려됐다.
전기판매는 한전의 계열회사인 남부발전과 계약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kw당 270원씩 받기로 하고 12년 장기계약을 했다. 하지만 기존 건물을 활용해 생산된 전기의 경우 기본단가의 150%가 보장되는 만큼 실제 장포농장에게 지급되는 전기판매료는 kw당 400원이 넘는다.
이런 방법을 지난 1년간 전기판매를 통해 올린 수입이 6천만원. 연간 20%에 달하는 고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태양광발전을 위해 축사 지붕위에 설치에 놓은 모듈(집열판)은 단열이라는 시너지효과를 발휘, 여름철 선풍기가 필요없을 정도로 시원한 환경을 가축에게 제공해 준다.
축사를 보는 주민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이외준 대표는 “우선 외관상으로도 최첨단 미래형 건축물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다보니 주민들이 보기 좋다고 하더라”며 “더구나 축산을 통해 친환경에너지까지 생산한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들 놀라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말그대로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반면 별다른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점은 일손이 딸리는 축산현장, 특히 포항축협 직원들로부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조합장일 것이라는 이 대표에게 무엇보다 큰 장점이 되고 있다.
“일단 시설만 설치해 놓으면 끝이다. 전기 생산에서부터 집전, 그리고 전기판매료 결제에 이르기까지 사업자가 신경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끔 에러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그나마 후속관리에 대한 계약을 체결해 놓은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즉각 처리해 준다.”
이외준 대표는 다만 모듈판에 이물질이나 먼지가 많이 쌓일 경우 집전효율이 떨어지는 만큼 정기적인 청소가 자신이 태양광발전사업자로서 하는 역할의 전부라고.
“장기계약이 끝난 이후도 걱정 하지 않는다. 설비의 내구연한이 30년 정도 되지만 어차피 전기생산 6년 후면 원금은 다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지금 수준의 수익은 못올리더라도 전기판매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사업이 모든 축산농가에게 ‘성공사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일조량이 필요한 지역에 입지해야 하며, 축사의 적절한 배치가 전제조건이다. 장포농장 역시 하루 평균 6시간 이상의 일조량을 지닌 포항지역이면서도 우사를 신축해야만 했다. 기존 축사 위치와 시설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
전력거래소를 통해 생산된 전기에 대한 선물거래도 가능하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장기계약을 선택했다는 이외준 대표는 “자신의 농장의 현실을 감안해 철저한 사전 사업성 분석과 믿을 수 있는 시설업체 선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인터뷰 / 장포농장 이외준 대표
축산현장 초기투자 지원…신재생에너지 전초기지로
사료자금 지원 보다 현실적 대안
걸림돌 해소…국가적 장려사업화
“농장특성에 따라서는 사료구매자금 보다 태양광발전시설 지원을 통해 사료값 충당이 가능한 수익을 창출토록 하는게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포농장 이외준 대표는 놀리고 있는 축사지붕을 최고 효율의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축산농가의 태양광발전사업 참여가 국가적으로 장려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초기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농가들의 현실을 감안, 정부나 농협차원의 지원방안 모색이 절실하다고. 일선 조합으로서도 수익성이 떨어져도 운영할 수밖에 없는 각종 경제사업장에 태양광발전사업을 적용할 경우 큰 시너지효과를 기대할수 있지만, 시설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나 농협으로서는 신용이 떨어지는 농가에 대해서도 별 위험 부담없이 지원이 가능하다. 매월 지급되는 전기판매대금에서 융자금과 이자를 제외한 나머지를 농가에 주면 그만”이라는 이대표는 “정부가 농지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농업진흥지역과 절대농지에 설치된 농업용 시설에도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를 가능토록 해놓으면 무엇하나. 축산농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에도 수차례에 걸쳐 태양광시설 지원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이외준 대표는 “지금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전체 전력생산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워낙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인 만큼 짧은 시간내에 공급량이 포화상태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며 “이럴 경우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되는 전력가치도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어 사업성을 상실할 수 있는 많다. 축산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