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축산분야에서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고 있는 것이 바로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이다. 유통단계 축소, 비용절감, 위생안전성 관리수준 강화 등이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유통구조개선의 방향이다. 그 안에는 협동조합의 역할에 거는 기대도 크다.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은 새 정부에서도 유통분야 최대의 화두로 거론되고 있다. 농협축산경제는 현재 농협목우촌과 농협안심축산을 쌍두마차로 축산물 유통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목우촌은 축산가공식품의 최강자로, 안심축산은 직거래 즉 유통단계를 대폭 줄이는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농협축산경제의 유통 쌍두마차가 걷고 있는 길을 따라가봤다.
국내 육가공식품 품질 향상 이끌어
>>농협목우촌
100% 우리고기 사용…육가공 시장 선도
국내 첫 계열농가 현금정산제도 도입해
DLG 국제품평회서 출품품목 전체 금메달
1조 매출 목표·세계적 종합식품기업 포부
농협목우촌은 1995년 협동조합형 계열화사업을 시작했다. 목우촌은 태생적으로 100% 우리고기만을 사용한다는, 일반 축산식품기업과 다른 특징을 안고 출발했다. 이런 원칙은 축산물 가격이 요동칠 때면 경영에 상당한 압박요소로 작용해왔지만 목우촌은 꿋꿋하게 우리나라 육가공산업과 계열화사업 역사에 굵은 족적을 남겨왔다. 특히 사업을 시작하면서 계열농가 현금정산 제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기존 계열화기업들의 어음방식을 현금정산으로 바꾼 역할은 아직도 농가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농협목우촌은 종돈, 종계 공급부터 전용사료, 약품, 사양지도,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직체계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농·축협중앙회 통합 이후 육가공분사, 계육가공분사, 유가공분사로 나눠져 있던 목우촌 조직은 청양유가공공장 매각 이후 2006년 주식회사로 전환돼 농협중앙회 계열사로 편입됐다.
현재 돈육, 계육, 육우의 자체 생산시설로 김제육가공공장, 음성육가공공장, 열처리가공공장, 한육우사업소, 비료사업소 등을 갖추고 있다. 설립 첫 해인 1995년 102억원의 매출을 올린 농협목우촌은 농협계열사로 새 출발을 한 2006년 2천800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눈에 띄는 매출신장률을 기록해 2009년에는 4천500억원, 2012년에는 5천3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매출 1조원클럽 가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수출사업으로 첫 도약
농협목우촌은 출범이후 해외시장 수출사업에 주력한 결과 대표적인 비선호부위인 안심, 등심, 뒷다리 등을 일본에 수출하며 국내 돈육수출 1위업체로 발돋움해 1998년에는 3천만 달러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외현지인의 식생활 분석과 적극적인 수출용 제품개발로 다양한 나라의 유통매장에 입점을 성공하고 있으며 수출국가 다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일본, 홍콩, 베트남, 뉴질랜드, 중국, 대만 등에 이어 곧 인도네시아 등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수출품목도 프레스햄, 캔햄, 삼계탕, 수제햄, 닭가슴살캔 등 다양하다.
# 외식사업으로 두 번째 도약
수출이 농협목우촌의 첫 번째 도약을 이끌었다면 외식사업은 소비자와 가맹점주 모두에게 신뢰를 안겨주며 두 번째 도약을 이끌었다. 목우촌 외식사업방식은 농가와 도시 소자본 창업자를 직거래로 연결해 유통비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생산자-가맹점-소비자가 함께 만족하는 협동조합의 상생정신을 바탕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또래오래’와 ‘9292치킨’, 삼겹살 꽃등심 전문점 ‘웰빙마을’, 참숯바베큐 전문점 ‘바베큐마을’을 비롯해 육우전문점 ‘미(味)소와돈’ 등의 브랜드로 외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육가공품으로 세 번째 도약
농협목우촌은 이제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갖고 육가공사업으로 세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목우촌은 1995년 3년 간의 준비 끝에 햄 선물세트로 육가공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밀가루가 들어간 소시지가 범람했던 시기다. 목우촌은 당시에는 획기적인 ‘무방부제·무전분·국내산 순돈육’이라는 3원칙과 ‘정찰제’라는 가격전략으로 제대로 된 햄·소시지 맛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목우촌이 지속적으로 품질을 고수하자 결국 대부분의 경쟁사가 육가공제품에서 전분을 빼고 국산 고기함량을 높이기 시작했다. 첫 작품인 주부9단에 이어 순진무가, 6無2加까지 목우촌 제품은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 국내외서 인정받은 기술력과 품질
농협목우촌은 2005년부터 9년 연속 우수 축산물 브랜드 인증(돈육 및 계육부문)을 받고 3회에 걸쳐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 우수상 및 대상에 선정되며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를 놀라게 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농협목우촌은 독일농업협회(DLG)가 지난 3월 개최한 국제품평회에 주부9단 살코기햄을 비롯한 10개 제품을 출품해 10개 모두 금상을 거머쥔 것이다. 평균 돈육함량이 91%가 넘어 국산 돼지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안전한 포장·라벨링 등 그간 평소 깐깐한 품질관리를 통한 화학·미생물적 안정성 덕분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라고 농협목우촌 관계자는 설명했다.
