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품 수의사 처방제가 1년 6개월간 유예 끝에 8월2일 시행에 들어간다. 하나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해 관계자에 따라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의사 처방제 도입에 공감대가 형성돼 왔던 것은 우리 축산물의 안전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 수긍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막상 수의사 처방제 시행을 앞둔 지금 축산 현장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오늘 좌담회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본다.
<참석자>
□사회 : 장지헌 본지 편집국장
□토론자
-김태융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총괄과장
-김옥경 대한수의사회장
-강석진 한국동물약품협회장
-김재홍 대한수의학회 이사장
-황윤재 한국양돈수의사회장
-김영석 한국동물용의약품판매협회장
-남인식 농협중앙회 축산컨설팅부장
-이병모 대한한돈협회장
-김연화 소비자단체협의회장 (이상 발표순)
■일시 : 2013년 7월 24일(수)
14:00~17:00
■장소 : 제2 축산회관 회의실
■주관 :
□정리 : 이일호 부장·김영길 차장
□사진 : 김길호 부장
시행단계 철저히 다듬어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로 연착륙 이뤄야
▲사회=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처방제 시행을 코앞에 두게 됐다.
처방제는 축산, 수의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의사 처방제가 도입되기까지 충분한 여론 수렴 절차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여론 수렴 당시와 처방제를 시행하는 단계에서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수의사 처방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만큼 현재 상황에선 시행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이 자리는 수의사 처방제 시행에 앞서 예상 되는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수의사 처방제가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수의사 처방제와 관련, 기관 단체별 입장을 다시 한 번 들어본 다음 처방제 안착을 위한 좋은 의견을 듣고자 한다.
▲김태융 과장=처방제는 축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농가 약품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은 물론, 축산물 신뢰 제고, 국민건강 증진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불량식품을 근절하고, 안전식품을 제공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처방제는 수많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서 도입됐다. 특히 농가의견을 충실히 반영했다. 예를 들어 축군별 처방, 농장 상시고용 수의사의 처방전 발급 허용 등이 있다. 처방전 유효기간은 7일, 투약일수는 30일이다.
더불어 수수료 상한선과 1년간 수수료 면제 등을 통해 농가 경제적 부담을 완화했다.
이밖에 처방관리시스템, 콜센터 등을 구축해 농가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힘썼다.
정부에서는 처방제 시행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보완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농가, 수의사, 동물약품 업계 등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야 처방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김옥경 회장=처방제는 보다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려는 의도다. 축산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다.
시행초기 농가 불편을 덜 수 있도록 처방대상을 최소화했다. 동물약품 판매액 중 15%선으로 97개 성분, 1천100여개 품목이다.
더욱이 항생제의 경우 처방품목을 대체할 제품이 많다. 대체제를 활용하면 된다.
수의사 부족 문제는 산업동물 임상연수원 설립을 통해 실타래를 풀어갈 계획이다. 자가진료 허용이 결국 양질 수의사 배출을 저해했다고 볼 수 있다. 처방제가 수의사의 산업동물 분야 진출을 독려할 것으로 본다.
산업동물 수의사 양성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축산업을 발전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충남에서는 지자체가 수의사 진료비 중 일부를 지원한다. 이것이 수의사 진료를 활성화하고, 농가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
▲강석진 회장=안전축산물을 좇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처방제 역시 그렇게 출발했다.
다만, 동물약품 오남용을 막는다는 취지가 자칫 현장에서 동물약품 오남용이 심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수의사 처방제 시행 전이지만 농가 수준은 상당하다. 무분별하게 동물약품을 쓰지 않는다. 오남용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동안 막연한 오남용 인식을 처방제를 실시함으로써 오남용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여긴다.
배합사료용 항생제 금지 시, 동물약품 업계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능동적으로 대처했고, 나름대로 잘 견뎌내고 있다.
처방제도 도입단계에서는 다소 매출하락이야 있겠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
처방제, ‘우리 축산물 경쟁력 높일 강력한 무기’ 인식서 출발
동약비용 절감·생산성 향상·축산물 안전성 확립 순기능 기대
수의사 밥그릇 챙기기 오해 불식…시행착오 최소화 공동노력
▲김재홍 이사장=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처방제 막차를 탔다. 처방제는 소비자에게 안전축산물을 공급한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렇지만, 도입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너무 양보를 했다. 결국 누더기 처방제 꼴이 됐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차별화라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 처방제는 우리 축산물의 안전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제도로서 기능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 축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처방제가 가야할 방향이라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수의사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오해가 남아있다. 수의사는 축산업과 동반자다. 농가들도 이를 알아줘야 한다.
시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어쩔 수 없다. 그렇기에 이를 보완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동물약품 무상공급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가격 등 시장질서를 왜곡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검토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백신 처방대상 포함·축사별 처방 낭비요소 우려…수정 보완을
긴급히 써야하는 해열제 등 처방 대상 약리학적 재검토도 필요
농장 전담 수의사제도 도입…소규모 농가 위한 축협 역할 긴요
▲황윤재 회장=처방제를 통해 수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견해는 맞지 않다. 오히려 불편하게 만든다.
처방전값 5천원을 받아서는 수익이 되지 않는다. 하루에 여러농장을 가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PRRS 농장을 방문했다면, 2~3일 다른 농장을 가지 못한다. 이것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농장 담당 또는 지정수의사 제도를 제안한다.
