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산업 이미지 탈피 ‘보여주는 축산’으로…양축-경종농 ‘자원화’로 상생을

  • 등록 2011.01.05 12: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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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AN 깨끗한 곳엔 침을 뱉을 수 없다 / 아름다운 농장 가꾸기·분뇨자원화

[축산신문 이일호·권재만 기자]
경기도에서 모돈 250두 규모의 양돈장을 운영하는 A씨. 수년전 돈사를 매입해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거세게 반발하는 주민들과 법정 싸움까지 벌이며 “절대로 함께 할수 없을 것만 같았다”던 그가 이제는 마을 행사의 단골이 될 정도로 친숙해 졌다. A씨는 “재판 승소 후 농장경계에 나무를 심고 축사와 퇴비장 외벽을 도화지 삼아 형형색색의 벽화를 그려놓는 한편 여유부지에는 잔디와 함께 자그마한 연못도 설치했다”며 “이를통해 양돈장이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게 주민들과 동화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지금까지의 ‘감추는 축산"에서 벗어나 ‘보여주는 축산"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아름다운 농장 만들기의 긍정 효과

내농장 나무 한그루 더 심는 자정노력서 출발
민원 불식…‘국민적 지지 산업’ 입지 굳혀야

많은 전문가들이 축산은 냄새나고 지저분한 혐오산업이라는 막연한 이미지가 국민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한국 축산업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양축농장은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눈엣 가시’로 전락, 민원이 집중되며 그나마 기존 농장마저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조례 개정을 통해 아예 법으로 가축사육을 제한하는 지자체도 급속히 늘고 있다.
시장개방 이전에 국민의 선택에 의해 축산업이 점차 붕괴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 축산원로는 “잘먹고, 잘사는데 도움이 된다면 조금의 불편은 감수해도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우리 축산업은 양적성장에만 치중해 왔다”며 “이 과정에 국민들에게 비춰진 축산업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축산업계가 근본적인 원인 해결 보다는 ‘감추는 축산’에 급급하다 축산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축산을 터부시하는 지자체나 국민을 원망하기에 앞서 축산인 스스로가 원인제공자라는 자성도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축산업계의 자정노력이 급속히 확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장에서 아름다운 농장 가꾸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공식기구가 출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물론 축산단체들의 경우 ‘환경규범’ 제정과 함께 우수사례를 선정해 시상하거나 사진 콘테스트를 실시하고 액비차량 도색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동원되고 있다.
축산단체의 한 관계자는 “축산업계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깨끗한 농장’ 수준으로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며 그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깨끗한 농장의 시작단계인 가축분뇨 처리의 경우 자원화를 통한 친환경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경종농가와 상생을 도모하면서 ‘자원’ 이라는 이미지를 부각, 부정적 시각을 해소해 나갈 경우 축산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적잖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축산에 대해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우리 축산인들에게 마음놓고 액비를 살포하는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부러움의 대상이 돼 왔다”며 “이 역시 축산업에 대한 현지 국민들이 이해가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가축분뇨 처리 자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축산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결코 쉽지만은 않다. 기본적으로 전국의 양분공급량은 수요를 넘어서고 있는데다 당장 내년부터 가축분뇨의 해양배출이 중단되지만 아직까지 많은 양돈농가들이 대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해양배출 문제가 축산업 전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 “거창한 사업 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나무한포기라도 더 심는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지 않는 한 한국 축산의 미래는 결코 담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장에서 / 자연순환농업 불모지서 축분뇨 자원화 선도…경남 김해 태화축산

고품질 액비 생산·유통전문조직 운영 경종농가와 ‘상생’
연 1억이상 절감…농협 생산비절감사례 공모 우수상 선정


 
- 사진 오른쪽이 이진호 대표, 왼쪽은 이덕호 상무

가축분뇨 해양배출 의존도가 높은 경남 지역 양돈업계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부가 예고한 가축분뇨 해양배출 시점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대안 조차 찾지 마련하지 못한 농가들이 적지 않기 때문.
하지만 경남 김해시 한림면에서 돼지 8천두를 사육하고 있는 태화축산(대표 이진호)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가축분뇨 자원화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자연순환농업을 실현, 친환경축산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적극 부응하면서도 생산비까지 절감하고 있어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태화축산 가축분뇨 자원화의 역사는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의 해양배출 감축 및 중단방침을 계기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던 태화축산 이진호 대표는 가축분뇨 액비화를 선택했고 마침내 2008년 11월 인근 경종농가에서 액비 첫 살포라는 결실을 맺게 된다. 여기서 경종농가의 호응에 자신감을 얻은 이대표는 경종농가에 대한 설명회 등을 통해 액비 지지가반을 확보해 나갔다.
자신이 생산하는 액비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3N 시스템을 처음 적용한 태화축산은 이후 적잖은 시행착오와 개선과정을 거쳐 지금의 고품질 액비생산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경종농가까지 참여하는 한서영농조합법인의 출범은 차량과 장비, 인력을 확보한 액비유통전문 주체로서 가축분뇨 자원화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 태화축산에 날개를 달아주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액비살포 시작 2년여만인 지난 2010년 살포면적이 500ha까지 확대된 것은 물론 수도작외에 호밀, 보리, 배추, 대파, 당근, 부추, 양배추, 시금치, 토마토, 호막, 감나무에 이르기까지 살포 대상 작물의 종류도 크게 다양해 졌다.
가축분뇨 처리비용의 경우 인근 해양배출 농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톤당 1만원 수준에 불과, 연간 1억원 이상의 생산비 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른바 양축농가와 경종농가의 ‘상생’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진호 대표는 이에대해 “지속적인 견학이나 교육을 통해 액비살포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접목시켜온 노력이 주효한 것 같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액비를 생산해 살포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역적 특성이 오히려 짧은 기간에 경종농가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플러스 요인’ 으로 작용했다고. 이처럼 불모지나 다름없는 지역에서 가축분뇨 자원화를 통해 생산비 절감과 함께 친환경축산을 주도한 노력을 높이 평가받아 태화축산은 얼마전 농협중앙회의 우수사례 공모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안기도 했다.
당장은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시대요구에 부응하려는 일선 양축농가의 노력과 성공사례가 축산분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해소와 함께 깨끗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축산의 이미지 제고에 밀알이 되고 있다.

이일호·권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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