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의 유진농장 강현욱 대표(34)는 서울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경영학을 전공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동기생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바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본격적인 한우산업에 뛰어들게 된 것. 어려서부터 아버지 곁에서 한우사육을 돕곤 했지만 본격적으로 농장 경영에 뛰어든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특유의 열정과 패기로 유진농장은 나날이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진농장 강현욱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명문대 경영학도 타이틀 불구 과감히 농수산대학 재입학
불황에 규모 늘려 한때 쓴맛도…시행착오 겪으며 ‘일취월장’
농업법인서 직장생활도 병행…“열정ㆍ패기로 내실 다질 것”
아버지 권유로 한우사육 본격 시작
강현욱 대표는 이천에서 태어나 스무살까지 자라왔다.
대학을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잠시 이천을 떠나기도 했지만 졸업 후 돌아온 곳은 고향이었다.
학교 동기들은 각각 직장을 얻어 회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강 대표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고향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우를 사육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강 대표가 이러한 결정을 하기 까지는 부모님의 권유가 컸다.
부모님은 서울 생활이 점점 각박해지고 직장생활도 치열해지면서 힘겹게 직장생활을 하느니 가업을 이어가는 것은 어떻겠냐고 강 대표를 설득했다.
강 대표는 부모님의 권유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위로 누나가 한 명 있지만 현재 세종시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가업을 이어가기에 본인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큰 결심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현실은 막막했다.
정작 농장 경영을 하려니 소 사육과 농장 경영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은 바로 대학의 재입학이었다. 명문대 타이틀을 과감히 버리고 2010년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 한우 사육에 대한 기술을 배웠다. 그 결과 40두 규모였던 한우 농장은 현재 80두 규모로 확장됐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출하성적 등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가 활용 분주한 일상
현재 강 대표는 한우를 사육하면서 인근의 농업회사법인에서 직장생활도 병행하고 있다.
한우 사육의 경우 24시간 소를 지켜보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그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회사로 출퇴근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중간중간 소를 돌봐야 하는 시간에는 회사의 배려로 농장을 다녀가기도 한다. 인근 지역이 경종농가와 축산농가가 더불어 살아가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강 대표의 집안 역시 한우사육과 함께 경종농업에도 종사하고 있다.
아버지 강윤환(61)씨와 어머니 문현숙(59)씨는 축사를 강 대표에게 물려주고 벼와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한우 사육 전반은 강 대표에게 물려줬지만 집에선 한우 사육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 편이다.
어머니 문현숙씨는 “농장을 물려받아 운영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는 했지만 아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하지만 다행히 흔쾌히 받아들이고 공부도 하면서 노력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
강 대표 역시 다른 농가들과 마찬가지로 농장 경영 초반에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소 값이 한참 안좋을 때 농장을 확장하면서 금전적 손해로 이어졌다.
농장 경영을 갓 시작할 단계였던 지난 2011년, 축사를 새로 짓고 대출을 받아 규모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는 한우산업이 극심한 불황을 겪던 시기여서 고스란히 빚으로 이어졌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소 값이 다소 회복하면서 경제적으로 많이 회복한 상태다.
또한 강 대표는 이천한우회 소속으로 공동브랜드인 임금님표 한우로 출하를 하기도 한다. 종종 이천한우회 모임에 나가면서 사람도 사귀고 선배 한우인들의 노하우를 배우기도 한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과의 삶을 비교해보면 전체적으로 만족하지만 주말이 없어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요즘도 연락을 주고 받는다”며 “주말에 놀러다니는 친구가 부럽기도 하지만 내가 선택한 이 길을 아주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지 얼마 안된 만큼 열정과 패기를 갖고 우수한 한우사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 대표는 다짐했다.
과도한 규제 해결돼야
강 대표는 한우산업의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과도한 규제를 풀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천의 경우 유명한 IT산업 단지가 있다보니 농축산인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의 어머니 문현숙씨는 “옛날에는 소 한 마리 키워서 자식들 대학 보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며 “점점 규모 경쟁이 되어가고 있는데 규모화를 하려니 각종 규제에 부딪혀 허가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등급제 논란에 대해서도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농가 입장에서는 등급이 잘 나와야 돈이 되는데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 부정적 보도는 아쉽다”며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잡고 움직여야 농가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