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기술지원과장(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올 여름도 때 이른 폭염이 예상된다. 지난해에 이어 이상고온 현상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상청의 분석이다. 이에 축산현장에서도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 등의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상황.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 사이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며 더위 관리가 가축 생산성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흑서기를 대비, 내 농장 환경에 적합한 효과적인 장비의 사용과 함께 영양제 보충·동물약품의 적절한 사용 등을 통해 가축들이 더위를 이겨낼 힘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본지는 방서대책 특집을 통해 혹서기를 대비한 축사 시설관리와 가축 사양관리에 대한 요령을 소개하며, 가축들의 건강한 여름나기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을 소개 한다. <편집자 주>
한우, 조섬유 함량 높은 조사료 자제를
젖소, 위 완충제 매주 3일 간헐적 공급
돼지·닭, 땀샘없어 온·습도 관리가 관건
모든 축사 환기 철저…물 충분히 줘야
무더운 여름은 사람은 물론 가축에게도 힘든 계절이다. 지난해 8월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은 34.3℃로 110년만의 폭염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좁은 우리에서 사육되던 닭과 돼지가 더위를 이기지 못해 집단 폐사하는 등 전국적으로 가축 폐사가 속출했다. 농협손해보험이 올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폐사 가축 수는 가금류 555만9천마리, 돼지는 4만4천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기상청의 ‘2017년 연 기후 전망’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 비슷할 확률이 40%, 낮을 확률이 10%라고 한다. 이는 올해 4계절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한 확률을 90% 이상으로 전망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상청은 올해 4~6월 평균 기온이 17℃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하며, 예년보다 이른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엘니뇨’, ‘라니냐’ 등의 단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지구의 기후는 다양한 자연적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순환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지난 10년 동안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기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렇듯 낮에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밤에 열대야까지 계속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긴 사람이 늘게 마련이다. 더위에 지치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고온다습한 여름철 기후는 가축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면역력과 사료섭취량을 크게 줄여 생산성을 떨어뜨리므로 더욱 세심한 관심과 돌보기가 필요하다.
◆ 한우 사양관리 요령
한우는 바깥 온도가 20℃ 이상으로 높아지면 사료섭취량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비육우는 30℃ 이상 되면 생산 환경 한계에 이르러 발육이 정지되고 32℃까지 오르면 호흡수가 분당 32회에서 94회로 증가한다. 또한, 기온이 25℃ 이하일 때보다 사료섭취량이 10∼35%까지 떨어지므로 소화이용성이 높은 원료로 제조된 사료를 급여해야 하며, 비육말기는 TDN(총가소화영양분) 함량이 74% 이하의 사료를 급여해야 한다.
배합사료와 조사료의 급여비율을 7:3으로 조절하고 사료는 10일 이내 만큼만 구입한다. 자동 사료급이시설은 부패하기 쉬우므로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자가배합사료의 경우, 기호성이 높은 당밀이나 우지의 첨가량을 높이고 각 제품의 영양소 함량을 상향 조정한다. 사료는 되도록 새벽이나 저녁, 밤에 주고, 조사료는 저녁에 5㎝로 짧게 썰어 주되 볏짚보다 양질의 풀을 급여한다.
번식우는 조섬유 함량이 높은 조사료를 많이 주면 체온과 호흡수가 높아져 양질의 조사료를 급여해야 한다. 영양가 높은 사료 비율을 높이고 미네랄블록 등을 자유롭게 먹게 한다. 방목하거나 풀을 급여하는 번식우는 소금을 별도로 주고 고온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비타민A, D, E 등을 첨가·보강한다. 산야초나 청초를 먹일 때는 그늘에서 하루 정도 습기를 말린 다음 급여토록 한다. 이와 함께, 발정관찰은 이른 아침부터 해뜨기 전까지 실시하고, 인공수정된 소는 고온스트레스에 배 사멸이 되지 않도록 그늘막, 송풍팬 등을 설치해 온도관리를 해준다.
