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대표가 선출직이어야 하는 이유

  • 등록 2003.10.15 1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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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본지발행인

농협이 최근의 개혁논의에 편승, 현행법상 축협조합장 대표자회의에서 추천토록 되어 있는 축산경제대표를 임명직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농협은 이와 관련해 법상 특례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지역별로 의견수렴을 마치고 농협법개정입법을 예고한 정부에 정식 의견으로 제출했다는 소식이다.
축산대표를 임명직화하겠다는 농협의 의지는 일단은 무모하리만치 확고해 보인다. 지금까지 진행되는 모양새를 보면 지역별 의견수렴과정에서 나타난 축협조합장들의 반대나 이 문제가 불거진뒤 나타난 축산업계의 부정적 반응쯤은 ‘돌파’하겠다는 심산처럼 보인다. 하기야 반대의견이 아무리 무성해도 시간은 가는 법이다.
축산대표를 다른 대표와 마찬가지로 임명직화해야 한다는 농협의 주장은 외양상 그럴 듯 하다. 농협의 주장인즉 “통합된지 3년이나 지났는데 같은 대표이사를 누구는 임명하고 누구는 사실상 선출하는게 말이 안된다. 그리고 회장이 비상임으로 가는 마당에 대표이사 임명권이라도 확실하게 가져야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농협이 3년전의 통합정신이나 취지를 무시한채 축협을 흡수한 강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도, 다시말해 흡수통합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려는 수순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농협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2000년 7월의 농·축협통합은 법상 엄연히 대등통합이며 신설합병이다. 통합농협법은 바로 이점 때문에 축산대표를 조합장들이 추천, 회장이 임명토록 하고 축산대표에게 인사·예산은 물론 재산처분권까지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게 됐다. 다시말해서 대등통합이지만 사실상 흡수합병이 아니냐며 반발했던 축산인들에게 강자인 농협이 축협을 함부로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한다는 취지였던 것이다. 당시 축협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이런 정신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농협이 이를 계속 밀어부치고, 행여 이것이 관철된다면 통합농협법은 오로지 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법이며, 그 법으로 축산인들을 기만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모순에 도달하고 만다. 이처럼 뻔한 사실을 농협이 모를리 없지 않은가.
또 한가지, ‘회장이 비상임으로 가니 대표이사 임명권만이라도 확실하게…’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이런 논리는 조직방어논리이지 민주적 사고나 논리로 보기는 어렵다. 상징적 국가원수인 내각제하의 대통령이나 국왕이 실질적인 총리임명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가 있을수 없듯이 농협의 논리 역시 앞뒤를 맞추기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과거의 권위주의 시절과 달리 모든 조직이 상향식으로 바뀌고 있으므로 농협역시 주인이 자신들의 재산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대표이사를 직접 선출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어쨌거나 이번 개혁논의와 관련, 농협은 축산대표 문제와 같이 2000년의 통합취지를 훼손하는 일을 벌여서는 안된다고 본다. 통합이 축협이 원한 것이 아니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문제를 보는 많은 축협조합장들은 농협이 통합취지고 뭐고 그래도 우린 가야 한다는 식이면 지금이라도 축협을 놓아주는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농협이 축협조합장이나 축산인들에게 있어 지금의 축산경제대표자리가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이 걸려 있는 자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뉴스관리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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