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2일 경기도 양주 소재 양돈장에서 슬러지 청소를 위해 정화조에 들어간 농장주 아들과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로부터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지난달 14일에도 경남 거창의 한 양돈장에서 가축분뇨 이송배관의 돈분제거를 위해 정화조 진입을 시도하던 농장직원과 농장주 부인이 돈분에서 발생한 황화수소에 질식사,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정확히 3년전인 2010년 5월14일 경기도 평택의 한 양돈장에서도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었죠. 양돈장 정화조가 막히자 수중모터를 동원해 청소 작업을 하던 2명의 외국인근로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이들을 구하려던 농장주 부자까지 차례로 참변을 당한 사고였습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잃은 채 망연자실해 있던 미망인과 가족들의 심경을 생각하니 사고 현장에 도착하고도 막상 취재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황화수소 농도 100ppm부터 후각 마비·700ppm 초과시 1~2회 호흡만으로 사망
매년 3명 이상 인명피해 발생…안전장비 없이 구조작업 벌이다 2차 사고 발생도
충분한 교육 통한 작업수칙 숙지…각종 안전장비 산업안전보건공단서 무상대여
최근 정화조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급기야 정부까지 나서 위험경보를 발령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양돈장 정화조 청소작업 과정에서 모두 1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산재보험 처리과정에서 확인된 것인 만큼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3명 이상의 인명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음을 짐작케 합니다.
더 이상 양돈현장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입에 발린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 각별한 주의와 안전수칙 준수가 절실함을 다시한번 강조해 봅니다.
▶죽음의 가스 황화수소
정화조 작업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은 원흉은 바로 황화수소입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돈분이 부패하면 정화조 내부는 인체에 치명적인 고농도 황화수소가 가득찬 죽음의 공간으로 변하게 됩니다.
황화수소의 경우 그 농도가 20~30ppm이 되면 후각신경세포가 피로하게 되며 그 이상의 농도로 증가되더라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100~200ppm의 농도로 되면 후각신경이 마비, 황화수소에 대한 거부감이 감소되며 보다 높은 농도의 황화수소에 대한 경계도 저하됨으로써 위험으로부터 탈출할 기회를 잃고 맙니다.
특히 황화수소의 농도가 700ppm을 초과할 경우 혈액 중 산화능력을 초과, 신경세포를 공격하여 신경독성작용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돈사 정화조 내부에서 고농도의 황화수소에 노출될 경우 눈이나 호흡기의 자극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순간적으로 1~2회의 호흡만으로도 의식을 잃고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그림자 없는 죽음의 가스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입니다.
▶안전불감증이 원인
변을 당한 농장주와 가족, 그리고 작업자들은 황화수소에 의한 질식사고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산소 및 황화수소 등 가스농도측정, 환기 및 공기호흡기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작업수칙을 이행하지 않고 정화조 내부에 들어가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2차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재해를 당한 동료 작업자를 구조하기 위해 아무런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그냥 따라 들어갔다가 함께 질식되어 목숨을 잃다보니 정화조 작업 중 발생한 사고를 보면 2명 이상이 사망하는 피해가 대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안전수칙 준수없이 정화조 사고를 당한 작업자에 대해 이뤄지는 구조작업은 동반자살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물론 갑작스런 사고에 당황할수 도 있고. 단 일분일초라도 빨리 생명을 구하려는 마음에 안전수칙을 잠시 잊을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 생명이 위협당할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밀폐공간 안전수칙 이렇게
정화조 안전사고는 예방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전문가는 “저장조에서 발생하는 인사사고는 대부분 가스 질식이 아닌 산소결핍이 원인”이라며 “저장조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얼굴을 집어넣는 행위만으로 사망할수 있을 뿐 만 아니라 방독면에만 의존해서도 안된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다보니 정화조 작업전 뚜겅을 열어놓는 것만으로 안심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합니다.
저장조 뚜겅을 열어놓는다고 해도 슬러리를 빼낼 때 그 안에 녹아있던 가스가 분출되며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산소를 다시 밀어냄으로써 산소농도가 매우 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산업안전관리공단은 정화조 작업시 ‘3대 안전수칙’ 준수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작업전과 과정중 반드시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측정과 환기를 실시하고 구조작업시에도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산업안전관리공단이 말하는 안전작업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작업자 안전교육실시
작업위험성을 인지하는게 중요하겠죠. 가스농도 측정 및 환기방법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재해발생시 대처요령과 구조방법에 대해서도 습득해야 합니다.
②출입금지표지-안전장비구비
저장조 입구에 반드시 출입금지표지판을 설치, 위험성을 알려야 합니다.
산소농도 및 유해가스(4-gas)농도 측정기, 환기팬, 공기호흡기, 송기마스크, 무전기, 구조용 장비도 사전에 확보해야겠죠. 생명을 지키는 장비입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무상대여가 가능합니다.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www.kosha.or.kr)에 접속해 신청하면 됩니다.
③가스농도측정
산소의 경우 18%~ 25%가 적정농도입니다. 황화수소와 메탄등 가연성가스의 농도는 10ppm 이하여야 합니다. 이산화탄소는 1.5%, 일산화탄소는 50ppm미만이어야 안전합니다.
④환기실시
작업전과 작업중 계속 환기가 필요합니다. 작업전 기적의 5배 이상을 외부공기로 환기가 이뤄져야 합니다. 다만 작업중 가스농도가 정상일 지라도 작업중 스컴층 또는 퇴적물층의 파괴로 황화수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할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환기와 가스농도측정이 뒤따라야 겠죠.
⑤감시인 배치
작업상황을 지켜보고 관리할수 있는 감시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항상 작업 및 출입자현황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안전조치 없는 구조는 자살행위
재해자 발생시 아무리 급해도 안전장비 착용없는 구조작업은 위험천만한 행위입니다.
일단 주변 동료작업자나 119에 연락, 호흡용보호구를 착용하는 등 안전조치후 구조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제공: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