송아지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므로 건조하고 청결하며 통풍이 잘되는 쾌적한 환경을 마련한다. 변질된 사료를 먹거나 비를 맞으면 설사나 호흡기질병에 걸릴 수 있으므로 비가 내릴 때 밖에 나돌아 다니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 젖소 사양관리 요령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젖소는 대부분 더위에 약한 홀스타인종이다. 젖소의 적정 사육환경은 바깥온도 5∼21℃, 습도 50∼75%로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우유 생산량이 10∼20%, 심한 경우 40%까지도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식욕저하로 인한 사료섭취량 감소, 에너지 부족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땀 혹은 침 흘림에 의한 칼륨, 나트륨 및 비타민 손실량이 매우 많으므로 반추동물 위 완충제를 매주 3일 정도씩 간헐적으로 공급한다. 양질의 조사료를 급여해 사료섭취량을 늘려주고, TMR 등 사료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서늘한 시간에, 급여 횟수를 기존 1∼2회에서 2∼3회로 늘려서 먹이도록 한다. 물은 우사 안이나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충분히 마실 수 있도록 해주고, 물 온도는 15∼20℃ 정도의 지하수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환기관리는 송풍팬을 이용하면 호흡수가 분당 13.8회 감소하고 직장온도는 0.3℃가 낮아지며 산유량은 13%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송풍팬과 미세분무 스프링클러를 동시 이용할 경우 체표온도가 1.06℃ 낮아지고 직장온도는 1.68℃ 낮아져서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
◆ 돼지 사양관리 요령
돼지는 생리적으로 땀샘이 없기 때문에 체내에서 발생한 대사열을 체외로 방출하는 능력이 낮아 고온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다. 고온 환경에 놓이게 되면 돼지는 피부, 다리, 귀 등의 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증가시킴으로서 특정부위 체온이 상승한다. 또한, 난포발육, 배란, 착상, 무발정 증상 등 번식에 있어 악영향을 초래하기 쉽다. 사료섭취량 감소와 함께 사료효율과 증체율이 낮아지고, 모돈은 수태율이 타 계절에 비해 약 15% 정도 줄어들고, 체중손실, 발정재귀일 지연, 산자수 감소 등 번식 성적이 떨어진다.
여름철 혹서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돈사 내부의 온도와 습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 돈사 내부의 열량지수(온도℃×습도%)가 1천800을 넘으면 혹서기 피해의 발생이 우려되므로 적정 열량지수인 900~1천300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새끼돼지 및 육성단계의 어린돼지는 감소된 사료섭취량을 보완하기 위해 저단백질·고에너지 사료를 급여한다. 사료섭취량 증가 방안으로는 사료를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 급여하고, 횟수는 일일 2회에서 3, 4회로 늘린다.
여름철 돼지의 음수량은 평소보다 약 4배가량 증가한다. 여름철에는 복사열이 높아 급수라인과 급수통 내의 물의 온도가 상승할 수 있으므로 시원한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시설의 보완을 통해서도 고온기 생산성 감소를 예방할 수 있다. 돈사내부 천장에 단열재를 설치하거나, 외부지붕에 복사열을 차단할 수 있는 흰색 페인트를 칠한다. 돈사주변에 활엽수를 심는 것도 좋다. 또한, 돈사 내 저온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외부와 완충공간(복도)을 확보해야 한다.
◆ 닭 사양관리 요령
닭은 다른 포유동물들과 달리 생리형태학적으로 체온이 41℃로 높고, 깃털로 덮여 있으며, 피부에 땀샘이 없어 체표면으로부터 열을 발산시킬 수 없다. 지나친 더위는 닭들에게 강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극심한 생산성 저하와 폐사로 이어져 농가에 경제적으로 많은 피해를 준다.
육계의 사육 최적온도는 16∼24℃이며 환경온도가 27℃ 이상으로 높아지면 열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가 가중되고 35℃ 이상으로 높아지면 폐사율 등의 피해가 현저하게 증가한다. 혹서기간 중에 비나 소나기 등으로 습도가 90% 이상 높아지면 열량지수가 급격하게 높아져 폐사하기 쉽다. 또한, 닭은 환기를 통해 풍속을 높이는 등 체감온도를 낮춰줘야 한다. 터널식 환기 등 계사의 여건에 알맞은 환기를 하면 약 10℃ 정도의 체감온도 저하효과를 볼 수 있고, 쿨링패드를 가동하면 계사 내 온도를 3~7℃정도 낮출 수 있다. 또한 폭염 시에는 출하 시 포획, 상차방법, 수송차량, 수송밀도와 시간, 환경이 품질에 영향을 미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더운 더위를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상정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더위가 오기 전에 축사 시설물 등을 점검해야 한다. 폭염 발생 시에는 환기를 최대한으로 하고 그늘막을 설치해야 하며 신선한 물을 충분히 공급하는 등 최적의 사육 환경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다. 매년 맞는 여름이지만 심기일전하여 가축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기울이자. 이번 더위가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에게도 별 일 아닌 듯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