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쇠고기 시장이 수입육에 의해 빠르게 점령되고 있다. 몇 해전까지만해도 쇠고기 수출국들의 쇠고기 마케팅은 자국 쇠고기 시식회 정도에 머물렀던 것이 이제는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서는 물론 국내 소비자들이 소만 뻗으면 닿는 동네 정육 전문점까지 진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고소득 소비자들이 몰리는 곳에는 수입 쇠고기 전문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들 수입쇠고기 전문점들은 '미국산'이니, '호주산'이니 하면서 특정 국가의 쇠고기를 당당하게 소개하며, 이들 쇠고기의 장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고 한다. 솔직히 이같은 광경은 2∼3년전만 하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미국산이든, 호주산이든 수입 쇠고기에 대한 우리 소비자들의 인식은 그렇게 좋은 편이 못되었다. 한우 고기에 비해 수입 쇠고기는 가격은 싸지만, 맛도 없고 냄새도 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런 부정적인 인식이 차츰 개선되고 있음을 본다. 실제 수입 쇠고기 전문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들도 "이제는 수입 쇠고기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며 수입 쇠고기 전문점도 이제는 장사가 되는 아이템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이는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쇠고기 수출국들의 지속적인 자국 쇠고기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의 결과가 이제 서서히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쇠고기 수입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의 쇠고기의 수입량만도 19만여톤으로 지난해 1년 수입 실적인 16만여톤을 훌쩍 넘고 있다. 물론 지난해 광우병 파동 등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근의 수입육 증가는 결코 예사로 볼 일이 아닌 듯 싶다. 올들어 한육우 도축두수가 지난해에 비해 15.9%가 감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쇠고기 시장 개방이후 수입육의 국내 시장 잠식을 어느정도 예견했으나 이처럼 급속도로 점령당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물론 국내 한우 사육기반 약화에 따라 쇠고기 공급이 수요에 크게 부족한 데 기인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2∼3년 사이에 수입 쇠고기의 국내 시장 공략이 본격화된 것을 우리가 몰랐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쇠고기 수출국들의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을 지켜봐 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우 업계의 노력이 아쉽다. 한우협회를 비롯한 한우 업계는 그동안 생우 수입 저지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했다. 그러나 이처럼 생우 대신 고기로 수입해서 국내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소비자들이 수입육에 비해 한우 고기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는지, 앞으로 소득 변화에 따라 쇠고기 소비 패턴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그리고 수입 고급육과의 경쟁에서 이길수 있는 생산 체계나 유통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다시한번 조사하고 점검해 볼 일이다. 비록 지금은 한우 고기 공급 자체가 수요를 따르지 못해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우 사육기반이 확충되고 공급이 늘어났을 때, 그때도 경쟁에서 이길수 있을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지금 '어,어' 하는 사이에 우리 쇠고기 시장을 점령당하고 있다. 저품질 저가의 쇠고기 시장이 아니라 고가의 고품질 쇠고기 시장, 다시말해 한우고기 시장이 야금 야금 잠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더 눈여겨 보고 하루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