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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구심력을 상실한 축산업계

  • 등록 2015.12.11 11:41:38

 

윤봉중 본지 회장

 

물체가 원운동을 할 때 원의 중심을 향해 작용하는 힘을 구심력이라고 하며 중심을 향해 쏠리는 운동의 중심이 되는 점을 구심점이라고 한다. 반대로 물체가 원운동을 할 때 중심으로부터 바깥쪽으로 작용하는 힘은 원심력이라고 한다.
느닷없이 물리용어를 들먹이는 건 이들 용어를 통해 우리 축산업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축산업은 한마디로 원심력이 구심력을 압도하는 산업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심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보이지 않는다. 비약하면 업계 구성원 모두가 중심적 인물이고 단체라는 단체는 모두 중심단체 같아 보인다는 말이다. 이는 곧 리더십 부재를 의미한다.
우리 정부가 농업분야에 사용하는 한해 예산(2016년 기준)은 14조3천681억원이며 축산분야에 사용하는 예산은 1조4천99억원이다. 전체 농업예산의 10% 정도를 축산분야에 투입하는 셈인데 축산업은 농림축산분야 총 생산액의 42%를 차지한다. 지원인력도 마찬가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직자들 10%만이 축산분야에 배치되어 있다. 이건 불균형이란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엄연한 홀대고 무시라고 해도 무방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약칭은 ‘농식품부’다.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관점에서 보면 응당 ‘농축산부’여야 한다. 농업분야 총생산액의 40%가 넘는 축산의 축(畜)자가 들어가는 것이 명(名)과 실(實)이 상부(相符)한 것일텐데 농림축산식품부는 굳이 농식품부로 쓰란다. 식품산업에 대한 여망이나 기대를 모르지 않으나 식품업무를 관장할 수 있는 기능이 뭐가 있는가. 물론 농식품부면 어떻고 농축산부면 어떠냐고 할 수도 있다. 굳이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형식이 본질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면 그렇게 간단히 흘려보낼 일도 아니다.
이런 불합리와 부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산업계에는 이에 대한 불만만 있지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찾아 보기 어렵다. 산업의 규모와 위상에 걸맞는 예산을 배정하고 지원인력 역시 그에 상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설득할 책임은 ‘그토록 많은’ 축산단체에 있으며, 더 정확히는 업계 리더들에게 있다. 모두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축산관련업계에서는 이제 더 이상 축산업의 미래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가 나올 수 없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제각기 한국 축산업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며 생겨난 각종 단체들 사이에서 진정으로 하나된 목소리를 들어본지는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모두가 각자도생(各自圖生)하려는 것인지 제 팔만 열심히 흔들고 다닌다.
이런 기막힌 상황에서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니 뭐니 떠드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귀담아 듣거나 받아들여질 여지조차 없을테니 말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 축산업계의 가장 큰 문제다.
힘을 모아 싸우자는 게 아니다. 지혜를 모아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축산업이 제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정부와 국민들을 감동시켜야 축산의 뿌리가 더 깊어질 수 있다. 저마다 제 팔만 흔들고 다니는 그야말로 지리멸렬인 현 상황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 가능할 리가 없다. 축산업이 ‘추운 겨울’을 겪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각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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