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가축 바이러스는 공무원 피해간다’…이번에도?

  • 등록 2026.01.30 16: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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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자체, 기본 방역개념 무시 여전
인력 부족 · 실적 중심 행정 원인 추정
농가 “멧돼지 보다 공무원이 더 무섭다”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지난 23일부터 10km 방역대에 묶여 있는 경기도 남부의 양돈농가 A씨는 이번 ASF 사태를 계기로 양돈업 지속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동제한에 따른 불편이나, 바이러스 유입에 대한 걱정 때문만은 아니다.

방역의 기본 개념을 무시한 듯한 관할 지자체의 대응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육과 번식농장의 차이도 모르는 전화 예찰 공무원으로부터 농장을 직접 방문, 방역 상황을 확인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A씨는 “그 실효성은 차치하고라도, 방역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현장 활동이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러한 지자체의 행정 통제하에서는 앞으로 농장 운영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클 것으로 판단, 일찌감치 양돈을 접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공무원은 방역수칙 없나”

잇따른 양돈장 ASF 발생과 정부의 방역관리 강화 방침에 따른 일부 지자체의 후속 대응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전까지 지자체 공무원이 방역 상황 점검을 이유로 하루에도 몇개씩 농장을 방문하는 등 방역 수칙이 무시되는 행정 집행이 이뤄졌음에도 막상 바이러스 전파 요인 파악 과정에서는 제외되는 사례가 이어지며 그동안 양돈농가들의 불신이 팽배해 왔던 상황.

이로인해 ‘한국의 가축 바이러스는 공무원을 피해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돼왔던 '방역 무개념 행정' 에 대한 우려가 이번 ASF 사태에서도 어김없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실적 보여주기 면피 행정?

경기도 북부의 양돈농가 B씨는 지난 29일 “악성 가축전염병 확산 정국에서 공무원들이 찾아올 때 마다 우리 농장 전후의 방문 상황이나 계획부터 묻는 게 일상화 됐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이로인해 정부가 접경지역 양돈장에 대해 농장별 전담관을 배치하겠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짜증과 함께 한숨부터 나오더라”는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비단 일선 방역 공무원의 현장 방문만 문제되는 게 아니다.

A씨는 “관할 지자체에서 긴급 배정한 생석회를 농장에 가져다 주겠다는 생석회 공급업체의 연락을 받고 식겁했다. 생석회 차량이 여러 농장을 방문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조금이라도 방역을 생각했다면 생석회의 전달 장소부터 물어보는 게 상식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역을 위한 행정이 아닌, ‘실적 보여주기식 면피 행정’ 에 초점이 맞춰진 부작용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인력 확보 한계

물론 해당 지자체들은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축산 관련 부서 외에 공무원 투입이 불가피한 현실을 설명하면서, 행정 집행 과정에서 방역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양돈농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감안, 일선 행정기관의 인력 상황 등을 최대한 고려한 방역대책 마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근과 같은 심각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한 목소리로 주문하고 있다.

중앙 정부 단계부터 일선 행정기관의 현실을 냉정히 판단, 실현 가능한 정책과 지침을 마련하되 지자체 단계에서는 방역에 대한 안전장치를 농가에게 알림으로써 불신부터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양돈농가 뿐 만 아니라 일선 지자체에 대해서도 행정 집행 과정에서 반드시 준수해야 방역수칙을 정부 차원에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이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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