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사료작물 확대, 지속가능한 논 활용의 열쇠

  • 등록 2025.06.12 15: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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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최보람 연구사

최근 농촌 들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는 벼 재배면적의 지속적 감소이다. 쌀 소비량은 줄고 가격은 불안정해지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벼 이외 작물 재배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논에서 벼를 대체할 작물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하계 사료작물이다. 그러나 정부 유도 정책에도 불구하고 하계 사료작물 재배면적은 수년째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계 사료작물은 여름철 논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체작물이다. 현재 국내 조사료 자급률은 80%에 육박하지만, 볏짚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월동 사료작물에 집중되어 있어, 여름철 양질의 조사료 생산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계절적 불균형을 보완하고, 수입 조사료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전략 작물로 하계 사료작물이 주목된다. 논은 수분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마철 배수 불량 문제로 기계 작업이 어렵고 수확 안정성도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논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며, 하계 사료작물 확대는 그 핵심 수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주요 하계 사료작물은 옥수수, 수수류, 사료용 벼, 사료피 등이 있다. 옥수수는 사료가치가 높고 소화율이 우수한 작물로, 양질의 조사료 생산에 적합하다. 다만 논에서 재배할 경우 배수로 설치 등 재배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 수단그라스 등 수수류는 생산성이 높고 고온 건조한 기후에도 강해 하계 사료작물 중 가장 넓은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다. 사료용 벼는 벼농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재배할 수 있어 농가의 진입장벽이 낮고, 안정적인 수량 확보가 가능하다. 사료피는 논 재배 적응성이 높고 수량성도 우수해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작물별 특성이 뚜렷한 만큼, 지역별 기후와 토양 조건에 따른 적정 작물 선택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름철 논 배수 문제로 침수 피해가 잦고, 이로 인해 생산성이 안정적이지 않다. 또한, 전용 수확 장비의 보급이 부족하다는 점도 주요한 제약 요인이다. 자주식 베일러 등 하계 사료작물 수확에 적합한 기계 장비와 이를 뒷받침할 장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소규모 농가들은 장비 확보와 공동 활용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무엇보다도 논벼 대비 낮은 소득성은 작물 전환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기대수익이 낮은데 전환을 강행하기란 쉽지 않다. 아울러, ‘국내 조사료는 품질이 낮다’는 인식도 여전히 유통 시장의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논 재배에 안정적인 품종 개발과 보급이 필수적하다. 사료용 벼나 사료피처럼 논에서 안정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작물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옥수수 등은 습해에 강한 품종을 개발해 보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계 임대사업 확대, 공동 장비 이용 지원, 직불금 보완 등 농가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조사료 품질 기준 명확화, 축산농가 연계 계약재배 확대, 지역단위 유통망 구축 등을 통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구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하계 사료작물 재배 확대는 단순히 여름철 논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국내 조사료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축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이다. 이를 위해 농가와 지자체, 축산업계, 정책·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중요하며, 국립축산과학원은 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 보급 등 실질적인 기반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계 사료작물이 농가의 실질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책과 기술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로 연결돼야 한다. 그래야만 이 전략이 단기 대안이 아닌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관리자 dhkswo53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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