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순환농업 우수사례<경북 칠곡군 순환농업연합회>

품질 제일주의 원칙 고수…입소문에 공급량 달려
경종농가가 직접 수거…비용 절감·경제성 높여
양축농가들이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고 있다. 축사가 ‘혐오시설’ 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민원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남탓 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 보다 깨끗하고 냄새가 적은 사육환경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서 지역민들과 함께 이익을 나누고 발전하는 ‘상생’의 축산업은 이제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사양이다.
정부와 축산업계는 수년전부터 상생의 기치를 내걸고 자연순환농업에 주력해 왔다. 경북 칠곡군은 자연순환농업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칠곡군 자연순환농업의 역사는 지난 200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업경영인연합회 임원출신으로 양돈장을 운영하는 윤석호씨(바이오 피드팜 대표) 주도하에 출범한 칠곡군 순환농업연합회가 그 계기가 된 것.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지금 칠곡군내에서 발생하는 양돈농가의 축분 대부분이 순환농업연합회 참여 경종농가들의 퇴비로 활용되고 있다.
관내 45개 양돈농가에서 3만5천두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긴 하지만 연합회 회원인 18개소 외에 나머지는 사육규모가 대부분 500두 이하인 부업규모 수준이다. 사실상 전 양돈농가들이 자연순환형태로 축분뇨를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퇴비화 되지 못한 뇨와 세척수 등은 공공처리장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지역 경종농가들에게 양돈농가들의 존재는 더 이상 민원이나 반목의 대상이 아니다. 양질의 퇴비 공급원으로서 자신들과 함께 길을 함께 가야할, 더없이 중요한 ‘동반자’가 됐다.
#경종농가에 눈높이를 맞춰라
칠곡군 순환농업연합회 윤석호 회장은 “시작부터 철저히 경종농가의 시각으로 접근한 게 자연순환농업이 조기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한다.
칠곡군은 12만명의 군민 가운데 농업인 종사자가 8% 수준에 불과한 도시형 지역이다. 그러나 액비의 경우 조금만 미숙 되더라도 냄새에 의한 민원발생의 소지가 높을 것으로 우려한 연합회측이 퇴비화에 초점을 맞춘 자연순환농업을 전개해 온 것이 주효했던 것.
채소와 밭작물, 과수 등 시설농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칠곡군 경종농업의 특성도 감안됐다.
단감농사를 짓고 있다는 연합회 이호익 감사는 “논농사와는 달리 이전부터 퇴비형태의 비료를 사용해온 시설농업인들에게 액비는 아무래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퇴비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경종농가들에게 쉽게 파고들 수 있었던 요인이됐다.
#품질이 우선이다
자연순환농업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비료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경종농가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 칠곡군에서 충분한 액수는 아니지만 톱밥구입비의 70%를 지원해 주고 있다. 따라서 30%는 양돈농가가 부담해야 하지만 협의회측은 국산 잡목톱밥만을 고집하고 있다. 수입에 비해 가격은 물론 수분함량도 높아 양돈농가 입장에서는 다소 불리한 것도 사실이지만 있지만 이물질 함유 위험성이 적은데다 발효능력도 상대적으로 우수, 양질의 퇴비생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윤석호 회장은 “회원 양돈농가들은 미생물을 다량 투입, 축분뇨 자체가 퇴비화에 적합토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아울러 회원들간 활발한 정보교류를 통해 해당 경종농가의 작목에 적합한 축분뇨 퇴비가 공급될수 있도록 양돈농가를 배정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퇴비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얼마전에는 30대의 토양분석기를 구입, 연합회 소속 21개 모든 작목반에 공급했다. 적정량의 퇴비를 사용토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연합회 회원 경종농가들은 한결같이 축분뇨 퇴비 사용후 지력이 좋아지면서 병해충이 감소한 반면 생산량이 크게 늘고 상품의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고 말한다.
왜관읍에서 오이 1천평을 재배하는 홍재호씨는 “축분뇨 퇴비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난해 5천800짝(10kg 상자기준)을 생산해냈다”며 “유기질 퇴비를 사용했을 때 생산량이 4천짝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 효과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저의 비용, 효과는 극대화
이처럼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협의회 운영에는 최소의 비용만이 투입되고 있다.
윤석호 회장은 “매년초 작목반별 퇴비수요량을 파악한 후 물량을 배정해 주면 경종농가가 직접 양돈농가로부터 축분뇨를 수거하는 형태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시설이나 많은 비용이 필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경종농가의 경우 300포당 연간 2만원씩 협의회에 납부하는 특별회비 외에 축분뇨 운반비용만 부담하면 된다고.
칠곡에서 200평 규모의 참외 하우스 16동을 운영하는 연합회 장재익 부회장은 “축분뇨 퇴비를 쓰기 시작하면서 퇴비 구입비용이 최대 1/5로 줄었지만 지난해 참외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았다”며 “농약 사용량까지 감소한 만큼 경제적 이익은 훨씬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경종농가가 사업주도
가축분뇨 퇴비에 대한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경종농가 140명, 축산농가 10명 등 모두 150명으로 창립된 칠곡군 순환농업 연합회는 순식간에 회원수가 400명으로 불어났다.
작목에 따라 최고 1년까지 직접 부숙해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이들 경종농가들에게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연합회 소계영 감사는 “회원들의 경지면적이 650만㎡에 달하지만 지난해 공급한 퇴비는 24만포에 불과했다”며 “수요량에 비해 퇴비 공급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일부 작목반의 경우 한해씩 돌아가면서 배정물량을 몇몇 농가에 몰아주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을 정도라고.
그나마 충분치 않았던 칠곡군의 톱밥 지원예산이 올해 군의회를 거치며 크게 삭감될 것이라는 소식에 경종농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호 회장은 “양돈농가들 역시 가축분뇨 처리비용이 해양배출 때 보다 1/5수준으로 감소했다”며 “그러나 우리 양돈농가 입장에서는 축분뇨를 자원으로 인정해주는 든든한 ‘우군’이 많아졌다는게 무엇보다 큰 결실일 것”이라고 밝혔다.
양축농 “‘분뇨 아닌 자원’ 경종농가에 확신줘야”
윤석호 회장 / 칠곡군 순환농업연합회

경종농“퇴비로 땅 살아나…맛 좋고 수확량도 늘어”
이종한 대표 / 한희농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