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축산업계에는‘100리밖 민원’이란 우스개 소리가 있다. 축사를 짓기 위해 법적 요건을 갖추고 인근지역 주민까지 설득하고 나면, 해당축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지역에서 민원을 제기해 결국은 축사건축을 무산시키는 사례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성공한 축산인으로 평가받는 사람들마저 갈수록 정나미가 떨어진다는 푸념을 털어놓기 일쑤다. 이유는 축산을 부정하고 반대하는 소위 안티(Anti)축산론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말대로 안티축산은 과연 있을까? 축산인들은 한결같이 안티축산은 조직화된 집단이 없을 뿐이지 분명히 있다고들 말한다. 축산용지학보를 위한 농지법개정이 지지부진하고 정당한 축사신축마저 민원 때문에 봉쇄되는 현실을 안티축산이란 말을 빼고 어떻게 설명할수 있느냐는 것이다. 축산업의 전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일각에 축산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게 사실이다. 이를 모두 싸잡아 안티축산이라고 표현하기는 무리겠지만 농업계나 농촌에 안티축산이 실체로 존재한다면 이 나라 농업과 농촌경제를 생각할 때 정말이지 냉정하게 계산서를 작성해볼 필요가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만 만약 안티축산이 넘치고 넘쳐 이 나라에 축산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될 경우 국민들의 동물성 단백질섭취는 수입축산물로 충당되겠지만 우선은 축산농민들이 생업을 바꿔야 한다. 축산농민이 농촌에서 생업을 바꾼다면 어떤 업종이 가능하겠는가. 이 사실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면 통계수치를 인용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축산이 없다면 농촌의 10대소득작목중 무려 여섯 개가 증발할테고, 이는 국내 농림업생산액 36조2천억(2005년기준)중 32%에 달하는 11조7천억원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내놓는 통계에 의하면 농림업생산액은 감소추세지만 축산업생산액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농림업생산액은 1조원정도 줄었지만 축산은 9천억원이상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축산이 없다면 국내 농림업생산액은 급전직하로 떨어지게 되고, 농림부는 이 때문에 타부처의 외청(外廳)이나 국(局) 단위로 격하될지도 모른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축산업의 붕괴는 축산농민들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유·육가공산업의 소멸로 이어질게 뻔하다. 축산업이 있기에 존재하는 후방산업인 사료, 동물약품, 기자재업계도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꿔야 하므로 종사자들이 졸지에 낭패를 볼 것이다. 140여개에 달하는 일선축협도 문을 닫아야 하며 이래 저래 축산업에 매달려 살아가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후방산업의 피해는 직접적인 축산업생산액보다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 않다. 이쯤 되면 가히 농촌의 대재앙이라고 봐야 한다. 축산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른바 안티축산론자들이 이런 사실에 동의하고 안하고는 그들의 자유지만 축산을 떼어놓고 농업과 농촌경제를 이야기 할수 있을지를 다시 한번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농림업생산액의 30%이상이 뚝 떨어져 나가 농촌경제가 붕괴되고 그나마 버팀목이 되고 있는 농림부마저 부처명단에서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농업이 건재할 것인지, 그리고 외국산 분뇨자원을 수입해다 차별화된 유기농산물을 생산할수 있는지를 말이다. 이런 계산서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맹목적인 안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상 호 (본지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