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위별 편중 해소…다양한 육가공품 소비를

  • 등록 2010.06.30 10: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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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여름휴가와 삼겹살 소비문화

 
- 손종헌 팀장 (농협중앙회 양돈팀)
올 가을이면 돼지사육두수가 1천만두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 5명당 돼지 1두를 키우는 셈이다. 단백질 공급원으로 태어나 6개월간 사육돼 장렬히 희생되어 식탁에 오르는 돼지는 모든 부위를 주고 싶어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유독 삼겹살이나 목심만을 원한다.
특히 휴가철을 즈음해 삼겹살 소비는 두드러진다. 삼겹살을 선호하고, 특히 구이로 먹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식문화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산 삼겹살로 충당되지 못해 외국산이 우리의 입과 몸에 기름을 적신다는 것이다.

◆ 돼지고기 소비 선진국에 비해 적어
93만2천톤 중 국내산이 72만2천톤, 수입산이 21만톤. 지난해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소비량이다. 국민 1인당 19kg를 먹었다. 미국의 경우 1인당 30여kg, 유럽국가들의 40여kg 이상 소비에 비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생각보다 적다.
일본이나 선진국의 돼지고기 소비형태는 우리처럼 구워 먹는 것이 아니다. 햄, 소시지 등 부가가치를 높인 육가공 제품으로 다양한 부위를 소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가별 식문화를 비교 평가해 돼지고기 소비의 장단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양돈농가가 생산한 돼지고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부위에 편중된 입맛 때문에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해온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지난해 우리가 소비한 돼지고기 93만2천톤 중 삼겹살로 먹은 양이 24만9천톤이다. 이 중 국내산 14만4천톤, 수입산이 10만5천톤이다. 1인분을 200g으로 셈해보면 12억5천만인분이다. 삼겹살만 국민 1인당 5.1kg을 먹는다. 문제는 삼겹살을 먹을 때 열 번 중 네 번은 수입산을 먹는다는 점이다.

◆ 삼겹살의 虛와 實
삼겹살을 많이 먹고 적게 먹음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즐겨 먹는 삼겹살의 이면에는 허(虛)와 실(實)이 있다는 점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수입해 먹고 있는 삼겹살 10만5천톤을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려면 1년에 도축되는 돼지의 수를 1천400만두에서 2천500만두로 늘려야 하는데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육두수 증가를 위한 축사시설, 도축 및 가공시설 등의 확충이 당장은 어렵다.
삼겹살은 성인병 예방, 피로회복, 중금속 해독작용, 소화기능 촉진, 심지어 피부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 국민 중에 이런 이로움을 생각하면서 먹는 사람 몇이나 될까. “소주에는 삼겹살.” 언제부턴가 법칙처럼 되어버린 이 말처럼 삼겹살은 소주와 인생의 쓰라림을 달래는 위안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정서가 우리가 삼겹살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우리의 삼겹살 사랑은 외국의 육류 유통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인은 삼겹살에 죽고 산다고 해 한국의 돼지고기 시장을 저가의 다국적 삼겹살 국가 또는 삼겹살 춘추전국시대, 삼겹살의 블랙홀 국가라고 일컬으며 우리의 입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구분 못하는 짝퉁 삼겹살, 공포의 삼겹살, 비싸다하여 금겹살 등 국적불명의 고기에다 삼겹살 부위가 아닌 것을 삼겹살이라고 먹는 기막힌 현상도 빚어진다.
돼지 1두를 도축해 나오는 삼겹살은 약 10kg 정도이다. 이제는 삼겹살 부위를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돼지의 앞다리, 뒷다리 등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삼겹살 부위 뒤에는 소위 웰빙부위로 불리면서도 소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부위가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아야 한다.

◆ 수입량 줄다가 늘어
올해 4월까지 돼지고기 수입량이 6만1천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7천톤에 비해 21% 가량 줄었다. 웰빙 등의 이유로 삼겹살 보다는 저지방부위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수의과학검역원 통계에 따르면 5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2만100여톤으로 4월 1만7천여톤에 비해 14.5% 증가했다. 나들이 및 휴가철을 앞두고 돼지고기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 같아선 우리 국민들의 중요한 단백질원으로 사육되고 있는 돼지들이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한국은 삼겹살만 찾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올 여름 휴가에는 우리 모두 돼지고기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다른 부위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양돈업에 종사하는 모두가 돼지고기 요리법 개발을 위한 노력, 그리고 가공품을 다양화해 국민의 입을 끝없이 자극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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