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소비자 상호이익 위해 냉정한 접근 필요 원산지표시제 단속 장비·인력 늘려 실효성 높여야 육우 품질고급화장려금 도입·기준도 현실화 절실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이 문제와 관련한 청문회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따른 진상 규명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청문회는 시작전 협상 내용의 개정 가능성 여부가 주목됐는데,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되면 즉각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미 쇠고기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 밖에도 이번 청문회에서는 쇠고기 협상 과정의 문제점을 비롯한 축산농가 피해 대책 등 여러 가지 현안이 논의됐다. 이 같은 청문회를 축산인들은 어떻게 보았는지 축산농가들의 반응을 들어본다. ========================= ▲고명재 조합장(횡성축협)=정책의지가 확실하지 않은 것 같아 정부가 하는 얘기가 곧이 들리지가 않는다. 국가가 미래농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한우산업은 농촌경제의 근간으로 나아가 국가적인 식량산업이다. 결코 소홀하거나 과소평가되어선 안 된다. 일반 농업이 다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한우산업마저 무너지면 농민들의 마지막 희망도 무너진다. 지금 정부는 국익을 명분으로 한우산업을 희생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농민이다. 당장 생존권을 잃고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축산농민들에게 반드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또 생산자들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고급육 브랜드를 만들어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소비자들은 많은 돈을 치르고도 안전한 축산물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 질서를 제대로 확립해야 한다. 우리 것은 우리 것으로 팔 수 있는 유통환경이 조성되도록 확실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인 안전망을 만들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주어야 한다. 그런 후에도 굳이 수입하겠다면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옳다. 특히 차세대와 단절된 한우산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학교급식과 군급식은 전략적으로 한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우효열 조합장(대구축협)=지금까지 잘 만들어진 논리로 협상을 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했다는 점에서 축산농가들은 심한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특히 30개월령 이상까지 수입하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당장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는 협상 결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축산현장을 울린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기준을 지켜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미국에 끌려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이익을 위해 냉정하게 접근해야 하며, 그 결과는 당연히 재협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는 식육 원산지 표시제를 통해 우리나라 축산업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현행 제도로는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어려운 실정이다. 둔갑판매에 대한 책임소재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 단속 장비와 인력도 대폭 늘려 원산지 표시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세계적인 식량자원 전쟁에서 우리나라 국민을 지킬 수 있도록 한우산업을 비롯한 농촌경제 버팀목인 축산업이 바로설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내야 할 때이다. ▲진명호 지부장(한우협회 익산시지부)=자꾸 말을 바꾸는 지도자들의 모습에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말 몇 마디로 급한 불을 끄려는 모습만 보인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현장관이 축산업 분야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밑에는 오랜 기간 축산업 분야의 전문가로 일해 온 직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인물들이 제 역할을 못해 이번 협상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이다. 대책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에 대한 농민의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허황된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현장의 민심을 읽고 실현가능한 대책으로 농가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상황을 놓고 보면 분명 협상이 잘못됐다. 하지만 협상관계자들은 잘못을 덮어놓고 대충 설득으로 얼버무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대안을 내놓고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임관빈 지부장(한우협회 이천시지부)=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농가들은 하루하루가 막막한데 협상을 책임진다는 사람들이 하는 대답은 애매모호하기만 했다. 막연하게 말한 ‘미국 광우병 발생 수입중단’이라는 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일단 말을 던져 놓고 아니면 말지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정부가 광우병 발생요인이 있는 것을 들여오지 말아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입을 강행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만약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해 수입을 즉시 중단하더라도 우리 국민 중 누군가가 이미 광우병에 감염된 상황일 수 있다. 국민을 그런 위험에 노출시키면서 굳이 미국 쇠고기를 먹이는 정부의 행동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도 지금까지의 주먹구구식 나열이 아닌 실현가능하고 농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김홍길 지부장(한우협회 의성군지부)=도저히 화가 나서 청문회를 끝까지 지켜볼 수가 없었다.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 가운데 양심적으로 답변을 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기 힘들었다. 대통령이 축산업에 대해 잘 모르고 쇠고기 협상을 지시했을 수도 있다. 의식있는 직원들이었다면 왜 직언을 올리지 못하고 그저 시키는 대로 끌려 다니기만 했는지 참으로 한심스럽다. 협상 자체가 잘못된 상황에서 대책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고 대책은 그 다음이다. 한우산업은 다른 축산업과는 의미가 다르다. 대다수의 농가가 밭이나 논농사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그렇다면 한우산업의 붕괴는 곧 농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병권 이사(한국낙농육우협회)=이번 쇠고기협상은 과거의 을사조약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사태의 본질은 정부의 무책임하고 무원칙한 협상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오직 쇠고기 재협상만이 문제의 올바른 대응책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하며 말뿐인 수입금지조치가 아닌 고시에 명시해 이를 입증해야 한다. 이번 쇠고기협상으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은 물론 국내산 쇠고기 시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소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현재 정부의 대응은 변명에만 급급한 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안전하다’, ‘국제적 기준이다’라는 말로만 현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유통투명성을 위해 쇠고기 이력제를 도입·확대해 나갈 계획이면서 이력을 추적할 수 없는 미국산 쇠고기 30개월령 이상을 수입한다는 것은 내국인 역차별이다. 안전성이 100% 확보될 때까지 수입중단을 해야 한다. 또한 품질고급화장려금을 육우에 도입하는 것은 물론 장려금지급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선진국과 같이 직접보조금을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박창식 협의회장(양돈협회 경남도협의회)=청문회를 통해 한미쇠고기수입재협상의 당위성이 명백히 드러났다. 또 자국에서는 개사료 등으로 사용되는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출에 집착하는 미국측의 배경도 밝혀졌다. 정부는 앞뒤 맞지 않는 답변과 재협상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지만 청문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미국산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미뤄야 한다. 이를통해 우리 국민들의 안전한 식단을 확보할수 있는, 제대로 된 내용의 재협상이 미국측과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가 신뢰도 저하나 통상마찰이 우려된다고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맞바꿀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재협상을 외면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국민적 저항에 부딛힐 것이다. 이는 곧 우리 국민을 포기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우리 축산업계도 촛불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 국민들의 원하는게 무엇인지 정부에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장성훈 회장(종돈업경영인회)=이번 청문회를 지켜보던 우리국민들은 속이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함과 함께 분통을 터뜨릴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책임하면서도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행정을 맡겨야 한다는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다만 우리 국민의 힘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청문회의 의미를 높게 평가한다. 이를 계기로 미국산쇠고기 협상은 백지상태에서 다시 이뤄져야 한다. 국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협상의 배경부터가 잘못된 만큼 여론무마식 일부 수정 형태로 봉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청문회를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제시된 만큼 더 이상 이론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게도 재협상이 왜 이뤄져야 하는지 충분한 명분을 제공했다. 아울러 다시는 이번 한미쇠고기협상과 같은 문제가 재현되지 않도록 행정책임자들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실질적인 국내 축산업 생존대책도 요구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