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유통은 이제 생산자나 유통종사자만의 관심사가 아닌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분야가 됐다. 그만큼 국민식탁과 축산물이 밀접하다는 얘기다. 단순한 품질 문제에서부터 원산지는 물론 위생, 안전성까지 생산부터 도축 가공 물류 판매까지 국민들의 눈길이 쏟아진다. 그에 따라 새정부도 농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축산물 유통혁신을 꼽고 있다. 유통현안은 무엇이 있는지 키워드별로 살펴봤다.
>>직거래 / 도농상생 효과 크지만 보조적 거래 수단
유통단계별 순기능 발휘가 우선
지난 달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1동 주민센터 앞에서 한우고기 직거래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경북 예천축협이 고척1동 주민센터와 자매결연을 맺은 다음 준비된 행사였다. 특히 이날은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한우 고기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현장이었다.
직거래는 이처럼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거래방식이다. 특히 직거래는 유통비용을 줄여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동시에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때문에 농축산물 유통 개선 방안으로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거래가 반드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만약 A라는 축협이 B라는 도시 지역에서 직거래를 하려하면 해당 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해당 지자체로부터 직거래 행사를 허가받기가 쉽지 않다. 지자체의 장이 지역 상인들의 말에는 귀를 기울일지언정 한번 행사를 하고 끝내는 A축협에게는 냉담하다는 이야기다.
직거래는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있다. 예를들어 어느 아파트 상가에 C정육점이 있다고 하자.
이 C정육점도 축산물 소비에 있어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직거래는 그런 순기능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축협 등 직거래 주체의 입장에서도 특장 차량을 통한 반짝 직거래가 경영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직거래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직거래 개념상 농산물과 축산물은 차별화 된다. 농산물은 그야말로 현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바로 도시에서 거래될 수 있지만 축산물은 도축과정을 거쳐야 하며 위생 안전적 측면도 있다.
따라서 축산물 유통 개선을 논하는데 있어 직거래는 일부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럼에도 농축산물 유통 개선 방안이 논의될 때마다 직거래가 전가의 보도처럼 제시되고 있다.
직거래 이전에 유통 과정의 각 단계별 순기능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순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데 유통 개선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직거래는 보조 수단이요, 틈새 시장을 위한 극히 제한적 거래 방법이다.
>>하방경직 / 산지-소비지 가격연동 안돼…식육점 지육 유통 관행 원인
대형패커 기능 담당 농협 역할 중요
축산물 소비자 가격은 산지 가격 변화에 따라 오르내린다. 그러나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은 일정한 비율로 연동되지 않는다. 흔히 산지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지 가격은 금방 올라가고, 인상폭도 높게 느껴진다. 하지만 산지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지 가격도 그만큼 내려가야 한다. 그럼에도 소비지 가격은 제 때에 인하되지 않는다. 인하폭도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작게 느껴진다. 이를 축산물의 하방경직 현상이라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우선 왜 그런 현상이 생기냐는 것이다. 다음은 그런 하방경직 현상을 방지할 대책은 없느냐는 것이다.
이병오 강원대 교수가 올 연초 축산경영학회에서 이를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하방경직 현상의 원인으로 식육소매점의 구조적 특징과 지육 유통 관행에서 찾고 있다. 즉 식육 소매점의 구조적 특징은 소규모 단순 경영으로 작은 가게에서 많은 이익을 추구하려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또 일정 구역내 독과점적인 위치에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지육 유통의 관행상 특성으로는 소매점은 식육을 구입하여 자기가 구입한 원가에 필요한 이윤을 더해 지육 전체의 목표 수익을 설정한 뒤 여기에 맞추어 부위별 판매 가격을 설정하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아울러 소매점은 당연히 잘 팔리는 소량의 고급부위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여 잘 팔리지 않는 다량의 저지방 위험부담을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하방경직성이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하방경직성의 해결 방안으로 농협의 역할을 강조한다. 농협중앙회가 대형패커 역할을 하고 지역 축협이나 농협 하나로마트가 소매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가 정착되면 하방경직성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패커 / 유통혁신 주도…생산자-소비자 모두에 이익
협동조합 내에서 생산·유통형 구분 육성
생산자는 더 받고, 소비자는 덜 내는 축산물 유통구조를 만들어보겠다는 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패커다. 유통단계와 유통마진을 줄여 보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축산물 생산(조달)-도축-가공-판매를 일관되게 하나의 조직(회사)에서 담당하는 것이 패커의 개념이다.
