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위에 열거한 해와 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얼른 알아차렸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 바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때, 구제역이 재발 한 때, 미국발 광우병 파동이 국내 축산업계를 엄습하고, 조류인플루엔자가 국내 처음 발병 한 때다. 우리 축산업계는 이 같은 ‘구·광·조’ 말만 들어도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얼마전에도 강릉에서 소를 간이 진단한 결과 구제역이 나왔다해서 진위여부를 확인하느라 해프닝이 벌어진 일이 있다. 그때도 ‘또 터졌구나!’하는 절망감에 사로잡혔는데 다행히 정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됨으로써 가슴을 쓸어 내린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구제역 재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 16일 러시아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검역 당국에서 검역을 더욱 강화하고 우리 축산 농가들은 더욱 철저한 차단 방역에 임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 같은 검역 강화와 차단 방역 철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축산농가들에겐 공허하게 들리지 않을까 싶어 또 다시 이를 강조하기가 신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잔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검역 현장이나 축산 현장에서 이제 더 이상 검역 강화나 차단 방역 철저를 강조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면 그보다 다행스러운 것이 어디 있으랴만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그동안 발생한 구제역이며 돼지콜레라 등이 국내에서 발생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유입된 경우 였기 때문이며, 구제역의 확산이나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 또한 철저한 차단 방역이 미흡했기 때문임을 상기하면 아무래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잔소리로 들릴지언정 다시한번 검역 강화와 철저한 차단 방역을 강조한다. 아울러 우리 축산의 진정한 경쟁력은 철저한 방역과 위생적이고 안전한 축산물 생산에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최근 정부는 가축 방역 조직을 확대하고,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본지 1808호 1면). 그 주요 내용을 보면 방역청을 신설하기에 앞서 검역원을 가축질병관리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지방 각도에는 수의·축산과를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보충하는 방안이 골자다. 여기서 우리는 지방 방역 조직의 확대와 전문 인력 확충에 특히 주목하고 싶다. 그동안 구제역이나 돼지콜레라 조류인플루엔자 재발 방지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이들 질병 재발 방지의 관건이 되는 지방 방역 조직을 확대하고 방역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에는 적극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 방역 조직과 시스템의 개선에 대한 기대는 그만큼 크다 하겠다. 그런데 이같은 방역 조직과 시스템 개선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축산농가들의 위생적이고 안전한 축산물 생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다. 중앙정부나 지방 정부의 방역 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축산 농가들의 안전축산물 생산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 축산은 후진성을 면키 어렵다. 지금까지는 축산 현장에서 축산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평가는 가축의 생산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성보다 중요한 것은 농가에서 안전한 축산물 생산 시스템을 갖추었느냐의 여부가 그 농장 평가의 제1가치로 여겨지는 시대에 돌입했다.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축산 농가는 퇴출당할 수 밖에 없는 시대에 돌입하고 있는 것이다. 축산농가들이 이를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가 곧 우리 축산의 경쟁력 수준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