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공인하는 국제 품평회
우리나라만 수상결과 표시광고 불허
소비자에 올바른 정보 전달 필요
‘손톱 밑에 가시’라는 말이 있다. 손톱 밑에 가시가 들면 매우 고통스럽고 성가시다는 뜻으로 늘 마음에 꺼림칙하게 걸리는 일을 이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당선 된 이후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한바 있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듬해 정책위원회 산하에 ‘손톱 밑 가시 뽑기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다음 대선을 1년여 앞둔 2016년 현재, 육가공업계의 대표적 ‘규제’로 꼽히는 공신력있는 국제품평회에서 수상한 식육제품에 대해 그 내용을 포장지에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지 않고 손톱 밑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현실이다.
독일농업협회(DLG:Deutsche Landwirtschafts ·Gesellschaft e.V./German Agricultural Society))는 1885년에 설립돼 130년 전통을 자랑한다. 또한 독일연방식량, 농업, 소비자보호성이 인정하는 세계적인 품평기관이다.
햄·소시지 분야는 매년 15개국 550여개사에서 6천여개의 제품이 출품되고 있다. 심사위원만도 200여명에 이른다.
일본의 경우 원전사고로 인해 2012년 출품이 어렵게 되자, 2013년·2014년 현지 독일 DLG 심사위원 40명을 전세비행기까지 제공해 초청한 적도 있을 정도로 DLG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품에는 이 상을 탔다고 해도, 수상내용을 표시할 수 없다. 정부는 정부에서 받은 상장, 인증 보증을 받은 경우만 표시광고가 가능하다며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가공업계는 주최국 정부가 인증하고 보증한 국제대회에서 수상받았다면 표시광고를 인정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각국의 민간단체(협회) 주최 대회를 인정하면 허위광고 남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표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DLG 품평회 출품 기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육가공업계는 DLG의 경우 보수력, 결착력, 유화성 등 관능평가를 수행해 제품의 기술력을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품평회이기 때문에 표시를 하게 해줘야 육가공산업이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까운 일본과 프랑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 EU국가 역시 수상제품에 대해 표시광고가 가능하다는 사례를 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 대회는 단순히 참가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육가공품을 품평할 수 있는 대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품질경쟁을 유도하는 효과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육가공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식육가공품 제조기술 능력은 햄·소시지의 본 고장인 독일을 비롯하여 EU나 미국·일본 등에 견주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DLG에 2008년부터 출품하여 금메달 198개, 은메달 134개, 동메달 52개 등 384개를 받았다. 이러한 제품들의 수상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