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 쇠고기가 사실상 전면 개방됐다. 이 같은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은 축산농가들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당초 한미 쇠고기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한미 FTA와 연계된 협상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에 따른 축산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정부 축산업 가치 제대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자세 중요 소값 차액보전·출하물량 조절 등 농가경영 안정책 시급 돼지 생산 안정기반 구축…국세 적용 소득세 개선 필요 ▲노경상원장(한국축산경제연구원)=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은 우리 축산 농가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즉각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축산농가 보다 국내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앞으로 미국에 계속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비록 협상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한미 쇠고기 협상에 따른 축산농가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에서 축산산업이 갖고 있는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자세다. 우리 국민 먹거리 산업으로서 축산산업을 지키려는 정부 의지가 없으면 백가지 대책도 결국은 축산농가들의 분노를 잠시 달래려는 임시 방편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조규운 회장(한우개량사업조합장협의회·보은축협장)=한 마디로 절망스럽다. 농민은 죽으라는 소리다. 국회 비준 절차만 남겨둔 한·미 FTA와 별도로 쇠고기 협상을 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 2차, 3차산업을 위해 축산업을 희생양으로 미국에게 던져준 것이다. 지금 축산농민들은 치솟는 사료가격에 따라 생산비를 절감하며 묵묵히 참고 국민들에게 안전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쇠고기 협상 타결로 당장 소 값이 곤두박질했다. 공판장의 kg당 경락가격이 돼지고기 보다 낮은 4천원대까지 나왔다는 소식에 농민들은 할 말을 잃고 있다. 애초에 정부는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농촌경제와 농민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협상을 진행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에서 농촌경제는 안중에 없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새정부의 경제살리기는 도시경제, 기업경제에만 해당되는 것 같다. 정부는 이제라도 소 값 안정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로 인한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축산농가를 위해 송아지는 물론 큰 소까지 가격 하한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보전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 기금은 쇠고기 시장을 내줌에 따라 발생된 반사이익을 챙기는 기업들이 출연해야 마땅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라도 농민을 위해 시의 적절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윤두현 조합장(이천축협)=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로 인해 하루아침에 한우가격이 10%씩 하락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쇠고기 전면 개방을 수용하고 한우 농가를 위해 도축세 폐지, 원산지표시제 확대, 이력시스템 전국 확대, 브루셀라병 지원확대 등의 대책을 통해 농가들의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대책으로 기존에 이미 발표됐던 내용들이다. 정부는 당장 농가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만 한다. 단기적인 대책을 통해 축산농가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철저한 분석과 전망, 그리고 현장의견을 충분히 반영된 장단기 대책을 세워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수입되면 한우농가는 물론 양돈농가도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다. 더욱이 사료가격 폭등에다 한우가격 하락은 축산업과 농촌경제의 붕괴를 불러올 것이다.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인한 한우가격 하락은 재해나 가축질병으로 인한 것과 다르다. 분명히 정부 정책에 의해 축산농가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늦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우영묵회장(전국한우협회 경기도지회)=답답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심정이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규탄집회를 열어 욕이라도 시원하게 하면 속은 풀어지겠지만 결국 그 때 뿐. 가슴 속에 응어리진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다. 우리 정부가 한우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이렇게 대책 없이 개방카드를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생산자와 가슴을 열고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선심 쓰듯 책상에서 만들어내는 대책 말고 현장의 목소리에 바탕을 둔 현장중심의 대응방안 마련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농가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농민을 속이고 국민을 우롱한 현 정부의 태도에 농가들은 희망을 잃었다. 밝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던 협상 관계자들은 앞으로 닥쳐올 한우산업과 농가들의 고통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조남웅 지부장(전국한우협회 홍천군지부)=배신감으로 치가 떨린다. 총선 전에는 사료자금 1조원 지원한다는 말로 농가들을 현혹하더니 총선 후에는 바로 쇠고기 개방을 시켜 뒤통수를 때리는 정부를 믿고 과연 이 땅에서 한우를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얼마나 대단한 것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축산농가들의 희망과 국민의 목숨을 내주고 얻은 그것이 무엇인지 정말 기대가 크다. 솔직히 말해 개방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축산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 더 이상 소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까짓 농장 때려치우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앞으로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축산농가를 깔보고 우리 농촌을 깔보는 정부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되는지. 그리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 국민 앞에 사죄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병모 부회장(대한양돈협회)=국가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식량산업이기도 한 양돈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쟁력를 제고시킬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조속히 전개해야 할 것이다. 우선 축산업 관련 세제부문에서 도축세 폐지외에도 유독 축산업에만 국세가 적용되고 있는 소득세의 개선이 필요하다. 여타 농업과 마찬가지로 지방세로 전환, 일정기간 감면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돼지생산안정제의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 일부 축종의 경우 몇가지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양돈은 전무한 만큼 농가들이 안심하고 생산성 향상과 고품질 돈육생산에 전념할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제공돼야 할 것이다. 2~3차 산업과 연계, 지분은 농가가 갖되 전문경영인에 의해 운영되는 시스템을 통해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농가에게도 돌아갈수 있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최재철 협의회장(대한양돈협회 경북도협의회)=앞으로 양돈업을 지속해야 할지 고민이다. ‘국익’ 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들의 건강까지 외면하고 있는 정부를 믿고 어떻게 농장을 운영할수 있겠는가. 더구나 우리 축산업이 아직까지 미국산쇠고기와 경쟁할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수입재개 방침은 맨발로 축구시합에 나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에서는 고기를 취급하는 모든 업소에 대해 원산지표시를 의무화, 이를 위반할 경우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사료안정기금 도입과 함께 축사시설 현대화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우리 농가들도 죽기살기로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구노력에 나서야 한다. 농민이 어려운 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기혁 위원장(한국낙농육우협회 육우분과위원회)=이번 협상 결과를 보니 너무 굴욕적이다. 미국은 상하원 의원이 다 나서서 쇠고기를 팔려고 하고 우리 정부는 이를 사줄려고 난리니 이런 상황에서 정부를 믿고 육우를 사육해야 하니 참으로 암담하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발표한 국내 축산업 발전대책은 쇠고기 굴욕협상에 따른 임시방편 대책에 지나지 않고, 기존에 나온 대책들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육우에 대한 대책이 나오지도 않았다. 정부가 나서서 쇠고기협상을 졸속 추진하고 타결에 따른 대책은 대충 끼워맞추려고 지금까지 추진했던 사업에 살붙여서 발표하는 등 병주고 약주고 있다. 농민을 기만하고 있다. ▲정규성 소장(한국축산물유통연구소)= 쇠고기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한우농가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미산쇠고기 수입이 사실상 재개되면서 일부농가들의 사육심리 불안으로 출하두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홍수출하가 예상된다. 지난해 쇠고기협상 타결 조짐이 보이자 일시적으로 가격하락폭이 컸으며 실제로 지난주 우시장에서 공판장의 한우가격하락폭이 컸다. 이렇게 될 경우 한우의 품질까지 나빠져 장기적으로는 한우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으로 쇠고기전면개방으로 불안해하지 말고 출하물량조절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출하물량조절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한우산업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