# 위기 마다 고통분담…협동정신 실천
목우촌은 힘든 상황에서도 늘 축산농가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앞장섰다. 당장 2010년 발생한 FMD로 1kg당 4천원대였던 돈육가격이 7천원대까지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무관세 수입돈육으로 원료를 대체했던 다른 기업과 달리 목우촌은 국내산 원료 100% 원칙을 고수했다. FMD, AI, FTA 등 축산업계가 어려움에 처할 때 마다 헌신적으로 축산농민을 위한 위기극복에 힘을 보태고 때론 앞장서온 것이다.
국내 육가공제품의 품질을 한 차원 끌어올린 농협목우촌. 육가공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지속적인 경영철학으로 세계까지 놀라게 한 목우촌은 이제 세계적인 종합식품 브랜드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칼 없는 정육점’‘인스펙터’ 키워드…유통혁신 선봉에
>>농협안심축산
협동조합형 패커, 생산자-소비자 동시 만족
유통 3~4단계로 줄여 비용 혁신적 절감 유도
3년 내 최고 수준 식품안전관리시스템 구축
축산물 유통구조개선의 선봉에 서 있는 농협안심축산. 유통단계를 3~4단계까지 줄여 2020년까지 현재 45.3%인 한우 유통비용을 36.6%로, 전체 축산물 유통비용 19.2%를 절감하는 것이 목표인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가 바로 안심축산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축산물 유통구조개선 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 셈이다. 안심축산은 2020년 적어도 한우 50%, 한돈 40%, 계란 20%의 시장을 책임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심축산이 축산물 유통을 혁신할 수 있는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칼 없는 정육점’과 ‘축산물 안전지킴이(INSPECTOR)제도’다. 농협안심축산이 유통혁신의 지렛대로 내놓은 키워드를 살펴보자.
# 칼 없는 정육점
‘칼 없는 정육점’은 말 그대로 칼 없이 축산물을 판매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현재 정육점들이 지육상태의 축산물을 가져와 직접 발골하고 세절하는 작업 자체를 없애겠다는 의미다. 패커에서 도축-가공-세절-포장까지 완벽하게 한 상태에서 소포장 부분육 형태로 공급하면 정육점에선 판매역할만 담당하는 방식이다.
칼 없는 정육점이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유통단계와 마진 축소, 그리고 위생·안전성 확보가 그것이다. 축산물이 소포장 상품으로 공급돼 진열 판매하는 체계가 정립되면 판매장소를 냉장 쇼케이스를 갖춘 매장까지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어 일본처럼 편의점에서도 축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인 가족과 핵가족화 등 주거 트랜드에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고, 유통기한 연장과 위생수준 제고 효과도 얻어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편의점과 일반슈퍼 등의 축산물 판매는 식육판매업 개설관련 법적 요건 간소화 등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안심축산은 이미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칼 없는 정육점 1호점을 열었다. 올해 1월 28일에는 강남구 논현동에도 2호점인 영동점을 열어 로드샵 2곳을 운영 중이다.
농협안심축산분사는 앞으로 계통조직 참여를 통해 칼 없는 정육점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농협안심축산 협력업체의 참여도 유도할 방침이다. 또 일반유통점 내에 안심축산물전문코너를 설치할 때도 칼 없는 정육점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축산물 안전지킴이제도
농협안심축산분사는 4월 축산식품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하고, 안전지킴이(INSPECTOR)제도를 도입했다. 앞으로 3년 이내에 대기업 수준을 뛰어넘는 식품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시범사업 첫해인 올해는 축산물 전문가 4명을 인스펙터로 채용했다. 위생·안전성 검사의 단계적 감시체계가 가동된 것이다. 인스펙터는 전문점과 협력업체, 축산물 유통센터 등 안심축산물 전 과정에 거쳐 위생안전과 운영상황 전반을 집중 점검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인스펙터들은 지금 가공단계와 운반단계, 판매단계에서 안심축산물의 취급상황이 기준에 적합하게 운용되고 있는지 수시로 검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