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은 농협이 기댈 언덕이다

  • 등록 2003.10.13 14: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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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발행인

3년여전 살얼음을 밟는 듯한 긴장된 분위기와 서슬 퍼런 압박속에서 농·축협중앙회 통합이 논의될 당시 축협과 절대다수의 축산인들이 강한 반대입장을 밝힌 것은 흡수통합(모양새만은 대등통합이었지만)이 가져올, 뻔한 결과를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년하고도 4개월째를 맞고 있는 통합농협이 과연 '뻔한 결과'를 가져왔을까? 드러난 결과를 놓고 보면 이 물음에 대한 정답은 '그렇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합이후 농협의 행보는 축산관련 사업장ㅇ과 일선축협에 대한 가차없는 구조조정 일색이었다. 한계사업장정리라는 명분아래 과거 축협이 원유수급안정을 위해 의욕적으로 건설했던 유가공공장을 비롯한 많은 사업장을 대거 폐쇄했고 192개에 달하던 일선축협을 160개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낙농조합의 유가공공장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오직 경영효율이란 관점에서만 단행된 '구조개선'으로 인한 악영향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단적인 예로 농협중앙회는 원유과잉이란 낙농분야 최악의 위기상황을 타개하는데 있어 캠페인외에는 어떤 역할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유가공공장을 폐쇄한 군소 낙농조합 역시 생산자조직으로서의 기능은 커녕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농협은 여기에다 한술 더떠 농협법상 축산경제대표이사 추천특례조항마저 삭제, 축산대표를 회장이 골라 임명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토록 통합에 반대하던 축협과 축산인들에게 축산대표만큼은 축협조합장이 추천토록 하고, 축산대표에게 인사와 예산은 물론 재산처분권까지 보장하기 때문에 독립성이나 전문성이 최대한 보장된다고 했던 게 엊그제 일인데 통합농협법의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개혁이란 이름으로 뒤집으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기회 있을때마다 CI통일을 이유로 법에도 보장된 축협이란 명칭마저 지우기 위해 혈안이 된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통합은 시너지효과를 유발, 이른바 상생의 토대를 닦을 것이란 구호도 당ㅇ초 약소과 달리 단위조합이 사료판매에 나서는데서 보듯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통합당시 축협과 축산인들은 이처럼 뻔한 결과를 우려했고, 이것이 현실화된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축협과 대다수 축산인들은 한마디로 '축산없애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농협이 아무리 강변한들 이런 인식은 드러난 결과에 기인한 것이란 점에서 소용없는 일이다.
농업, 농촌이 당면한 현실을 감안할때 축산업은 농협이 뿌리는 내리고 기댈 '언덕'이지 외면의 대상이 아니란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농촌의 10대 소득작목중 절대다수를 점하는 축산업을 외면하고도 농협이 존재할 수 있는 길은 소위 '돈장사' 뿐이다. 전면적인 수입개방의 와중에서도 전·기업단위 농가가 건재하고 있는 축산업을 이대로 방치하면 머지 않은 장래에 농촌의 핵심인 축산인들이 농협이 필요치 않다며 외면할수도 있을 것이다. 축산의 전문성, 독립성 조중이란 통합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살리는 것이야 말로 농협이 이같은 불행을 막기위해 할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일 것이다.
뉴스관리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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