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돈가 속 부도·자살 "왜" 사료값 폭탄 속 질병피해 “출하할 돼지가 없다” 올초 불황 후유증 심각…‘빈익빈 부익부’ 심화 ‘사상최고 돈가’ 라는 양돈산업의 겉모습과는 달리 일선 현장에서는 양돈장 부도설이 연이어 지고 있는 가운데 경영난에 허덕여온 한 양돈농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더구나 사료값이 없어 돼지를 굶겨야만 했던 이 농가에게 절실했던 정부의 사료구매자금은 ‘그림의 떡’ 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무안 삼향면에서 모돈 80두 규모의 비육돈농장을 운영하던 김용만씨(55, 왕산리 덕산부락)가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농장에서 목을 맨 채 의식을 잃은 모습을 부인이 발견, 목표중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숨지고 말았다. 김씨는 그동안 소모성질병으로 인한 극심한 생산성 저하속에서 6천여만원의 사료값이 밀리자 여러회사로 거래선을 옮겨가며 간신히 사료를 충당했지만 이 과정에서 더 많은 돼지가 폐사, 현재 1백20두 정도만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거래사료업체의 관리하에 있는 상태다. 이는 끝을 알수 없는 생산비 상승과 질병피해에 짖눌려 막상 ‘사상최고의 돈가’는 만끽하지도 못한채 피폐해져만 가고 있는 양돈농가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양돈농가들은 “높은 돈가만을 감안, 양돈장만 신났다고들 말하지만 상당수 양돈농가들로서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수 밖에 없다”며 “오히려 고돈가의 그늘에 가려져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채 양돈현장의 어려움은 더해만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한 사료업체의 양돈PM은 “농가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육kg당 생산비가 4천원을 넘나들고 있는 상황에 질병으로 인한 돼지 폐사도 극심, 출하할 돼지가 없다는게 문제”라며 “고돈가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전체 양돈농가의 20% 수준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이전의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던 2년전과 비교해 수익도 대폭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더구나 올초 사료값 폭등속 돈가하락으로 인한 농장 관리와 채무 악화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양돈농가들의 경우 경영난이 누적되면서 부도를 내거나 바로 직전의 위기에 처할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 농가에게는 정부의 사료구매자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경우도 숨지기 10여일 전부터는 아예 사료공급이 중단, 돼지를 굶기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사료구매자금은 일찌감치 포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담보여력이 없는데다 연체로 인한 신용등급 마저 떨어져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도 못한다는 생각에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5천억원 추가 지원 방침에도 불구, 막상 이 자금이 절실한 양돈농가들에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역축협장 출신의 한 양돈농가는 “농신보를 위한 신용조회가 이뤄질 때마다 신용등급은 더 떨어질수 밖에 없다”며 “때문에 1차 자금 집행에서 제외된 농가들이 추가 지원시 사료구매자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양돈농가들은 폐업보상제의 조속한 시행과 함께 돼지생산안정제 도입 및 사료구매자금지원을 위한 담보조건 개선 등 특단의 대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지난 4일 목포 소재 삼목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씨의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문했다.박 지사는 유족들에게 “자금난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소중한 생명을 끊었다니 매우 안타깝다”며 “어렵고 힘들지만 용기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위로했다. 이어 “축산농가의 시작은 그 자체가 도전이라는 총체적 인식을 갖고 아픔을 함께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 도는 최근 ‘녹색축산 5개년 계획’을 세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