정부에서는 소모성질병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이것을 지정수의사 제도와 연계했으면 한다.
수의사는 농장에 가면 소방수 역할을 한다. 질병을 치료하고, 생산성 향상을 돕는다. 농장에서는 수의사를 더욱 적극 활용해야 한다.
▲김영석 회장=동물약품은 치료가 아닌 예방의학이다. 개인적으로는 양계농장을 운영하면서 백신 프로그램을 쓴다.
10년간 무질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달에 한번 굳이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반문하게 된다. 그것도 축사별 처방이다. 농장입장에서는 완전 낭비요소다.
시행단계는 다듬을 필요가 있다. 항생제를 먼저 적용해 보고,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는 것이 혼란과 시행착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약리학적으로도 재검토해봐야 한다. 해열진통제의 경우, 처방제를 끊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때가 있다.
동물병원에서는 진료, 처방, 판매가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도매상은 처방제에 발이 묶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극히 제한적이다. 기존 유통망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자가진료를 안좋은 것이라고 몰고 가면 안된다. 수의학을 전공한 사람만이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현장에서 겪은 경험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수의와 축산이 연계돼야 하고, 함께 가야한다.
▲남인식 부장=농협에서는 100여개 동물병원과 120여명 수의사들이 조합원에게 수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허가제, 차량등록제, 분뇨처리 등이 몰리고 있는 이때 하필 처방제가 도입되느냐고 따져묻고 있다.
축산물 가격하락 등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처방제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우 번식농가의 경우 인공수정료 2만~3만원 내는 것도 지원해 달라고 할 정도다.
조합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해당품목이라면 당장 판매에 제약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양돈·양계는 계약진료, 한우 소규모농가는 공방단·공수의사 협조체계를 검토해봤으면 한다.
조합에서는 지도지원 사업으로 진료비 지원을 해 왔다. 처방제가 시행되면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조합장과 협의할 계획이다.
일반약국이 동물약품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동물약품 유통망 변화에 조합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병모 회장=처방제는 안전 축산물 생산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 수의사 영역확대로 가서는 절대 안된다.
농가 부담은 최소화해야 한다. 과연 수의사들이 농가에게 신뢰를 줬나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실력없는 수의사 때문에 비용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없었으면 한다. 수의사들이 질병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마취제, 호르몬제 등을 제한적으로 우선 적용하고, 이후 농가적응 상황에 따라 점차적으로 대상품목을 확대했으면 한다.
백신의 경우 프로그램화돼 쓰이고 있는 데 굳이 처방대상으로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농가단위 처방전 발급을 제안한다.
똑 같은 제품을 축사별로 처방하는 것은 낭비다. 매월 단위 역시 검토해 봐야 할 사항이다.
▲김연화 회장=처방제는 우리나라 축산물 경쟁력 확보와 국민보건 향상 차원에서 빨리 가야 한다. 소비자 단체는 적극 환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이 자리는 소통의 자리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담 증가에 따른 농가 거부감은 충분히 이해간다. 규제일변도는 산업을 어렵게 한다. 산업활성화를 감안해야 한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생각보다는 점진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풀어간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급하다보면 범법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 법 이전에 이해당사자간 풀어가는 과정이 요구된다.
안전을 최우선하고, 나머지는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현장에서는 동물약품이 적정량 쓰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수의사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소비자단체들도 처방제를 통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고 보고, 국내산 축산물을 애용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사회=동물약품의 수의사 처방제 시행 단계에서 축산 현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소규모 한우 농가의 경우 부담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처방수수료보다 왕진료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관행적 백신 프로그램조차 일일이 수의사 처방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농장별 전담수의사제나, 지정 수의사제 등의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또한 소규모 농가의 왕진료 부담에 따른 문제는 축협의 역할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무튼 수의사처방제는 처음 시행되는 만큼 현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축산물의 안전 경쟁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이 제도가 궁극적으로 우리 축산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제는 정부따로, 단체따로, 농가따로, 축산따로, 수의따로가 아닌 모두 하나가 되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장시간 의미있는 좌담의 시간을 함께해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수의사처방제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으로 지정된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직접 진료한 수의사가 직접 조제·판매·투약하는 것.
-또한 농가에서 타 판매업소에서 해당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구매를 원할 경우 처방전을 발급해 처방전에 따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취지
-동물약품 오남용에 따른 축산물 내 동물약품 잔류 및 항생제 내성문제 예방을 위한 동물약품 안전사용 체계 구축 필요
-축산식품의 동물약품 잔류 등으로부터 국민건강 보호와 축산농가의 경제적 손실방지, 국내 축산업 경쟁력 제고
-축산식품 등을 통한 항생제 내성균의 인체전파 가능성 예방
◆추진경과
-수의사처방제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실시(07.5~07.11)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6개)가 합동으로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 종합대책’ 수립·발표(07.12)
-수입산 쇠고기 문제, AI 등을 계기로 ‘식품안전종합대책’을 발표(08.7, 국무총리실) : 11년부터 수의사처방제를 도입키로 함
-농식품부, 생산자단체, 동물약품협회, 대한수의사회가 참여하는 TF 구성 운영(8회)
-국회 공청회 개최(10.7)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관련단체·소비자 의견 청취(11.12)
-약사법(12.2), 수의사법(12.2) 개정법률안 공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고시 제정(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