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분이 황금이 되다… 김포 봉골농장의 퇴비 혁신”

  • 등록 2025.10.15 08: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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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현장 / 경기도 김포 봉골농장

 

50년 양계 인생, 산란계 한 길만 고집한 윤형수 대표의 도전
소규모 농장에서 ‘김포 퇴비’ 브랜드까지…계분 자원화 성공
경축순환농업의 모범, 지역 농업 살리고 새 소득원 창출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경기도 김포의 외곽, 산란계 농장 지붕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는다. 닭 울음소리 대신 창고 안에서 돌아가는 포장 로봇의 기계음이 귀를 채운다. 이곳은 산란계 30만수 규모의 봉골농장. 봉골농장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란과 함께 계분(鷄糞)을 쏟아내는, 평범한 양계농장 중 하나다. 하지만 윤형수 대표는 이 계분을 퇴비로 재탄생시켜 주변 경종농가들에게 납품하며 수익화로 연결시켰으며, 진정한 경축순환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반세기 양계 인생, 하남에서 출발한 농장

봉골농장의 역사는 지난 1974년 경기도 하남에서 시작된다. 당시 젊은 농업고등학교 졸업생이던 윤형수 대표는 은사의 조언에 따라 소규모로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열악했던 시절, 당시 축산농가들은 소 값이 좋으면 소를, 돼지값이 좋으면 돼지를 키우며 오락가락했지만 윤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평생 산란계로 승부한다.” 그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고 오직 닭과 함께 걸어온 길이었다.

비록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으로 농장을 김포로 옮겨야 했을 때도, 냄새 문제로 수시로 민원과 싸워야 했을 때도, 그는 치열하게 버텼다.

윤 대표가 말하는 ‘50년 농장 인생’은 단순했다.

“무조건 열심히 하다 보면 먹고는 산다.”

 

▲골칫덩어리 계분, ‘김포 퇴비’로 환골탈태

양계 농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계분 처리다. 과거에는 수거업체에 의뢰해 처리해야 했고, 이로 인한 비용 지출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봉골농장은 그 고민을 과감히 뒤집었다. 닭 분뇨를 퇴비로 가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 것이다.

윤 대표는 “계분은 오래 두면 딱딱해지고 품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매일 수거해 톱밥과 섞어 발효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봉골농장 한켠에는 약 370평 규모의 퇴비 창고가 마련되어 있다.

지게 설비와 포장 로봇까지 갖춘 이 공간에서 계분은 ‘김포 퇴비’라는 이름표를 달고 새 생명을 얻는다. 질소 성분이 풍부한 닭 분뇨 퇴비는 김포와 강화 지역 농민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김포 퇴비라면 믿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지금은 별도의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도 농가들이 먼저 찾아온다.

 

▲땀과 정성으로 지켜낸 농민의 자존심

퇴비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초창기 2년은 윤 대표가 직접 농가들을 만나며 영업을 뛰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한 끝에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았다.

지금은 농협중앙회와의 계약을 통해 보조금을 지원 받아 구입을 할 수 있으며, 농장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주문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발효를 미리 마쳐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봉골농장의 노하우다.

윤 대표는 이제 농장 운영을 아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퇴비화 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매일 발생하는 계분을 제때 발효시키는 것이 퇴비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퇴비를 직접 생산하면서 외부 차량이 드나드는 횟수가 줄어 질병 유입 위험도 낮아진 것도 큰 장점 중 하나이다.

윤 대표는 “경축순환농업을 실천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돈이 아니라 애정으로 버티는 길

농장에서 흘러나온 퇴비가 밭의 거름이 되고, 다시 농민의 수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윤 대표는 이를 “농업이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아들에게 늘 같은 말을 당부한다.

“괜한 재주 부리려 하지 마라. 무조건 열심히 해라. 머릿속에 항상 돈만 생각하지 말고, 애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농장이 산다.”

반세기 세월을 버텨낸 양계 농장주의 철학은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봉골농장의 퇴비 창고에서 풍겨오는 훈훈한 발효 냄새처럼, 그의 땀과 믿음은 지역 농업을 살찌우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김수형 kshabsolu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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