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인들에게 희망을 주자

  • 등록 2002.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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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헌 편집국장

경기도 광주군 실촌면 연곡리에서 한우를 직접 사육하며, 경기도로부터 한우고기 전문 판매점으로 지정받아 정육 판매코너와 생고기 판매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재근씨는 요즘 갑자기 고기가 잘 팔리지도 않고 또 식당을 찾는 손님도 줄어들자 "앞일이 걱정"이라며 한 숨을 내쉬고 있다.
올들어 SBS신년 기획 다큐멘터리 "잘 먹고 잘사는 법" 방영이후 고기를 먹으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방송에서 무조건 채식이 좋다며 마치 고기를 먹으면 건강을 크게 해치는 것처럼 보도하니,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축산인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한 뒤 "우리는 오히려 고기를 더 많이 먹어야 하는데 저렇게 방송을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이씨는 또 "한 평생 한우를 사육하면서 이제 한우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한우 고기의 제맛을 보여줄 수 있는 식당까지 문을 열었다"고 강조한 뒤 "특히 지난 1년간 한우전문 식당을 운영하면서 육우 고기나 수입고기를 적당히 섞으면 이문을 많이 남길수 있다는 유혹을 한사코 뿌리치고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한우를 고집하고 있다"며 SBS의 기획프로그램 하나로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한탄했다. 이씨는 그것이 아니더라도 지난해부터 한우와 수입쇠고기의 구분판매제도가 없어진 이후 수입육의 한우 둔갑 판매 우려로 걱정을 해왔다며 "뭘 정직하고 제대로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며 푸념을 늘어 놓았다.
어찌 이런 경우가 유독 이씨 뿐이겠는가. 축산을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며 현장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많은 축산인들이 아마 이번 SBS의 기획 프로그램 방영이후 이같은 절망감을 맛봐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는 "시청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설날 연휴에 재방영할 계획에 축산인들이 경악했다. 시쳇말로 "깐데 또 까는" 격이라며 격분했던 것이다. 다행이 SBS가 그러한 계획을 취소 했다고 하니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시한번 강조하거니와 축산인들이 SBS의 관련 프로그램 재방영을 우려하는 이유는 단순히 축산인들의 "이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식문화 왜곡으로 인한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것을 걱정해서임을 못박아 둔다.
돌이켜보면 우리 축산인들은 방송의 그같은 보도로 피해를 본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연초만해도 광우병 관련 보도로 축산인들은 축산물 소비 위축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물론 방송 입장에서야 잘못 보도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광우병이 국내에 발생한 사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국내에도 광우병이 발생한양 인식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축산인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아무튼 SBS가 재방영을 취소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문제는 SBS의 재방영 계획 취소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SBS뿐 아니라 모든 언론들이 축산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에는 제2, 제3의 "잘 먹고 잘 사는 법" 방송과 같은 피해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국민들의 영양 균형을 위해 축산물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서 얼마나 모자라는지, 아니면 남는지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식단을 제시한 다음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축산업이 국민의 건강과 경제, 나아가 우리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된 가치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전국에서 축산에 종사하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땀 흘리며 일하는 많은 축산인들, 그리고 축산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원천적인 희망이 될 것이다.
뉴스관리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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