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구제역, 돼지콜레라, 가금인플루엔자, 부루세라 등의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축산업계는 해당 질병 퇴치에 골몰하는 한편 이들 질병 발생과 관련 신중치 못한 보도로 소비 위축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상황의 반복이었다. 그러니까 ‘주요 가축질병 발생→신중치 못한 보도→소비 위축→소비 확대 운동’이라는 사이클 속에서 남는 것은 결국 축산인들의 피해와 상처였던 것이다. 그러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서 어떻게 끊어야 할 것인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악순환 고리의 핵은 ‘가축질병 발생’과 ‘신중치 못한 보도’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가축질병의 발생에 대해 살펴보자. 가축질병이 발생하는데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은 역시 해외질병의 경우 국경검역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가 관건이며, 국내 발생 질병의 경우는 개별 농가의 차단 방역이 얼마나 철저한가에 달려 있다할 것이다. 이번 가금인플루엔자의 경우를 보면 가금인플루엔자의 발생 원인이 청둥오리 등 철새에 있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음을 볼 때, 국경 검역으로는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화살은 개별 농가의 차단 방역으로 돌려진다. 우리 농가의 차단 방역은 과연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가. 개별 농가로서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전체적인 개별 농가의 차단 방역 수준은 기대이하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방역 관계자나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 중에는 “정부가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시·군이나 축협이 소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의 질병이 발생했다며 정부나 지자체, 축협을 꼬집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 축협이 가축시장, 도축장, 도계장과 같은 공공 시설에 대한 소독을 철저하게 하지 않았을 경우는 축산인들의 그같은 지적이 백번 옳다. 그런데 양축가 개별 농장에 대한 소독 문제라면 현장 축산인들의 그러한 이야기는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제역, 돼지콜레라 같은 질병으로 홍역을 치른바 있는 우리 축산현장에서 아직도 자기농장에 대한 소독의 책임을 정부나 지자체에 돌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축산인이라면 소독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해준다고 해도 ‘내가 하겠다’고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니 내 농장 소독도 내가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어찌 걱정하지(內優) 않을 수 있겠는가. 다음 질병 발생과 소비 위축의 두 번째 고리는 ‘신중치 못한 보도’라고 지적했는데, 신문 방송 등 메스컴의 가축 질병 발생 관련 보도가 무엇이 신중치 못했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 될 것이다. 가금인플루엔자 발생 보도가 나간 후 어느 닭갈비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평소 자주 가던 닭갈비 집이라, 사장에게 “요즘 어떠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대뜸 나오는 대답은 여기에 옮겨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메스컴에 대한 심한 욕설이었다. 격한 감정에 금방 얼굴이 벌게지는 모습이었다. 단순히 개인적인 이익과 관련된 반응으로 지나칠 수도 있으나 결코 그냥 보고 넘길 일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화나게 하고 있을까. 그동안 가금인플루엔자 관련 보도를 보면 가금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마치 가금인플루엔자가 금방이라도 사람에게 감염될 것처럼,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닌 수차례에 걸쳐 보도가 반복됐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가금인플루엔자를 ‘조류 독감’이라 표현함으로써 마치 ‘사스’처럼 바이러스가 공기 전염되는 듯한 인상마저 줌으로써 소비자들이 더욱 닭고기나 오리 고기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금인플루엔자는 감염된 조류와 직접 접촉할 경우 감염될 수 있을 뿐, 해당 조류의 고기나 알을 먹는 것으로는 감염되지 않은 것이 정설이며, 그나마 가금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조류는 물론 주위 3km이내에 있는 조류는 모두 살처분하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될만큼 사후관리가 철저하다. 거기다 닭이나 오리의 산물은 익혀 먹는 우리 소비자들의 식습관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단정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최근들어 메스컴에서 이같은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보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음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다행한 일이라 할 것이다. 아무튼 축산 내부적인 문제인 느슨한 소독 의식으로 인한 축산내부의 걱정거리(內優)와 축산 외부적인 메스컴의 신중치 못한 보도로 겪는 어려움(外患)이 더 이상 축산업계를 곤란에 빠뜨리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