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마음을 잡아야 산다

  • 등록 2009.05.27 13: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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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영수 경기도청 축산과 주사

 
1997년 IMF 외환위기, 2007년 한미 FTA 체결, 2008년 사료가격 폭등, 2009년 국제경제 침체, 일련의 사회적 충격은 우리나라 경제와 축산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하고 부정적인 축산전망이 신문지상을 도배하고, 많은 전문가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어도 그때마다 우리 축산인들은 힘과 지혜를 모아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왔다.
이제 우리 축산인의 자생력은 신장로의 질경이풀처럼 밟아도 밟아도 새롭게 업그레이드 되면서 불쑥 불쑥 일어나고 있다. 몇 해 전만해도 선진 축산기술을 습득해야 한다고 유럽이나, 미국, 호주, 일본으로 앞 다퉈 나간 적이 있었다. 선진 시설과 최신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국제 사회에서 낙오 된다는 압박감으로 너도나도 밴치마킹을 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이제는 대한민국의 축산업이 하드웨어 부분에서는 세계 어디를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고가 됐다고 자타가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욕과 자신감이 화를 불러 조기이유와 밀사 등으로 인한 돼지의 소모성질환 발생, 한우의 무한 증식에 따른 가격 불안감, 축산물 수입 증가로 인한 국내 육우시장 붕괴우려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내 축산업은 80년대 가축개량과 우수종축 보급으로 양적 성장을 이뤘고, 90년대에는 냉장육유통, 축산물 등급제 시행, 고품질 브랜드 축산물 유통활성화 등으로 질적인 성장을 가져왔다면, 이제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의 생산과 유통이 주요 트렌드가 됐다.
축산물은 이제 배고플 때 먹었던 영양 보충제가 아니며, 귀한 손님 접대용 고급음식이 아니라, 얼마나 우리 몸의 건강을 지켜주고 이로움을 줄 수 있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제대로 만들어진 축산물이 식탁에 올라 소비자가 아무 거리낌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축산인의 의무가 됐다. 소비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축산물에 대해 물어보면 소비자들이 너무나도 우리 축산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소비자는 알고 있다. 축산물 이력제를 통해 가축이 어디서 나고 어떻게 자라는지를, 어떤 사료에 항생물질과 유해첨가물이 들어 있는지를, 어느 곳에서 도축·가공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축산농가와 유통업계 종사하시는 분들일 거라고 생각 해 본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축산인들도 변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어느날 불쑥 내 이웃이 농장을, 작업장을 방문했을 때 전혀 낯부끄럽지 않게 그들을 맞이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왜 소비자들은 우리 축산물을 믿지 못하고 값싼 수입 축산물만 찾는가. 우리는 이제까지 악취를 풍기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만 준 것은 아닌가. 우리의 고객인 소비자들에게 고기와 우유, 계란 말고 다른 것을 준적이 있는가를 깊이 생각해 보면서, 우리 축산업계가 소비자와 함께 하는,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 소비자가 든든한 후원자가 되는 미래 향토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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