정부는 패커 중에서도 기업형 보다 협동조합형 모델을 만들어 축산물 유통혁신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을 책임지고 있는 농협축산경제는 최근 유형별로 패커를 분류해 병행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패커를 유통형과 생산형으로 분류한 것이다. 유통브랜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온 농협안심축산을 유통형패커로, 이미 생산서부터 판매까지 일관사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농협목우촌과 부경양돈조합, 도드람양돈조합을 생산형패커로 구분했다. 유통형패커는 전국단위 대형유통을 담당하고, 생산형패커는 지역단위 생산과 권역별 유통을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도 나눴다.
유통형 패커인 농협안심축산은 세 부문으로 나눠 조직과 운영체계를 갖춰 나가게 된다. 산지-유통-판매가 그것이다. 산지의 규모화와 전문화를 통해 전속출하체계를 구축하고, 도축 가공 물류를 하나로 묶어 일관유통체계를 만들다. 그리고 소비자 판매역량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패커의 시장점유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생산을 조합원과 일선축협이 책임지면, 판매는 농협중앙회 안심축산이 책임지는 체계다. 안심축산분사를 이를 위해 우선 조합을 통해 물량을 조달하는 한편 도축 가공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체시설 확보와 협력업체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권역별 도축 가공시설 증축(음성축공 나주축공)과 2개소 인수(2020년까지)를 추진하고 종합물류센터 확충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특히 농협축산경제가 운영 중인 4개의 공판장의 경우 안심축산의 직속 조직으로 편제해 허브기지로 만든다는 계획도 적극 검토 중이다. 판매채널 확대를 위해선 계통매장과 안심전문점, 군납과 급식, 대형유통점, 온라인(IT포함) 판매망을 계속 늘리고 있다. 농협안심축산의 2020년 시장점유율 목표는 안심한우 50%(18.6%, 이하 현재 점유율), 안심한돈 40%(8.6%), 안심계란 20%(5.5%)이다.
생산형 패커 육성(일선축협 브랜드)을 위해선 자금과 마케팅 교육 컨설팅 등 맞춤형 종합지원체계를 갖춰 나갈 계획이다.
농협은 유통형과 생산형 패커가 제대로 시장에서 가동되기 시작하면 유통단계의 축소로 2020년에는 최대 19.2%의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우의 경우 유통비용을 현재의 45.3%에서 36.6%로 최대 8.7%p까지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칼 없는 정육점 / 유통단계·마진 축소·위생 확보…신개념 판매방식
쇼케이스 하나면 일반마트서 위생육 판매
농협안심축산은 지난해 12월 새로운 개념의 축산물 유통방식을 시장에 내놨다. 칼 없는 정육점이 그것이다. 칼 없는 정육점이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유통단계와 마진 축소, 그리고 위생·안전성 확보다. 유통기한도 10일까지 길어지는 장점이 있다.
정육점의 지육가공이나 세절포장 작업 자체를 없앨 수 있는 방식이다. 패커에서 도축 가공 세절 포장까지 완벽하게 작업해 부분육을 소량단위로 산소 포장해 완제품을 공급해주면 판매장에선 쇼케이스에 진열, 판매하면 된다. 단독 정육점도 가능하지만 마트에 설치된 정육판매코너를 칼 없는 정육코너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쇼케이스 하나면 정육코너가 없는 일반마트에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식육기술자도 필요 없다. 일본처럼 편의점에서 축산물을 판매할 수도 있는 개념이다.
2012년 12월9일 서울 강남 대치동에 처음 생긴 칼 없는 정육점. 농협안심축산은 지난 1월28일 강남 영동점을 시작으로 9월 현재까지 22개의 칼 없는 정육점을 확보했다. 올해 안에 150개, 2014년 250개, 2015년 350개, 2016년에는 45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농협안심축산은 핵가족과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칼 없는 정육점의 소포장 판매는 구매 편의성, 품질과 안전성, 그리고 원스톱 쇼핑 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협안심축산은 칼 없는 정육점이 확산되면 주거지 인근의 작은 규모의 마트에서도 손쉽게 믿을 수 있는 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한우와 한돈 등 식육은 물론 양념육까지 취급이 가능해 부분육 소포장 유통혁신을 선도하는 기능까지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협안심축산분사(사장 김용훈)는 정육점에 대한 통제관리가 용이해져 유통질서를 확립하는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외부사입 근절, 둔갑판매 차단, 법적준수사항 관리가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위생적인 포장육 유통으로 국내 축산물 신뢰 제고도 가능하고 소상공인과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면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눈높이 맞춰 다양한 변신 시도…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우리는 육류를 즐기는 식생활을 하면서도 축산물 수급과 유통의 접점에 있는 도축장을 혐오시설이라는 선입견으로 대하고 있다. 1977년 515개에 달했던 도축장은 정부가 제시한 위생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시설을 대상으로 행해진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결과 2013년 6월 기준 87업체의 시설로 축소된 상태이다. 그러나 87개 도축산업시설도 과다경쟁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도축장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는 도축장의 위생수준 향상을 위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단체를 참여시켜 매년 도축장별 HACCP 운용수준을 평가하게 하고 이를 통해 위생수준을 높여왔다. 게다가 도축산업시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09년부터 2015년 7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도축장구조조정법을 2008년 공포했다. 그러나 여전히 도축장 구조조정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도축장 구조조정
정부, 선진시설 구축 적극 지원 도축장, 수익 다변화 노력을
81년부터 구조조정…315개서 87개로
숫자 줄이기 급급 경쟁력 강화 대책 전무
통폐합시 지원 강화 유럽수준 시설 확보
도축비용 줄이고 사업 확장 변신 꾀해야
도축장은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는 공급기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도축장 구조조정은 시설의 대형화를 통해 축산물의 위생수준을 향상해 국제 경쟁력을 갖춰 외국 축산물과의 경쟁력 향상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시행시 정부는 숫자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을 뿐 이에 상응하는 정책은 전무했다. 도축장은 축산물의 처리과정을 수행하는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종사자의 폐쇄적인 경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축장의 표준 설계도와 경영에 관련한 제반사항을 오롯이 경험에 의존 하고 있다.
