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발 2년전을 회고하며

  • 등록 2002.03.21 09: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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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헌 편집국장

오는 3월 24일로 구제역 발발 2년째를 맞는다. 돌이켜보면 지난 2년이 짧게도, 길게도 느껴진다. 지난 2년이 짧다함은 실제 2년이란 세월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것이며, 지난 2년이 길다함은 우리는 불과 지난 2년전의 일을 마치 먼 옛날의 일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해서다.
2000년 3월 24일, 우리는 그날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구제역"이란 질병이 60여년만에 재발됐다는 사실 그 자체에 놀랐고, 구제역 발생이후 정부에서 취한 일련의 조치 또한 그것이 긍정적이었든 부정적이었든 그 생생한 기억을 지울수 없다.
우선 구제역 발생으로 우리 축산 수준을 하루 아침에 후진국 수준으로 전략시켰고, 이웃 대만의 구제역 발생으로 공백이 된 일본 돈육 시장의 상당 부분을 우리 돈육이 차지하는 행운도 거기서 끝이 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축산물 소비 위축은 우리 축산업을 위기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구제역 발생이후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는 처음부터 구제역을 구제역이라고 밝히지 않고 "수포성질병"이라고 하는가 하면, 구제역 발생 원인중 하나로 "황사에 의한 것"임을 강조한 것등은 아직도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또한 정부의 완벽한 초동 조치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초동 조치상의 문제를 확인한 취재기자들의 주장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뿐만 아니라 구제역 청정화를 위해 백신 정책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살처분 정책으로 갈 것이냐의 논란도 잊을 수 없다.
아무튼 우리는 이같은 논란과 혼란속에서도 구제역 발생후 1년6개월만에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획득했다. 이는 방역 당국이나 관련 기관 단체, 업계는 물론 모든 축산인들이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청정국 지위 획득을 위해 국제 수의전문가들과의 개인적인 친분과 명성을 바탕으로 눈부신 활약을 한 관계자들의 노력은 앞으로 수의 축산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구제역 발발 2년이 지난 지금, 비록 우리가 아주 짧은 기간내에 청정국 지위를 획득했다고 해서 방심할 일은 결코 아니다. 아직도 구제역 재발의 가능성은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우리 주위에는 중국 등 구제역이 상재하고 있는 국가들이 많고, 그나라의 관광객과 또 그나라를 드나드는 내국인들이 너무나 많다. 거기다 농축산물이 수시로 수입되고 있어 정말이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축산현장에서는 구제역 재발 방지에 대한 인식이 예년같지 않게,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혹시라도 국경 검역의 헛점을 파고든 구제역 바이러스가 있다면 농가들의 철저한 차단 방역으로 막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 하나 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 우리 축산 전체가 끝장"이라는 인식을 가슴깊이 새기고 또 새겨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검역당국도 검역과정의 조그만한 실수가, 설마하는 방심이 우리 축산 전체를 망친다는 것을 다시한번 인식하고 검역에 임해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우리 나라에 구제역이 또 다시 재발한다면 그 첫 번째 책임은 검역 당국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구제역 발발 2년을 앞두고 2년전의 상황을 되새기고, 또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반추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해이해진 방역의식을 다시한번 일깨우는데 있다. 꼭 구제역이 아니더라도 모든 가축의 질병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철저한 방역의식인 것이다.
그런점에서 2년전의 구제역 발생은 우리에게 많은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방역의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그렇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야말로 우리 축산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인식했으면 한다.
뉴스관리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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