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흔히 민주주의의 잔치라고 말한다. 과문(寡聞)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지난 2일의 농협 축산대표이사 및 이사선출을 ‘잔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잔치라고 한다면 아마도 형식만 갖춘 잔치쯤 될 것이다. 굳이 사전적 의미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잔치란 무릇 함께 즐기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생각해보자. 그날의 잔치에 ‘함께 즐기는’웃음이 있었는지를. 전체 조합장들의 총의를 수렴해 축산대표를 추천하겠다고 별러온 축협조합장들의 얼굴엔 분노와 좌절감이 가득했고 후보들마저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 일색었지 않은가. 분노와 좌절, 어두운 표정으로 얼룩진 잔치판이었던 것이다. 잔치가 이렇게 되리란건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후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결국 사퇴할것이라던 소문은 족집게처럼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추천방식도 그야말로 법대로 이뤄졌다. 하지만 잔치가 이렇게 되리라고 예견되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축산대표추천과 관련한 명문규정이 허술했고, 이에 따른 문제점이 노출되었음에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이를 시정하지 않은 농협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사선출 역시 잔치다운 잔치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당선자가 결정되면 모두가 함께 축하를 하고 당선자로부터 소감이나 각오 한마디쯤은 듣는 순서가 있어야 될텐데 그날의 상황은 당선자가 발표되자 회의장은 텅 비고 말았다. 선거란 어차피 경쟁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걸 모르는바 아니지만 무대가 협동조합이라면 갈등이나 반목을 유발할 무리한 손잡기로 과열경쟁을 초래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제 그토록 짜증스럽고 답답하던 잔치는 끝이 나고 뒷마무리만 남았다. 잔치판을 청소하며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하고 제도적인 보완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축산대표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후보들이나 축협조합장들이 평상심을 찾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과열경쟁은 갈등과 반목을 유발하기 마련이며 그 끝은 불행이란 말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갈등과 반목은 필연적으로 상대의 다리잡기로 이어지게 돼있다. 게를 잡아 대바구니에 담아 두면 서로 다리를 무는 바람에 결국은 어떤 게도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얘기는 우스개소리가 결코 아닌 것이다. 갈등과 반목 때문에 조직과 개인이 이루말할수 없는 고통을 겪은바 있는 구축협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갈등을 치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들 때문에 생긴 서로의 상처를 감싸며 어루만지는 일이다. 이는 승자만의 아량으로는 해결이 안되며 패자의 아량도 중요하다. 다만 승자의 몫이 클뿐이다. 특히 한솥밥을 먹고 있는 축산경제 내부의 반목이나 갈등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표추천에 따른 직원개입을 두둔해서는 안되겠지만 지금까지의 협동조합풍토에 비춰볼 때 그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의 케이스가 대부분이며,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렇게 비쳐진 경우도 없지 않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반목으로 작용할 때 조직은 한치도 전진할수 없는게 지난날의 교훈인 것이다. 이번 잔치판의 뒷정리는 농협내 축산분야의 가장 기초적인 역량을 보여주는 시험대라고 봐야 한다. 이 시험대에 쏠려 있는 시선은 의외로 많다. 축산경제나 일선축협이 몇이나 되고,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