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양돈농, 재입식·사료자금 동시 상환 불가피

  • 등록 2013.10.14 10:58:57
크게보기

“지금도 빚더미…어떻게 갚나”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경영공백 후유증·출하재개 시점부터 장기불황   

“농장유지도 간신히…추가 차입 힘들어” 한숨만


FMD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11년 살처분 농장에 포함됐던 경기도 포천의 A씨는 지금도 숨이 턱턱 막혀온다.

애지중지 키우던 돼지를 묻어야만 했던 당시 충격에서는 어느정도 벗어났지만 이제는 경제적인 문제가 그를 압박해 오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정부로부터 받은 돼지 재입식 자금은 물론 특별사료구매자금 원금까지 갚아야 한다”는 A씨는 “더 이상 돈을 차입할 여력도 없는 처지에, 어떻게 정부 지원금을 상환해야 할지 벌써부터 앞날이 깜깜하다”고 털어놓았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FMD 살처분농가들의 한숨이 부쩍 깊어만 가고 있다. 

내년이면 2년거치 3년 균분상환의 조건으로 지원받은 돼지 재입식 자금의 원금 상환시기와 맞물려 1년 사용기간의 사료구매자금 일부(50%)의 원금까지 갚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농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들 두 자금의 상환기간이 길어봐야 수개월 차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경우도 재입식자금으로 받은 원금 3억원 가운데 1억원과 사료구매자금 1억원, 여기에 이자를 합쳐 2억1천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한달 새에 갚아야만 한다. 

물론 경제적 여력이 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금값’ 이던 후보돈을 입식해 정상출하하는 시점부터 돼지가격이 폭락, 돼지를 키워 사료값 대는 것 조차 힘겨운 이들 살처분농가들에게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인 게 현실.

경기도 여주의 살처분 양돈농가 B씨는 “농장운영이 중단되다 보니 각종 빚잔치 등으로 살처분 보상금이 얼마가지 않아 모두 소진되더라. 이후 출하시 까지 돼지사육과 살림은 또다시 빚을 져 충당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면서 “더구나 출하가 재개된 직후에는 돼지 한 마리를 팔면 10만원 가까이 적자를 보기도 했다. 정상적인 농장도 견디기 어려운 요즘, 살처분 농가들의 재정상태가 어떻겠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농장문을 닫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자신이 신기할 정도라는 것.

사정이 이런데도 FMD가 한창이던 시기처럼 드러내놓고 어려움을 호소하기 힘든게 살처분농가들의 현실이다.

또 다른 살처분농가 C씨는 “장기불황속에 양돈농가 전체가 힘들다. 그런데 ‘우리가 더 죽겠다’는 말이 통하겠느냐, 꺼내기도 어렵다”면서 “그러다보니 살처분농가들의 극한 현실이 외부에 부각되지 못한 채 묻혀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결국 돼지값이 갑자기 뛰어 호황이 지속되지 않는한 정부 지원금 상환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 살처분농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에따라 권역내 양돈장 대부분이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던 경기도 지역 농가들은 해당지자체를 통해 재입식자금의 상환기간 연장을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산 부족과 타축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출, 뾰족한 대안이 없는 이들 농가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전까지 빚이라고는 평생 져본적이 없는 내가, 지금은 처갓집과 친구들의 돈까지 끌어다 썼다. 거기다 이자는 매일 불어나고 있지만 솔직히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는 C씨.

지금 그가 생각하는 것은 한가지 밖에 없다.

“정부 지원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혹시 일반 은행돈과 같이 농장을 경매로 넘기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니냐. 어떻게 해서든 농장은 살려야 된다” 

이일호 L21ho@chuksannews.co.kr
당사의 허락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62. 6층 (우편번호:08793)
대표전화 : 02) 871-9561 /E-mail : jhleeadt@hanmail.net
Copyright ⓒ 2007 축산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