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다름’ 인정…국적 떠나 ‘내 직원’ 인식 중요

  • 등록 2010.09.27 1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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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도 다문화 시대 / 다문화농장의 현주소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 외국인인력의 성공적인 운영사례로 꼽히는 경북 고령의 국민축산. 내국인외에 3개국 출신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이곳에서 국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내 축산현장, 특히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양계·양돈현장을 중심으로 농장주를 포함해 한 농장에 최소 2개국 이상의 사람들 구성된 이른바 ‘다문화농장’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후계구도가 불분명한 고령화 농장이 꾸준히 증가, 더많은 인력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 3D업종으로 취급되다 보니 내국인 인력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 이에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국내 양돈장 3개소 가운데 2개소는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국내 축산현장에서 외국인근로자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버렸다.

축산현장 ‘없어선 안될 존재’…인권문제·무단이탈 부작용도
탁상행정 불법체류 부채질…농업연수생제 부활 목소리 높아


#인력난 해소 ‘대안’ 자리매김
노동부에 따르면 9월 현재 연수생 형태로 국내 농축산업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는 6천5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외국인 연수생 16만명의 4% 수준.
일각에서는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할 경우 축산업계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최대 1만여명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농장의 확산은 국내 축산현장의 인력난 해소라는 긍정적 효과와 동시에 외국인근로자의 부당한 인권침해 논란은 물론 이들에 의한 각종 범죄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언어소통 문제와 문화적 이질감에서 비롯된 ‘고용인과 피고용인’, 또는 ‘피고용인’간의 크고 작은 마찰이 이어지면서 해당농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출신국가간 민족감정까지 복잡하게 얽혀 다양한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예고없이 이뤄지는 외국인근로자의 농장이탈과 인력운영의 차질, 이로인한 생산성 저하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다문화농장의 정착은 이제 국내 축산업계의 새로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성공사례 경북 고령 ‘국민축산’
그런점에서 2만2천두 사육규모의 경북 고령 국민축산(대표 이상용)은 외국인인력 운용의 성공모델로 꼽히는 농장의 한곳이다.
국민축산은 지난 2002년 외국인농업연수생제 도입한 이래, 외국인근로자의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9명까지 늘어났다. 농장 근무자 13명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것으로 농장주의 외국인근로자에 선호도가 어느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실제로 외국인근로자를 처음 고용할 당시 88% 수준이었던 이 농장의 분만율은 이듬해 92%까지 향상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WSY 2천630두, MSY 23.7두의 성적을 달성, 퓨리나사료로 부터 ‘희망을 주는 농장’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외국인근로자가 생산성 측면에서도 국내 축산현장 인력난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엿볼수 있는 대목.
그렇다고 다른농장에 비해 높은 급여가 책정된 것도 아니다. 내국인 직원과 똑같이 업무와 숙식이 이뤄질 뿐 만 아니라 성과금도 연 1~2회 동일하게 지불된다.
국민농장의 이대희 본부장은 이와관련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언어소통이 되지 않는 만큼 서두르지 않고 기존 직원들이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업무를 익히게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외국인근로자의 적성과 경험에 따라 업무를 배정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1 : 1트레이닝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무구분이 어려운 소규모 농장이라도 어느정도는 외국인근로자 담당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잠자리를 봐주거나 출신국가의 신문을 구독토록 해주고 공부를 원하면 책을 구해주는 등 직장동료 또는 선후배로서 농장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배려해 주는 것도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는 곧 끈끈한 유대감으로 이어지면서 타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에 불구하고 외국인근로자의 농장이탈을 최소화하는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업무라고 해도 외국인근로자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존재감을 인정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보니 이들의 문화적 특성을 쉽게 이해하는 것도 국민축산의 강점이다.
이 때문인지 국민축산에 정착한 외국인근로자들은 만기체류가 대부분인데다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 뒤에도 연락이 이어질 정도.

#조급함은 실패의 지름길
전문가들은 국민축산 처럼 외국인 인력 운용에 성공하는 농장들은 농장주의 마음자세부터 외국인근로자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게 공통점이라고 지적한다.
외국인근로자의 ‘다름’을 인정하되 고용이 이뤄지면 국적에 관계없이 ‘내 농장 직원’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고 마음도 안정되지 않은 외국인근로자에게 불과 며칠 농장일을 보여주고는 알아서 하기를 기대하는 농가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양돈농가들의 조바심은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불신과 함께 갈등으로 표출돼 다문화농장의 실패로 직결되고 있다.
근무처를 옮기거나 전직이 쉽지 않은 외국인근로자 입장에서도 농장무단이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불법체류자로 전락, 가뜩이나 부족한 농축산업 외국인쿼터가 줄어들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 인력 쿼터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근로자 수에 비례해 결정되다보니 불법체류자 만큼 한국으로 보내질 외국인근로자수도 감소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불법체류를 하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갈등을 빚은 외국인근로자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귀국후 한국 취업을 희망하는 현지인들에게 영향을 미쳐 축산현장 근무를 기피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용이한 농축산업 근무로 신청한 뒤 한국 농장에 도착한후 전직을 시도하는 사례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외국인근로자의 말만을 믿고 농장주를 악덕 고용인으로 몰고가는 인권단체의 ‘역차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인력공급이 원활치 않을 경우 생산성 향상은 물론 안정적인 농장운영을 기대할수 없는 만큼 이제는 다문화농장 정착을 위한 정부차원의 전방위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우선 타산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할수 밖에 없는 농축산업계 쿼터 비율 대폭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제역과 같은 해외 악성전염병 재발과 함께 외국인근로자의 방역문제가 대두되면서 농업연수생제 부활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축산업계 전반에 걸쳐 적정 급여수준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정도 이뤄짐으로써 최소한 축산현장내에서는 혼란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엄두못낼 복잡한 고용절차
외국인근로자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 당국의 탁상행정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용희망 농장에게는 해당 근로자의 사진과 간단한 약력 정보만이 제공, 근무지 변경을 희망하는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자신이 직접 고용희망 농장에 연락을 취해야 하는 현실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대희 본부장은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근로자와 통화 자체가 힘든데다 설령 통화가 이뤄졌다고 해도 국내 지리를 알턱이 없는 이들의 설명을 듣고 찾아가는 것도 어렵다”면서 “그렇다고 이들이 농장까지 찾아온다는 것은 기대조차 할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현실은 30일이내에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경우 귀국해야 하는 외국인연수생들은 불법체류자로 내모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복잡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절차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외국인근로자를 고용이 이뤄질 때까지는 내국인 구인노력 기간을 거쳐 인터넷을 통해 노동부에 등록하는 작업이 반복돼야 하며 일단 고용이 이뤄지더라고 고용센터는 물론 출입국관리사무소까지 가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웬만한 농장들은 엄두조차 내기힘들다.
대한양돈협회 이병모 회장은 이와관련 “다문화농장과 외국인근로자는 국내 축산업계의 한 부분이며 구성원임을 정부나 양돈농가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부터 정착돼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을 토대로 정부와 양돈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다문화농장 정착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일호 L21ho@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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