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쇠고기 육우, 이대론 안된다

  • 등록 2004.04.12 15: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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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 비육 경영이 한우 산업에 가려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낙농육우협회 육우분과위원회에서 육우 얼굴 찾기에 나서 주목되고 있다.
국내산 쇠고기 시장에서 육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28%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다. 그러나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 육우 산업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이 같은 수치 이상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수입 육과 맞붙어 품질 경쟁은 물론 가격 경쟁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 쇠고기 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이 강조된다.
국내 쇠고기 시장은 수입 쇠고기의 무차별 공략에 한우 고기가 품질 차별화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육우는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서 수입 쇠고기와 한우 고기 사이에 위치, 가격 경쟁과 품질 경쟁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육우는 수입 육과 경쟁을 통해 국내 쇠고기 시장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함으로써 한우 산업의 경쟁력을 자연스럽게 높이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낙농 산업을 위해서도 육우 산업의 발전이 절실하다.


하지만, 육우 산업이 지니고 있는 가치가 이처럼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육우는 그동안 ‘얼굴없는’ 쇠고기로 한우 고기 뒤에 숨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육우는 엄연히 고기 소임에도 불구하고 젖소라는 이미지가 붙어 다님으로써 더욱 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축산물등급판정소의 축산물 등급 판정 기록 등에서도 육우는 젖소로 표기되고 있을 정도다. 당연히 젖소 노폐우와 구분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보니 소비자 또한 ‘육우=젖소 고기’로 잘못 인식함으로써 거세 비육을 통해 생산된 훌륭한 쇠고기마저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육우의 품질은 한우의 80% 정도 수준인데 가격은 한우의 50% 수준도 못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더욱이 축산 정책마저도 한우 산업 정책은 있어도 육우 산업 정책은 없다는 것이 육우 산업계의 지적이고 보면 육우 산업의 재조명이 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그러면 육우 산업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역할에도 불구하고 육우가 얼굴을 내밀 수 없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는가.


‘한우 산업에 가려서’, ‘정책 당국의 의지 부족 때문에’,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으로…’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육우 산업계 자체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육우가 국내산 쇠고기 공급량의 28%를 차지하면서도 얼굴을 떳떳하게 내밀지 못하고 한우 고기 둔갑의 멍에나 쓰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육우 산업계가 과연 무얼했는지 반성해 봐야할 문제인 것이다.
그런점에서 이웃 일본의 경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일본에서는 쇠고기의 브랜드가 대부분 육우 고기일 정도로 육우가 얼굴있는 쇠고기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하루빨리 육우를 얼굴있는 축산물로 정착시키는데 산업계는 산업계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육우 산업계는 미국발 광우병 파동이후 육우가 생산비를 크게 밑도는 가격에 거래됨으로써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우 산업계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육우 산업 현안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하겠다.
낙농육우협회 육우분과위원회에서 육우 얼굴 찾기와 동시에 육우자조금조성에 나선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있고 또 매우 시의적절한 노력으로 평가하고 싶다. 육우산업은 이제 더 이상 낙농 산업에 부수된 산업이 아님을 육우 사육농가 스스로 인식해야 할 때인 것이다.
뉴스관리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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