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뒤집어쓰더라도 청정축산 사수 의지 필요 햇살의 따스함에 몸짓을 불리며 훈훈한 바람과 함께 밀려오는 뿌연 그림자가 있다. 그 이름 ‘황사’. 이때쯤이면 우리는 지난 2002년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직업상 붉은악마의 함성보다는 거리마다 세워진 방역초소와 차마다 뿌려지던 소독약의 기억이 더 크다. 아직도 방역을 담당하고 축산을 하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그날의 악몽(?)을 지우기 위해 우리는 피나는 노력 끝에 유입 원인도 알 수 없는 구제역을 용케도 물리쳤다. 그러나 아직도 호시탐탐 노리는 해외악성가축질병은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해외 유래 질병을 막아보고자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던 중 한 가지 제안을 냈다. 외국방문객이 들어오는 공항이나 항만에 축산관련 여행객이 통과하는 게이트를 따로 만들어 검역을 받고 들어오도록 하자고…. 하지만 이를 시행하고자 했으나 축산하는 분들이 입국신고서에 직업을 확실히 쓰지 않아서 실효성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나를 보호하고 내 직업을 보호하는 것인데 왜 나는 나를 싫어하는 것일까. 축산인, 축산업이 그렇게 부끄럽고 창피한 직업인가. 국민의 식량보급창고이며 단백질 공급원이며 건강의 보루인 축산업이 그렇게 밝히기 어려운 직업인가. 농업경제의 근간이며 농업소득의 32%를 차지하며 지역경제의 기반이 되고 있는 축산업이 남에게 밝힐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직업이란 말인가. 중국과 태국 등 동남아 여행지를 사업이나 관광 등으로 방문하는 축산인이 늘고 있다. 유입경로를 확실히 알지 못하는 구제역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에게 침투할 수 있다. 이를 우리가 막지 않고 우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공항에서 소독약을 하얗게 뒤집어쓰고도 자랑스럽게 “나는 축산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한 용기야 말로 축산을 지키는 자부심이며 긍지라고 생각한다. 공항에 귀빈실이 있듯 축산인을 위한 방역게이트가 설치되고 떳떳이 소독약을 맞으며 나오는 축산인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