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HPAI가 발생한 이후 많은 언론과 축산인이 이번에는 왜 오리가 죽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내었다. 맞는 말이다. 이제까지의 AI 바이러스는 대부분 오리나 야생조류에서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새로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현안이 되고 있는 H5N1 바이러스는 1997년 홍콩 조류독감 이전까지 알려져 있던 조류 인플루엔자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 가고 있다. 즉, 조류에서 유래된 HPAI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어 많은 사람의 사망을 초래한 일도 처음이고, 야생조류가 HPAI로 인하여 집단폐사한 사례, 오리에 감염되어 높은 폐사율을 일으킬 정도로 병원성이 높아진 사실, 전 세계적으로 만연되어 인류의 건강까지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이다. 모두 이제까지의 HPAI에서는 볼 수 없던 특성이다. 세계적으로 만연된 H5N1 바이러스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는 뜻이고, 앞으로 또 어떤 무기로 새로이 무장하고 나타날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2005년 이후 베트남에서는 오리가 60% 정도까지 폐사한 바이러스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국내에서 오리가 50% 정도까지 폐사했다고 해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H5N1 바이러스가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인체에 대한 위험성은 아직 연구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인체 감염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많으므로 이를 전제로 철저한 예방조치와 안전조치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가금육이나 계란을 먹어서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냉정하고 차분하게 이 질병을 조기에 근절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자세가 더욱 절실하다. 이번에 나타난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는 방역당국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원인이 시원하게 판명되는 경우는 드물다.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과거로 돌아가 위험요인을 찾아야 하며, 이미 위험요인이 사라지고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HPAI가 전국에 얼마나 확산돼 있는지 집중적으로 검사해 잠재돼 있는 감염농장을 색출해 없애고, 이동통제 등을 통해 추가 확산요인을 조기에 철저히 차단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방역당국에서도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농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발생 사실을 숨긴 채 감염동물을 유통시킨다면 축산업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일이다. 국민의 공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또, 발생초기에는 늘 방역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경험미숙과 전문성 부족에서 오는 안이함으로 인하여 우왕좌왕하다 실기하는 일이 많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렇다고 들린다. 따라서 여기서 하나의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중앙차원의 초동방역전문기구를 만들어 대처하는 일이다. 군대의 화생방부대와 같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를 통하여도 좋고, 재난방제청에 이런 조직을 운영하여도 가능한 일이다. 발생 즉시, 훈련된 방역인력이 지방에 급파되어 긴급 초동방역을 담당한다면 그만큼 조기에 확산을 차단하고, 일사불란하게 체계적으로 방역업무를 수행해 나갈 수 있으며 혼란이 감소된다. 사후관리는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면 된다. 훈련된 정부 인력의 잦은 부서 이동, 현장에서 이용 가능한 실무교육의 부족,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방역업무 기피 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히 검토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