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친환경’ 롤모델…PSY 29두까지 올해 ‘쏜다’

  • 등록 2013.01.07 16: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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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축산 희망현장 <양돈> 전북 김제 가린영농조합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지난 2009년 정부는 미국의 파이프스톤을 벤치모델로 한 모돈전문농장 지원사업 계획을 내놓았다. 질병순환고리 차단과 자돈 전문 생산을 통해 양돈농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양돈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 제주양돈농협과 함께 전북 김제 가린영농조합이 첫해(2010년)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가린영농조합은 기존 돈사 인수를 통한 리모델링으로 모돈전문농장 설립을 추진했던 제주양돈농협과는 달리 돈사신축을 선택했다. 그리고 2년여가 흐른 지난해 10월23일 마침내 가린영농조합의 신축 돈사가 준공식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정부 모돈전문농장 지원 첫 사업자…50년 내다본 설계 시공

‘네답’ 군사시스템·지열냉난방 등 도입…첨단기술 대거적용

올 하반기부터 풀가동…질병순환 차단·높은 생산성 확신 

 

가린영농조합측이 착공 당시부터 최첨단 기술의 대거 적용 계획을 밝혀온 만큼 기대감이 적지 않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옛말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모돈군사시스템과 지열냉난방, 그리고 순환시스템을 이용한 가축분뇨 처리에 이르기까지 가린영농조합의 신축 모돈전문농장은 일단 하드웨어부터 친환경과 동물복지라는 시대적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농을 꿈꾸며 50년을 내다보고 지었다는 가린영농조합의 간절한 희망과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스톨사육 최소화
부지 6천평, 건평 3천평 규모로 모돈 1천500두를 수용할수 있는 가린영농조합의 신축농장에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최첨단 기술이라면 모두 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선 네덜란드 네답(Nedap)사의 설비가 적용된 모돈군사시스템이 눈에 띈다. 네답사는 축산관련자동화 시스템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전세계 최다 판매 전문회사.
종부시에만 스톨을 사용, 그 비중을 최소화 한 동물복지형 시스템으로서 70~80두씩 무리로 사육이 이뤄지고 있다.
모돈의 충분한 운동이 가능, 난산이 감소하는 등 스톨사육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개체별로 부착된 전자칩(RFID)의 프로그램에 의해 일일 급여량 안에서 돼지가 원할 때 마다 사료를 먹을 수 있는 자동급이시스템은 특히 주목할 부분.
가린영농조합 김현욱 대표는 “일률적으로 이뤄지던 기존 방법과는 달리 한 마리, 한 마리 상황에 맞게 급여가 되는 만큼 동물복지 뿐 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며 “정확한 급여량 입력을 위해선 일령과 체형, 임신기간은 물론 바디컨디션까지, 개체별 세심한 관리와 점검이 필수다 보니 그 시너지효과는 클 수 밖에 없다”고 밝힌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농장관리에 투입되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피스 하나까지 스테인리스
생산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환기 시스템의 경우 국내에서 철저히 검증된 방법을 도입했다. EU의 환기방식이 국내 기후에 적합토록 보완된 유로하우징의 멀티 입배기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 농장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반을 담당했던 유로하우징 신일식 대표는 “각종 최첨단 기술과 설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데 설계의 초점을 맞췄다”면서 “최신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그간 현장실증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만큼 시행착오 가능성도 최소화 했다”고 밝혔다.
돈사 내구성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돈사 화재가 잦은 현실을 고려, 불연성 마그네슘 보드를 천장에 사용하는 한편 스테인리스띠로 마감처리했다. 부식을 막기 위해 피스 하나까지도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했다.
콘크리트 옹벽에 단열재를 넣은 뒤 외장을 적벽돌로 처리, 웬만한 충격이나 환경변화에도 끄덕이 없을 정도라는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차단방역 시스템 또한 수준급이다.
가린영농조합측은 돈사와 일정간격을 두고, 울타리를 설치, 차량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사료와 출하차량도 다를바 없다. 모두 외부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물품반입창고를 별도로 설치, 농장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품에 대한 소독을 거치게 할 정도로 이중, 삼중의 차단방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가린영농조합의 신축농장은 에너지 활용과 가축분뇨 처리에서도 철저히 친환경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지열냉난방과 순환형 가축분뇨 처리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지열냉난방 시스템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크지만 높은 효율성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해 가축분뇨의 70%를 액비로 공급하고 나머지 30%는 다시 농장에서 활용하는 순환형 가축분뇨처리 시스템은 냄새 발생도 최소화, 자연순환농업의 한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무한책임경영 구축
가린영농조합의 강점은 다수의 출자로 이뤄진 법인이면서도 사전 지분조율을 통해 대표자에게 무한책임이 주어지는 형태로 경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조합원간 갈등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
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된 미국의 파이프스톤과는 다소 차별화되지만 운영구조는 유사하다. 생산된 자돈을 시중가격으로 조합원 등에게 공급, 여기서 얻어지는 수익을 분배하는 형태인 것.
김현욱 대표는 이와관련  “농장관리에서부터 운영까지 대표가 모두 책임을 지는 구조다 보니 늘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적으론 중압감이 크지만 운영 효율면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형태”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가린영농조합으로서는 올 한해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자체 생산된 모돈의 입식까지 완료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정상가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의 생산성을 가능케 하는 기본적인 여건은 이미 갖춰진 상태. 이제는 그 구슬을 꿰는 일만 남은 것이다.
가린영농조합은 정상가동 첫해인 올해 PSY 29두를 목표로 세웠다.
그 목표 달성이 가져올 효과는 비단 8명의 조합원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동물복지를 포함한 친환경양돈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모돈전문농장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가능함을 확인해주는 국내 양돈업계의 롤모델이 탄생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 김 현 욱 대표

돈가에 연연치 않는 경쟁력 확보가 목표

 

“돼지가격에 연연치 않는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자는게 우리 조합원들의 목표입니다.”
가린영농조합 김현욱 대표는 8명의 조합원 마다 농장 사육규모와 처한 현실이 다른 만큼 모돈전문농장 활용 계획이 다를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하나라고 말한다. 
정부의 사업구상 이전부터 모돈전문농장을 추진해 왔기에 별다른 어려움없이 첫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실제 농장준공까지는 적지않은 고초를 겪었다.
주민들의 민원이 문제였다. 법정공방 끝에 승소했지만 주민들은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공사에 차질이 생기며 사업 진척률이 부진, 정부의 사업자 취소가 내려질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민원이 해결되고 나니 저와 조합원들은 모두 반드시 성공하자는 오기와 함께 자신감도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한번 지으면 50년 이상 사용할수 있는 돈사 신축에 더 매달리게 됐죠.”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가린영농조합의 경우 돼지의 적응실패나 운영 미숙으로 인한 유산 등 흔히 군사시스템 적용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솔직히 농장운영 때문에 부담이 크다. 대표가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이라는 김대표는 일주일에 5~6일 정도는 자신의 개인 소유농장이 아닌 이곳 모돈전문농장에서 잠을 청할 정도로 정성을 쏟고 있다.시설 뿐 만 아니라 생산성까지 축산전공자들의 학습이 가능한 수준의 농장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김현욱 대표에게 이제 또다른 목표가 생겼다. 
“국내 최초로 농수로를 이용해 농장에서 생산된 고급액비를 인근 논밭에 직접 공급해 볼 계획입니다.”

이일호 L21ho@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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