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0년 특집> 축산 40년 과거와 현재 / 양봉

  • 등록 2025.09.24 13: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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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양봉에서 현대화·스마트화로 도약…위기와 기회 공존

 

[축산신문 전우중 기자]

 

1980~1990년대 외래종 도입과 생산기술 발전…근대화 기반 마련
2000~2010년대 질병·소비자 논란 속 품질 기준 강화·제도 정비
2020년대 양봉산업법 제정·스마트 양봉 도입…기후변화 대응 과제

 

우리나라의 양봉(養蜂) 역사는 매우 오래된 전통으로 자연과의 공존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1985년도 이후 국내 양봉업은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시 양봉농가는 농가소득의
주요 원천인 만큼, 벌꿀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다만,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전문성과 지역 농업 생태계에서 핵심이었던 시기다. 이후 기술개발과 질병 대응, 현대화가 이
어지면서 산업 구조 변화가 가파르게 진행됐다. 그러나 2000년에 접어들면서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및 환경 변화, 병해충 확산, 도시화에 따른 꿀샘식물(밀원수) 부족, 꿀벌집단 폐사 및 실종
사태, 수입 벌꿀 증가 여파 등으로 양봉산업 전체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하면서 산업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 1980~1990년대 전통 양봉에서 근대화 양봉으로 전환
1980~1990년대 양봉산업은 산업 구조 변화의 바람을 타고 전통 양봉에서 근대화된 양봉산업으로 전환하는 시기였다. 따라서 양봉 기술의 고도화 및 산업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초기 단계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외래종(이탈리아 종)의 국내 도입과 함께 벌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현대식 벌통, 인공 분봉, 여왕벌 육성 기술 등이 확산했다.
특히 소규모 농가 중심의 자급자족형 양봉에서, 상업 목적의 대규모 양봉농가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양봉 기술이 농가 중심에서 점차 전문(전업화) 양봉가 중심으로 확대되는 시기도 하다.
1980년대 후반에는 양봉협회 조직이 확대됨에 따라 벌꿀 품질 인증제 도입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어 1985년에는 양봉에 관한 학술연구를 촉진하며 그 지식을 널리 보급시켜 한국 양봉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국양봉학회가 공식 출범함으로써, 꿀벌 사양관리, 양봉 관련 서적과 기술 교육도 활성화되면서 농가의 전문성 향상도 이루어졌다.

 

◆ 2000년대: 사양기술 발전과 제품다양화
2000년대 초반은 전통적인 생산 위주의 양봉에서 점차 벗어나 기능성 제품 개발, 브랜드화, 농가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 확대 등 현대화로 발전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던 시기였다.
2000년 전후로 현대식 벌통(서양식 벌통)이 공급되었으며, 인공 분봉, 여왕벌 육종 등 일부 기술 도입되었으나, 질병 예방 및 방제 기술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시기였다.
2000년도 양봉산업 규모는 대략 3만~4만 농가에서 사육 봉군 수는 약 100만군으로, 연간 벌꿀 생산량은 약 2만~2만5천톤 수준이었다.
기후 변화에 따른 꿀벌 질병 발생 증가, 친환경 양봉이란 용어가 등장했으며, 산지 직거래 등의 새로운 유통 채널도 등장했다. 양봉 교육과정 개설, 학계와 민간에서 전문 교육 시작, 건강 기능식품으로서의 꿀과 프로폴리스, 로열젤리 등의 수요 점차 증가했다.
 

◆ 2010년대: 위기와 기회 전환점
2010년도 국내 양봉산업은 위협 요인과 기회가 공존하는 전환점이었다. 생태계 내 꿀벌의 역할이 재조명되며 환경적 가치를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생산 기반 악화와 시장경쟁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았던 시기였다.
특히 2010년도 접어들면서 국내 토종벌에서 발생한 낭충봉아부패병(SBV)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토종벌의 90% 이상이 폐사하는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유충에 치명적인 세균성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한번 감염된 유충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부패하는 바이러스성 2종 전염병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낭충봉아부패병에 강한 내성을 지닌 새 토종벌 품종인 ‘한라벌’ 육성하는 데성공했다. 이를 통해 토종벌 사육 농가에 새 품종을 보급함에 따라 토종벌 개체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또한 2014년 당시 채널A ‘먹거리 X파일’ 방송을 통해 벌집꿀 아이스크림 토핑에서 파라핀 소초가 검출돼 논란이 일면서 양봉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왔다.

결과적으로 벌집꿀 아이스크림 파라핀 파동은 단기적으로 소비자 신뢰 손실과 업체의 위기 대응을 야기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와 업계가 협력하여 품질기준 강화, 제도 정비, 안전관리체계 구축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외도 2016년 소비자단체, 생산자단체 등과 협의를 통해 식약처가 고시(‘식품의 기준 및 규격’)를 개정해 사양벌꿀을 식품으로 인정하면서 사양벌꿀 규격을 신설하였고,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제도화했다.
특히 사양벌꿀 제품의 경우 주표시면에 12포인트 이상 크기로 ‘설탕을 먹고 저장하여 생산한 사양벌꿀’ 등을 표시를 의무화했으나 사양벌꿀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천연꿀 시장이 위축되자 일각에서는 ‘사양꿀’ 명칭을 ‘설탕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 2020년대~현재: 양봉산업법 제정, 꿀벌 증식장 구축 및 친환경 스마트 양봉
202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양봉산업은 코로나19 충격 및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기후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어 양봉 농가들의 벌꿀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또한 꿀벌응애, 꿀벌 질병, 이상기후 여파에 따른 겨울나기(월동) 꿀벌집단 폐사 및 실종 사태가 전
국을 강타하면서 현재까지 꾸준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20년 국회는 꿀벌의 보호·관리, 양봉산업의 안정적 성장과 농가소득 증대, 국민 건강 및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를 목적으로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봉산업법)안을 시행중이다.
또한 정부는 여왕벌 생산·보급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4년부터 전남 영광, 경남 통영, 충남 보령 등 5곳에 꿀벌 증식장을 구축해 2025년부터 연간 5천여 마리 여왕벌 육종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꿀벌품종 균일성과 질병 저항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이어 농업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이상기후를 대비한 AI·IoT 기반 스마트 양봉 시스템이 보급되고 있으나, 다만 앞으로도 병해충, 이상기후, 벌꿀 수입 압력, 고령화 문제 등은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외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에 관한 관심도가 증가했다.
이처럼 국내 양봉산업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농약 및 화학물질 규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질병·해충 관리, 서식지 보호 및 복원, 농가 지원 정책, 교육 및 연구 강화, 양봉산물 소비 촉진 및 대중 인식제고 등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저가 수입 벌꿀의 증가로 인해 국내 양봉농가는 가격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국산 브랜드 강화, 안전성 확보, 프리미엄 제품 개발이 시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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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중 jwjung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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