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인력을 더 육성하라>경기 이남 양돈 2세 모임‘양성회’

  • 등록 2016.10.07 14: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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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한가지 공통분모로 ‘끈끈’…“더 특별할 게 있나요”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2세 축산인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양축현장에서는 이들이 주축이 된 각종 모임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2세 축산인들은 다양한 형태의 모임을 통해 국내 축산업을 걱정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한편 그들만의 목소리를 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아직까지 기성세대의 그늘 속에 가려 산업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2세 축산인들에 의해 비로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축산’이 완성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건강한 2세 모임의 육성과 저변화는 국내 축산업계에 부여된 또다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들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4년전 모임 결성…안성·이천·용인 출신 10명
친목 외 다른 목적 배제…상호간 깊은 신뢰로
‘아 하면 어’…서로 상황 비슷해 공감 100배
직·간접 경험 공유하며 스스로 문제 해결 도움

 

“목적? 오로지 친목이다. 거창한 구호같은 건 생각해 본적도 없다.”
안성, 이천, 용인 등 경기 이남지역 양돈 2세 10명으로 구성된 양성회(양돈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모임). 이 모임의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만남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양성회가 발족된지 4년차를 맞는 지금까지 양돈인 모임이라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토론회나 교육프로그램 한번 이뤄진 적이 없었다.
매월 정기모임에서 만나 대화하고, 간단한 술잔을 기울이는 게 전부라고.
하지만 양성회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가장 성공적인 2세모임으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별한게 없다’ 는 모임이 더 특별하게 평가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회칙 안 만드는게 회칙”
양성회의 시작은 도드람양돈농협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젊은 양돈인들의 모임이 활성화 돼야 하지 않느냐”는 조합원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
이렇게 처음 만난 젊은이들은 “여러가지 규칙이나 목적으로 스스로를 속박하지 말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당장 초안으로 만들어 놓은 회칙부터 과감히 손질했다.
연령순으로 돌아가며 회장직을 맡는다는 임원(회장과 총무가 전부다) 선출이나 회비 거출, 정기모임 일정 등 모임유지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내용외에는 모두 삭제했다.
“자꾸만 목적을 만들어 내거나, 형식을 내세우다 보면 회원들 마다 생각이 달라질 수 도 있고, 때로는 압박요인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양성회 정영민 총무는 ‘회칙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는 게 양성회의 회칙’이라고 설명했다.
회원 대부분 도드람양돈조합원인데다 조합의 주선이 모임의 계기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독자조직으로 거듭나 있다. 비록 조합차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어졌지만 혹여 조합원이어야 한다는 ‘굴레’가 회원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3명이 비조합원이다.
하지만 양성회 회원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룰’ 이 작용하고 있다.
회원의 자격은 초대 멤버 가운데 최고 연장자 보다는 나이가 적어야 한다는 게 첫 번째다. 세대 차이에서 올 수 있는 이질감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회원들의 출신지가 특정지역으로 편중될 것을 우려, 지역안배까지 고려하고 있다.
아주 사소한 요인이라도 모임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전에 차단돼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음이다.

 

“무조건 즐겁고 재밌다”
이처럼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노력들은 회원들의 자율의지로 양성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계기가 됐다. 친목외에 다른 어떤 목적도 없다보니 회원상호간 신뢰도 깊어졌다.
여기에 ‘양돈이라는 가업을 이어받은 2세’ 라는 공통분모는 회원들의 결속력을 극대화 시키는, 그 어느 것보다 강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양성회 초대 멤버 8명 가운데 지금까지 탈퇴회원 한명 없다는 게 그 증거다.
유원균 회원은 “솔직히 친구를 만나도 털어놓을 수 없는 게 있다. ‘양돈’ 자체가 일반인들은 접하기 힘든 내용이다 보니 대화의 한계가 존재한다”며 “그런데 양성회는 다르다. 서로 같은 상황, 그리고 나이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니 너무 즐겁고, 재밌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다보니 모임에서 이뤄지는 대화 역시 ‘양돈’ 으로 귀결되고 있는 건 당연한 수순.
정기모임 자리에서 삼삼오오 나뉘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저마다 관심사나 고민거리를 털어놓게 되고, 적어도 양돈에 대해서는 서로의 사정을 정확히 알게 됐다.
“000야. 이번달에 모돈 폐사가 있었어?”, “우리집은 4마리요”, “그나마 다행이네. 우리농장은 더 많이 피해봤어. 내년이 걱정이야” 아무리 친한 양돈인들이라도 조금은 거리끼게 되는 내용들이 서스럼 없이 오가던 지난 8월 양성회 정기모임에서 느낀 분위기가 다소 낫설기까지 하다.
일부 회원은 “회원간 농장 성적은 물론 재정현황까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할 정도,
양돈현장에서 접할수 있는 모든 것을 공유하면서 양성회는 각종 정보와 신기술을 습득하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양돈자재나 유관산업체에 대한 사용후기 및 평가 또한 그어느 곳보다 정확히 이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양돈의 특성상 시설이나 자재 구입에 투입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한번 잘못 판단해도 적지않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이희승 회원은 “양성회는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회원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내용이 가감없이 공유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굳이 목적을 내세우지 않아도 더없이 효과적인 교육과 세미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워낙 서로의 농장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보니 의도치 않게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운동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이희승 회원은 “우린 농장에선 고물 취급받았지만. 다른 회원농장에선 보물이 되고 있는 자재들이 적지 않다”며 “회원농장에 어려운이 생기면 부르지 않아도 달려가는 분위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품앗이’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부심 대단
양성회는 친목외에는 다른 어떤 목적도 거부한다. 이에 “밥 한번 사겠다”는 유관산업계의 수많은 ‘구애’ 는 늘 실패로 돌아가는데다 모임 차원의 공동구매도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회원 상호간 신뢰와 유대감이 깊다보니 양성회를 벗어나 개인친분으로 이뤄지는 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공동구매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단 2명과 이뤄지는 거래라도, 양성회 회원 전부와 같은 교섭력을 거래업체 스스로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회원 개개인의 평가가 양성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뿐 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가격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는 사실이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유관산업체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러나 양성회 회원들은 부모와의 갈등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 2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부모님과의 관계일 것이다.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보니 농장운영 전반에 걸쳐 갈등요인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행이 양성회를 통해 다양한 갈등사례에 대한 경험과 제안을 접하면서 그 해답을 얻고 있다.”
워낙 다급한 일정이 아니라면 빠짐없이 회원들이 참여하는 양성회지만 매년 11~3월은 정기모임을 갖지 않는다. 구제역을 겪는 과정에서 질병위험성이 높은 겨울철은 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2세라고 해도, 이미 뼈속까지 양돈인인 이들의 모임임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되는 대목이다.
“외부의 시각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손가락질 받을 만한 일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부모님이 일궈놓은 것보다 최소한 나빠져선 안된다는 일종의 자기 최면같은 게 회원들 사이에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양돈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모임’ 이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이정철 회장과 회원들의 다짐이지만 양성회를 말하는 이들의 얼굴에서는 이미 강한 자부심이 뭍어난다.  
양성회의 사례가 모든 2세 축산인 모임의 단일 모범답안은 아닐 것이다. 또 기성세대 축산인들의 시각에선 이러한 모임과 시도가 부족하고, 불안해 보일 수 도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 아낌없는 박수로 이들을 지지해 줄 때 2세 축산인들이 한국축산업의 기둥으로 우뚝설 수 있는 튼튼한 받침대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일호 yol2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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