도축장은 과거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시·군·읍·면 등 인구 밀집지역이면 대부분 1개소 이상 운영됐으며, 오지의 경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관영도축장도 상당수 존재했다. 이후 1977년부터 전국에 난립된 도축장을 1시군 1개소 이하로 정비토록 하는 등 도축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도축장의 구조조정 정책은 1980년 이후 2차에 걸쳐 진행됐다. 1단계로 1981~1993년까지 권역화 사업을 통한 50% 구조조정은 각 시도별로 권역을 설정하고 관영 도축장을 폐쇄하고 민영 도축장 통폐합을 추진해 315개에서 161개로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이와 더불어 도축장의 신규 허가제한과 정비대상 도축산업시설을 지정하는 등 구조조정에 관련한 제도를 시행해 1993년 행정규제 완화 조치에 따라 LPC(축산물종합처리장) 사업을 종료했다.
2단계로 시행된 1992~1997년 ‘도축장 시설기준 강화를 통한 50여개 구조조정’은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 규정한 도축산업시설 기준에 못 미치는 도축산업시설은 허가를 취소하는 방법으로 162개에서 115개로 구조조정하고 사업을 종료했다.
도축장의 가동률은 돼지를 기준으로 매년 50%수준을 보이다가 2007년에는 46%까지 하락했다. 이는 도축물량의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며, 도축장 경영악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도축장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시설 보완이 필요하지만 경영악화는 위생시설의 투자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09년 2월 ‘축산물 안전관리 정책방향’을 통해 전국 도축산업시설의 ‘권역별 배치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도축장구조조정법 제정을 통한 구체적인 폐업지원을 도축장 구조조정추진협의회를 통해 자금을 조성하고 폐업절차를 지원키로 했다. 협회에서는 폐업 도축장에 보상금을 지급할 때 폐업지원금의 50%를 정부에서 지원함으로써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정책이 마련됐다.
그러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11개 도축장을 구조조정하고 구조조정자금 109억 원을 집행했다. 경매 처분되거나 허가권을 취소한 2개 업체 포함 총 13개소 도축장이 폐업했을 뿐이다.
현재 가동 및 휴업 도축장수는 일반 도축장 60개, 축산물도매시장ㆍ공판장 12개, LPC는 7개이며 이중 거점도축장으로 선정된 도축장은 11개이다.
도축장 경영자들은 낮은 도축수수료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과, 은행 등 차입금 이자비용이 과다한 것과 도축두수의 확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도축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외연확장이 불가능한 한정된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곳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도축산업은 임가공, 즉 수수료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고정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가동률을 제고하지 않으면 경영악화를 벗어날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거점도축장으로 선정된 도축장도 유통합리화를 추구하겠다고 나섰지만 선정 후에도 경영여건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 충분한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도축산업에 물리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시설현대화를 통한 시장에서의 차별화를 통한 구조조정방법이 동원됐고 구조조정특별법을 시행하고 더 강력한 도축장구조조정방안으로 거점도축장 선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 무위에 그치고 있다. 권역별 도축장 건설 시 장거리 생축수송에 따른 감량과 품질저하가 제기되고 비절식출하에 따른 사료낭비뿐만 아니라 품질저하는 제처 두고 라도 도축장에서 처리해야할 정화시설도 지금 과부하가 걸렸다. 기존의 건물과 시설, 기자재로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안전, 위생을 충족시키는 어렵다는 것이다.
