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공업체 규모화속 소규모 수공업체 40% 차지

  • 등록 2008.08.13 11: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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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육가공제품 선진국 독일·이탈리아를 다녀와서

 
미생물기준 완화…발효육제품 활성화
국가품질보증 돈육 등급제 도입 시급

우리나라 소비자의 돼지고기 소비패턴은 부위별로 차이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육가공협회에서 실시한 소비자 조사결과에 의하면 삼겹살, 목심을 주로 구입한다는 소비자가 응답자의 93%에 달했다. 반면, 뒷다리와 등심은 20%에도 미치지 못하여 부위별 소비불균형이 심각하다. 따라서 가격 또한 차이가 많다. 2008년 6월 기준 삼겹살 가격은 16천원/kg인데 반해 뒷다리 부위는 8천원으로 삼겹살 가격의 50%에 불과하다.
돼지 한 마리의 부위별 생산 수율은 선호부위인 삼겹살, 목심, 갈비가 각각 18.3, 9.3, 8.9%로 그 합이 36.5%인데 반해 비선호부위인 뒷다리 30.9, 앞다리 19.7, 등심 12.9%로 63.5%를 점하여 비선호부위의 생산량이 선호부위의 1.7배에 달한다. 특히 소비자가 가장 구매를 기피하는 뒷다리 부위는 전체 정육생산량의 30.9%를 차지하고 있어 양돈산업의 피해가 큰 실정이다.
육가공 선진국은 돼지고기 생산량 대비 육가공품 생산용 원료육 사용 비율이 일본 30%, 유럽 70%로 매우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15% 수준으로 2002년 이후 연간 생산량 160천톤 내외로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선호부위 소비부진 주 원인을 육가공 산업 침체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선호부위 소비부진을 정책적, 기술적으로 해결하고자 지난 5월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강원대학교, 양돈협회, 농협중앙회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육가공산업 선진국인 독일과 이태리 가공산업을 6박 7일간 조사하였다. 독일의 육가공시장은 대형 가공업체가 60%, 소규모 전문 수공업체가 40%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육가공 업체의 규모화, 대형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고품질, 지역특산화, 전문화, 추적이력 등을 내세운 전문 수공업체 생산 명품육제품 소비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1인당 가공육제품 소비량도 30kg/년 이상으로 매우 높으며, 다양한 가공육제품을 생산·소비하고 있었다. 소시지의 1인당 소비량은 가열소시지(7.3kg), 발효소시지(5.4kg), 프랑크푸르트(4.1kg), 그릴소시지(3.8kg), 간·피소시지(2.9kg) 순으로 많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거의 제조되지 않는 발효소시지 및 부산물 이용 소시지류의 소비량이 상당히 많았다.
육가공제품 규격 및 판매방식을 조사하기 위해 백화점, 대형마트, 델리카트슨, 소매점 등을 살펴본 결과 공통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양을 판매장에서 칼, 햄슬라이서 등을 이용하여 분할판매하고 있었으며, 다양한 육제품들이 상온에서 진열·판매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육가공산업 발전 저해요인으로서는 소비자의 육가공품에 대한 불신, 다양한 가공육제품 제조·판매의 어려움, 관련 산업체 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원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선진국의 사례를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육제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국가가 품질을 보증하는 육제품 등급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육제품을 살코기/결합조직 함량(lean/connective tissue) 기준으로 3단계로 등급화(Prime, Medium, Low quality)하여 품질을 국가가 보증하고 있다. 둘째 다양한 육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여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웰빙 육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발효 육제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미생물 기준을 완화하고 제품유형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축산물가공처리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셋째 판매장에서의 육제품 소분판매를 허용해야 한다. 그간 제조, 소비가 부진했던 뒷다리 전체를 활용한 본인 햄, 발효생햄의 소비촉진에 필수적이다. 이태리에서는, 돼지 뒷다리 전체로 제조한 세계 명품 햄인 ‘파르마햄’이 거리 곳곳의 판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한 판매장에서 소분이 허용되어 소비자가 원하는 양만큼 구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육가공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육성이 시급하다. 이는 국내 육가공산업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 국가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지적한 사항들이 개선된다면 양돈산업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필남 박사 (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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