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작물 1년치 한꺼번에 구매 관행…가격 인상 요인
사일리지 형태 유통, 운송비 부담 크고 파손 우려
국내산 품질 향상 불구 지역적 편중생산 여전한 과제
국내산 조사료 수급의 가장 큰 문제는 철저한 생산자 위주의 정책으로 추진된다는 점에 있다고 축산 및 사료업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국내산 조사료의 경우 크게 하계와 동계작물로 나눠져 있다. 쌀 생산 위주의 국내 여건상 이런 작부체계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되지만 이로 인한 축산농가와 기업의 부담은 크다.
특히, 동계작물의 경우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년 치를 한꺼번에 구입해 보관해야 한다. 이것은 대규모의 자금이 한 번에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고, 긴 보관으로 인한 피해 역시 축산농가와 사료회사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연중 수시 공급이 가능한 수입조사료에 비해 편의성에서 뒤떨어지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 TMR업체 대표는 “공장 입장에서 원료를 쌓아놓을 창고가 있어야 하고, 1년 치 원료구입 비용을 한 번에 지출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런 비용들은 결국 사료가격의 인상요인으로 작용될 수 밖에 없다. 국내산 조사료가 수입산에 비해 저렴하다 하더라도 결국 이런 저런 리스크를 감안하면 수입조사료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나라 조사료는 건초가 아닌 사일리지 형태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사일리지 형태의 유통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현재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일리지는 외국에서 건초를 만들고 남은 상태의 것을 자체에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일리지는 생산된 곳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높은 비용 때문에 사일리지를 유통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일리지를 주로 유통하고 있으면서 높은 운송비용을 유발시키고 있고, 또한, 운송시 파손 등으로 인한 손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를 보조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높은 유통비용이 발생되는 구조를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점별 조사료 유통센터를 지원해 놨지만 원료수송 비용, 연중 원료수급 등의 현실적 어려움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유통센터까지 원료를 운송하기 위해서는 포장을 해야 하고, 이를 다리 풀어야 하는 작업 등의 공정이 추가돼야 하는 것이다. 이 역시 현실적 대안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생산에도 어려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산 조사료는 품질 면에서 수입에 비해 절대 뒤처지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다양한 초종이 개발되었고, 생산성 면에서도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정된 지역에서만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축산업계에서는 하천부지와 간척지 등을 활용한 조사료 생산을 통해 이런 생산 편중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하는 부서나 지자체 등에서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한 상태다.
조사료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곧 국내 축산업 발전의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단 중요한 것은 국내산 조사료를 사용하는 축산농가에게 편익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