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누비며 ‘승마 국토대장정’
말에 대한 관심 불러 일으켜
말, 축제마다 단연 인기 아이템
우리 고유의 조랑말·기마무예
관광 자원화로 충분한 가치
한일 월드컵에 한창 들떠있던 2002년. 고성규 대한청년기마대장은 말을 타고, 전국을 일주하는 그림을 그려냈다. 이른바 승마 국토대장정이다. 당시로서는 누구도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었던 무리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고 대장은 8월 1일 45명 대원을 이끌고 제주를 떠났다. 그리고 15일만에 임진각에 도착했다. “결국에는 10명만이 남았죠. 일정이 워낙 힘들었거든요. 길거리에서 자는 것은 예사였죠. 하지만, 우리를 보고 환호해 주던 이웃들을 잊을 수가 없어요.”
고 대장은 “말이 바로 우리곁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승마 국토대장정을 통해 국민들 마음에 말 존재감을 충분히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승마 국토대장정은 고 대장이 경기 양주시에 마구간이라는 승마클럽을 만들게 된 이유가 됐다.
“마구간 승마클럽은 대원들 쉼터입니다. 승마 훈련도 하고요. 판문점에서 백두산까지 말타고 가는 모습을 상상해요. 선조들의 옛 말길을 복원해 실크로드 원정 종주가 최종 목적지입니다.”
고 대장은 승마클럽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말 이벤트 사업을 하고 있다. 각종 지역축제에서 기마무예 시연 등 다양한 말공연을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말무예를 연출하며, 활동무대를 넓혔다.
고 대장은 “축제를 가면, 말이 단연 인기를 끈다. 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축제 흥을 돋군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천안함, 연평도, FMD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지고, 지역축제가 줄면서 일거리가 많이 감소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말무예 연출 역시, 경쟁사가 많은 데다, 그 바닥이 보수적이어서, 접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사극전쟁씬에 나오는 말은 사실과 달라요. 모두 서양말이죠. 조랑말이 진짜입니다. 전통말인 조랑말은 영리하고, 몸집이 작아 산악전 등에 매우 적합합니다.”
고 대장은 고구려 기마무예 연구가이기도 하다. 10여년에 걸쳐 고구려 무용총을 분석해 해석판을 내놓았다. “우리민족은 기마민족입니다. 무용총 수렵도를 보면, 말을 탄 무사가 호랑이를 쫓아가며 활시위를 당깁니다. 말을 자유자재로 다룬 셈이죠.”
고 대장은 말이 문화콘텐츠로서 시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통 말무예는 세계에 우리나라를 홍보할 핵심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년 전에 50개국 대사를 초청해 고구려 기마무예를 공연한 적이 있어요. 호응이 대단했어요.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전통 말무예 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고 대장은 영국 수문장 교대식 같은 꼭 보고싶은 우리식 말 관광상품을 발굴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아울러 한강 고수부지에서 대규모 말축제를 개최한다면, 세계를 놀라게 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말이 그냥 좋아서 30대 후반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승마장을 쫓아다녔다는 고 대장. 거기에서 잡일도 하고, 심부름도 하면서 말을 조금씩 조금씩 알아갔다고 했다. 지금은 말이 생활의 전부가 됐다.
올초, 고 대장은 말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탔다. “말 위에 올라가면, 당당해 져요. 가슴을 쫙 펴고, 눈은 정면을 향합니다. 소통과 리더십, 건강, 위기관리 능력 등 많은 것을 얻게 합니다. 호연지기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