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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한담>때로는 형식이 본질을 지배한다

  • 등록 2016.02.26 11:41:59

 

윤 봉 중<본지 회장>

 

 “이렇다 할 식품업무 없음에도 약칭으로
   농식품부 고집하는 건 축산 소외감만 증폭
  ‘축’자 붙인 부처명 개명 취지도 퇴색”

 

필자는 며칠 전 축산원로 ㄱ선생에게 호되게 당(?)하고 말았다.
식사를 하던 중 ㄱ선생이 뜬금없이 주말사극 장영실과 홍길동전의 공통점이 뭔지 아느냐고 묻고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필자에게 둘 다 제 아비를 곁에 두고도 아비로 부르지 못하는 서자(庶子)가 주인공이라고 알려주었다. 아뿔싸! 장영실과 홍길동 얘기가 나온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2016년도 축산인 신년교례회에서 만난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약칭이 농축산부가 아닌 농식품부로 불리는데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었다.
교례회 때 약속했던 이날 식사자리에서 ㄱ선생은 학생모집이 어렵다는 이유로  ‘축’자 대신 생명이니 동물자원이니 하는 이름을 붙이는 축산대학들처럼 정부당국자들이 소위 ‘겉멋’이 든 것이며 축산언론도 부화뇌동하는 것 아니냐고 흥분했다. 자초지종을 말할까 잠시 망설였으나 뻔한 얘기인지라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이름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상대가 원하는 대로 부르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그리고 약칭이 농축산부든 농식품부든 그것이 본질이 아닐 수도 있다. 평소 경우 바르기로 정평이 난 선생이 이런 이치를 모를리 없음에도 농림축산식품부의 약칭문제로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가 뭘까.
ㄱ선생은 약칭을 농식품부로 고집하는 관료들에게서 축산을 애써 부정하고 폄하하려는 속내가 읽혀지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림수산식품부가 농림축산식품부로 바뀌자 축산인들은 환호했다. 단순히 부처 명칭에 축자 하나 들어갔다고 환호를 지른게 아니다. 축산이 전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높아져 주력산업으로 바뀌었음에도 예산, 전담인력 등 자원배분면에서 소외감을 느껴온 축산인들의 마음이 ‘畜’자 첨가를 계기로 봄눈처럼 녹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농축산부’라고 부른 축산업계의 목소리에 돌아온 메아리가 ‘농식품부’로 바뀌면서 “이제야 축산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겠구나”라며 봄눈처럼 녹았던 그 마음은 도로 얼어붙었다. ㄱ선생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약칭이 농식품부가 아닌 농축산부로 불려야 하는 이유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음에도 굳이 농식품부로 부르라는 것은 축산을 인정하기 싫은 속내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런 속내를 ‘손바닥으로 해 가리는 격’이라고도 했다. 소위 ‘겉멋’이나 ‘축산에 대한 부정’이니 하는 식의 거친 표현을 서슴치 않는 ㄱ선생의 생각이 모두 옳은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정황은 대다수 축산인들의 인식도 ㄱ선생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만들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에둘러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부로 불리기를 희망하지만 이는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불성설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관장하는 식품업무는 현재 뚜렷하게 내세울 거리도 별로 없으며 그나마 애써 받아온 것도 속속 내주고 있는 실정 아닌가.
물론 약칭이 무엇인들 어떠랴. 형식이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형식이 본질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체 농업생산액중 축산이 42%를 차지하고 연관산업까지 합하면 생산액이 56조원에 이르는데도 축산업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자원배분은 예산, 인력 모든 면에서 10%를 넘지 않는 엄연한 현실은 형식이 본질을 지배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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