유럽 축산선진국처럼 좋은 시설을 갖추고 2교대, 3교대 등으로 도축 마리당 고정투자비용을 줄여야 할 것이다. 현재 신선육가공업은 현재 3천여 개에 이르고 정육점은 5만여 개에 이른다. 이 모든 산업을 끌어안지 않고 도축장만을 감축하겠다고 하니 계속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도축업 단독으로 경영하기 어려우므로 도축, 가공, 도매유통의 수직적 통합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과 같이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뿐만 아니라 일반기업들도 최신 도축장을 지을 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3개소 이상 도축장이 통폐합 할 경우 장기 저리 융자지원 등 보다 적극적인 메리트 없이는 도축산업에 발을 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화하는 육가공업계
‘곱창’ ‘족발’ 등 홀대받던 부산물 이색 상품화
1차 육가공업계 영역확장…불황타개 열의
소비자 기호 맞춰 제품 고급·다양화
일선축협·양돈농협도 상품화 나서
FMD 이후 1차 육가공업체가 변하고 있다. FMD 파동과 계속되는 소, 돼지값 강세, 한미 FTA, 한 EU FTA 체결까지 잇따른 대외변수가 악재로 작용해 1차 육가공업체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전국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가구로 전체가구의 30%에 이른다.
이렇다보니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레토르트 및 냉동식품 시장이 성장했다. 그 결과 신선육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대형 육가공회사들도 누계 손익은 다들 적자 경영을 하고 있다. 소, 돼지 부산물가격 폭락, 부위별 소비불균형으로 경영은 지속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1차 육가공업체는 이제 2차 육가공산업에 뛰어들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현 시대는 세대별 식문화가 다양하고,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오랜 전통음식의 소비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에 맞게 재구성되고 있다.
한우의 1차 육가공업체는 소 부산물의 악순환을 개선하고자 기존 냉동으로 유통하던 부산물을 품목을 다양화해 냉장 포장육 형태로 목뼈찜, 사골, 잡뼈, 도가니, 수지, 사골과 잡뼈를 혼합상품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일선 축협들도 한우부산물 소진을 위해 설렁탕, 곰탕 등을 생산하고 있다.
초원육가공은 판매장과 식당을 열기도 했지만 탕종류는 OEM으로 생산해 보관비 등 마진은 없애고 소진하는 것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이와 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곰탕, 설렁탕, 갈비탕, 도가니탕 등을 직접 제조해 식당에서 판매하는 것은 물론 레토르트로 포장해 판매하는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매장도 눈에 띈다.
돼지의 두내장 가격은 FMD이전에는 1만5천원의 평균가격을 유지했지만 수입으로 대체되면서 국내산 부산물은 5천원까지 내려가는 등 심각한 돈 부산물 폭락을 맞이했다. 그렇다보니 각 업체들마다 돈육부산물을 이용한 상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팜스코는 부산물 제품의 도매유통에서 벗어나 2차 가공제품을 생산 유통을 병행하고 있다, 양념곱창, 제육볶음, 돼지껍데기 등 부산물 3종을 론칭했다. 곱창과 껍데기, 머릿고기를 활용한 제품들로 모두 돈 부산물을 원재료로 하는 2차 가공품이다. 또한 족발을 활용한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돈마루는 맞춤형 상품에 주목했다. 주부들이 아기에게만큼은 한우를 먹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착안했다. 워낙 소량이다보니 식육판매장에서 작업해 주기 힘든 상품이다. ‘한우 이유식용(다짐육)’은 한우의 설도와 우둔 등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별해 근막까지 제거해 생산된 부드러운 상품으로 곱게 2번 갈았을 뿐만 아니라 이지컷으로 보관이 용이하도록 50g씩 6개 한세트로 300g으로 구성했다. 바비큐장을 찾는 고객을 위해 숯불구이용 삼겹살과 목살, 소시지를 묶는 편리성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마련했다.
선진이 선보인 ‘선진포크 나비목심’은 목심을 나비 모양으로 자르는 일명 ‘버터플라이 커팅’과 양면을 10mm 간격으로 깊이 3mm로 엇갈려서 칼집을 내 육즙을 보존하고 식감을 높여 고기를 더욱 부드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문양돈농협의 변화도 주목되고 있다. 대전충남양돈조합은 축산물 직매장을 선보여 수많은 품목을 내놨다. 이미 햄제품, 양념육 돈까스 등을 만들어 사업영역을 확장했으며, 최근에는 부산물을 통해 족발로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부경양돈농협은 이미 신선육에서 포크밸리라는 이름을 알리고 햄, 비엔나 소시지 등의 상품을 개발한데 이어 스테이크, 훈제족발, 족발 바비큐 등의 다양한 상품군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도드람양돈농협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순대전문점을 개장하며 본격적인 식품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처럼 1차 육가공업체들은 축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상품군을 출시하는 식품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